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여린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봄. 그 새싹 위에 돌멩이 하나를 얹어놓는다면, 그대로 시들어버릴까. 그렇지 않다. 싹은 눌려 죽지 않고 강한 생명력으로 옆으로 삐져 계속 자라난다. 이 때 얹었던 돌멩이를 치워 보자. 그러면 누웠던 줄기가 계속 옆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일어서 위를 향해 자라기 시작한다. 본래 똑바로 자라려는 싹이 가진 강한 본성 때문이다.

 

우리가 ‘문제아’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마치 돌멩이에 눌려 옆으로 삐져 자란 어린 싹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그 위에 얹힌 돌멩이를 치워 준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호모 레인, 김영란, 민들레.

 

일반에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호머 레인은 철저한 자유주의 교육으로 어린이의 자연자발성을 중시하면서 민주적인 자치집단교육을  펼친 학교 ‘서머힐’을 만든 A. S. 니일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레인은 이십 세기 초, 미국에서 자치 공동체 형태의 소년원을 운영했는데, 그러던 중 영국의 사회개혁가들의 초청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리틀 코먼웰스(Little Commonwealth)의 원장이 된다. 이후 코먼웰스는 레인의 철학에 따라 자유와 자치를 기초로 아이들에게 놀라운 변화를 낳는 교육 현장이 됐다. 리틀 코먼웰스가 없었다면 서머힐은 생겨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는 사랑과 믿음의 교육은 무엇이고, 이로부터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주먹을 입에 넣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한 갓난아이가 있다. 입에다 주먹을 넣으려고 하는 것은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입에서 느끼는 감각이 생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원천과 마찬가지다. 유일한 기쁨을 맛보게 된 아이는 되풀이해 그 경험을 하려 한다. 때문에 제 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후로는 이 힘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려고 한다. 노력의 결과로 팔심이 점점 더 강해지고 이는 또 더 강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흥미야말로 정신적인 행위이다. 이제 아이는 손을 가만히 두려 하지 않고 자꾸만 입으로 가져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이가 애쓰는 모습을 본 엄마가 아이를 대신해 얼른 아이의 주먹을 입으로 가져다 대주면 아이는 울음을 터트린다. 그 이유는 아이가 원래 하고자 했던 것이 주먹을 입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맛보는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운 것은 ‘하려는 일을 못하게 된’ 근본적인 불만 때문이다. 엄마는 아이를 도와줌으로써 아이에게서 성취의 경험을 빼앗고, 아이의 창조적인 힘을 방해한 셈이다.

 

세월이 흘러 갓난아기는 일곱 살이 됐다. 아이는 문을 꽝 닫고 의자를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는 등 ‘자기 힘’을 입증하려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또 이 시기의 아이는 자유에 대한 강한 욕구 때문에 그때까지 억압을 받아왔다면 행동이 더욱 ‘짓궂어질’ 수 있다. 이 시기는 결코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고 모든 권위에 반항하려는 경향이 있다.

 

흔히 부모들은 복종이 선(善)의 다른 표현이고 복종하지 않는 아이는 나쁜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실제론 맹목적인 복종이 아이에게 더 해롭다. 어른들이 만든 규칙에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것은 의존심만 길러 주는 결과를 낳고, 창조적인 충동을 억눌러 파괴할 수 있다. 아이는 칭찬 받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해서라도 주목받으려 한다. 만일 아이가 눈에 띄게 착하지 않다면, 그만큼 눈에 띄게 나쁠 가능성도 커진다.

 

아이들의 성장단계에 따른 심리적 특성을 짚으면서 부모와 교사들이 주의해야 할 점을 들려주는 이 책은 체벌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 시대, 왜 억압적인 권위가 아닌 인정과 공감이 필요한지, 이를 실천으로 보여준 한 교육운동가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지데일리/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