한때 공부를 ‘잘’ 하려면 ‘할아버지의 재력에 부모의 정보력, 그리고 자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웃지 못하는 이야기가 유행한 적이 있다. 갈수록 거세지는 사교육 열풍 속에서 많은 부모들이 수입의 절반 이상을 학원비와 과외비로 쏟아 넣으며 휘청거리고 있다. 공교육은 부실하고 입시 경쟁은 날로 치열해, 부모들은 사교육에 더욱 열광하고 맹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계부의 허리띠를 졸라매 가며 사교육에 휘둘려야 할지, 아이들을 학원 인생으로 내몰아야 할지를 두고 다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 시간에도 턱을 괸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미지_ 사교육 다이어트, KBS 수요기획팀 외, 황금물고기..jpg *사교육 다이어트, KBS 수요기획팀 외, 황금물고기.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공부에서 나아가 정말 사교육 없이는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한 걸까. 과장되고 왜곡된 사교육 정보도 적지 않은 현실에서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 <사교육 다이어트>는 천문학적 숫자를 자랑하는 사교육과 공교육의 양날에 휘둘리며 방황하는 이 시대의 부모들에게 진정한 길은 다름 아닌 ‘가정학습’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도 아이들 교육에 성공한 부모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사교육으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고 혼란을 겪는 또 다른 부모들에게, 시행착오를 하면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법과 비법을 제시한다. 사교육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아빠 엄마표 학습’을 이끌어온 부모들의 뚝심과 배짱을 통해 가정학습의 방향과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엄마 아빠’ 최고의 학습매니저와 신나는 놀이를

 

미나는 사교육 한번 받지 않고 국제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엄마의 도움으로 영어 문장을 외우고, 수학 공부를 해왔던 것이다. 국제고등학교 심층 면접 때는 아빠가 예상 문제를 뽑아 면접 준비를 도와줬다. 또 스스로 공부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올 때는 늘 부모님과 함께 풀면서 해답을 찾아 나가곤 했다.

 

“부모님은 저에 대해서 가장 잘 아시는 맞춤 트레이너잖아요. 그만큼 공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시고 도움도 많이 주시죠.” 미나에게 있어 아빠 엄마는 최고의 학습 매니저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미나네 공부법은 사교육 대신 가정학습을 하기로 결심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옹알이부터 영어로 시키고 싶은 엄마들은 오늘도 영어에 미친 듯이 몰입한다. 아이에게 영어의 ‘왕도’를 찾아 주기 위해 고액 과외도 마다하지 않고 비싼 학원비를 내는 일도 망설이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돈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고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영어 영재 정연이는 영어 학원 3개월 다닌 것이 사교육을 받아 본 경험의 전부다. 하지만 전라북도청 장학생으로 뽑혀 캐나다 연수를 다녀왔다. 어렸을 때 문자 익히는 것이 더뎌 엄마의 애를 태우던 아이였는데, 이런 정연이가 영어의 신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영어에 관심과 흥미를 갖고 꾸준히 오랫동안 성실하게 공부했기 때문이다.

“좋은 선생님은 아이가 스스로 하게끔 유도하는 선생님이래요. 그 역할을 엄마도 할 수 있습니다.” 영어짱 정연이를 키워 낸 정연 엄마의 진심어린 조언이다.

 

부모는 아이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사람이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협력자다. 그래서 경원 엄마는 경원이만의 특별한 교실을 만들었다. 바로 ‘개굴 교실’이다. 교과 지식은 엄마가, 체육과 자연 관찰은 아빠가 맡아 하는 개굴 교실에서 경원이는 공부를 꼭 놀이처럼 한다. 최고의 요리사가 스스로 요리법을 터득하듯이, 경원이도 개굴 교실을 통해 스스로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고 공부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사교육의 습격에 놀라고 지친 엄마들은 교육비 절감과 내 아이의 맞춤형 교육을 위해 대안으로 ‘품앗이 교육’을 찾아냈다. 마음이 통하는 또래 자녀를 둔 엄마들이 모여 아이들의 육아와 교육을 직접 하는 품앗이 교육은 요즘 우리 사교육 시장과 맞장을 뜨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규원 엄마도 그 대열에서 벌써 5년째 ‘모여라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규원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었는데, 이제는 어느새 북클럽 전도사가 돼 자신의 노하우를 많은 사람에게 공개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모든 정보를 담아갈 수는 없겠지만, 규원 엄마가 쓴 북클럽 운영기를 통해 북클럽이 가져온 많은 변화와 참된 교육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다. 언젠가부터 도서관에 가면 다양한 엄마표 수업을 만날 수 있다. 영어책을 읽어 주는 시간, 경제 공부 시간, 미술 활동 수업,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이 만드는 수준급 영상 그림책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제 도서관은 책과 함께 노는 곳이며,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꿈을 키우는 곳이 됐다.

 

이 책엔 오직 ‘내 아이’에게만 쏠려 있던 엄마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품앗이하며 신바람을 일으키는 도서관에서 세상 밖으로 눈을 돌린 또 다른 가정학습의 가능성과 잠재된 힘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