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구제역으로 400만 마리에 가까운 소와 돼지가 산채로 땅에 묻혔다. 이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동물들의 생명과 권리를 경시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만일 인간과 유전자 구조가 비슷한 돼지 안에 서식하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도 병을 일으키는 유전형질로 변이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수천만 명이 죽는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의학도 발달됐지만, 오히려 지금은 사람들 간의 교류와 접촉을 통제할 수 없고, 인류 전체 이동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질병이 퍼지는 속도는 상상하기 어렵다.

 

*음식이 몸이다, 이기영, 살림

 

한때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광우병과 조류독감 역시 단순한 자연재앙이 아니다. 이는 근대화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 육식 중심의 식습관, 그리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어온 물질문명 중심의 가치관이 만들어 낸 인재다. 보다 빨리 성장시키고, 보다 많이 살찌우게 하기 위해, 똑같은 사료를 먹여 축사에서 밀집해 키우는 행위는 이러한 재앙을 불러낸 큰 이유다. 가축들을 이렇게 공장에조서 제조하듯이 키우면 동물들의 면역력은 크게 떨어져 전염병이 돌면 순식간에 수천, 수만 마리가 몰살당한다.

 

환경운동과 함께 음식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과학자인 이기영 교수(식품공학과)는 <음식이 몸이다>에서 음식을 동양적, 우주적 관점에서 과학의 도구를 이용해 말한다. 우리 몸과 지구는 음식을 통해 소통하는데, 이 음식이 바로 태양에서 온 에너지로 우주와 지구생태계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음식은 매우 소중히 여겨져야 하므로 대량생산돼도 안 되고 혀의 감각적 쾌락을 위해 함부로 취해선 안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 결국 광우병은 풀을 먹는 소에게 억지로 양고기를 먹인 것이 화근이 되어 인간이 자초한 생태계 파괴에 대한 자연의 준엄한 보복인 셈이다. 프리온이든 바이러스든 병원체는 숙주에서는 대부분 탈을 일으키지 않고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독성이 강해 숙주가 죽어버리면 자신도 멸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이즈 바이러스 역시 원래 숙주인 아프리카 원숭이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데 사람에게 옮겨오면 치명적인 면역결핍 증세를 일으킨다. 조류독감도 마찬가지다. 원래 야생조류들은 조류독감에 걸려도 그저 약간의 감기증상만 보이는데 이것이 집단으로 사육되어 면역력이 떨어진 닭이나 오리에게 옮기면 치명적인 병원성을 보인다.

 

지은이에 따르면, 자연스러운 먹이사슬을 유지하는 야생동물들에게 비만은 없다. 그러나 자연의 먹이가 아니라 살을 찌우기 위해 자극적인 맛으로 가공된 사료를 밤낮 게걸스럽게 먹는 가축은 모두 비만이다. 그런데 자극적인 맛을 내기 위해 정제한 흰 밀가루와 지방이 많은 육류를 식용유에 튀겨 만든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비만에 노출된다. 이런 음식은 가축사료와 다를 것이 없다. 이러한 가공음식은 식재료 고유의 향이나 맛, 색소 성분과 식이섬유들이 대부분 제거되거나 파괴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생물체라면 어디에나 들어 있는 당질과 지방질 등의 에너지를 추구하는 동물적 본능만을 자극한다.

 

자연의 법칙을 버리고 자본의 논리를 따른 대가는 서서히 우리의 삶을 잠식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비만으로 병을 키우고 있으며, 원래는 없었던 당뇨나 고혈압, 암과 같은 문명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름지고 달고 보기 좋게 만기 위해 영양가가 다 망가지고, 방부제를 첨가한 음식을 먹게 된 결과다. 그러나 우리 몸의 유전자는 아직도 수만 년 전 원시의 시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여전히 원시 생활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원시 생활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러한 병을 극복하기 위해 참살이 먹을거리를 섭취해야 한다.

 

✔ 인간의 탐욕을 위해 과학기술로 자연을 마음대로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다시 자연에서 가축을 키우는 소규모 유기농 목축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매일 식탁에 오르는 먹을거리들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들을 먹을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아야 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결국 우리의 몸이 된다.

 

지은이는 수십 년간 연구한 논문과 전문 자료를 근거로 다양한 사례를 들어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의 병폐를 밝히고, 육식이 가져오는 문명 종말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참 삶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음식을 소개하면서, 이 먹을거리를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