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찾는가>는 지난 2005년 독일 뮌헨의 괴테 연구소에서 있었던 바른생활상 수상자들의 감동적인 연설이 담겨 있다. 아울러 최근 수상자들의 근황과 인터뷰를 함께 수록하고 있다.



*희망을 찾는가, 게세코 폰 뤼프케 외김시형, 갈라파고스.



우리는 길을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목적지도 분명히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언제 거기 도착할 지는 짐작이 안 갑니다. 가끔 마틴 루서 킹이 사람들에게 한 말이 딱 내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축복의 땅이 눈앞에 보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여러분과 함께 그곳에 도착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곳에 도착하지 못한다 해도, 내가 그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 목적지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하던 일을 계속 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며 남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또 반대로 그들한테서 힘을 얻어야 합니다. 목적지에 다다르려면 아주 오래 걸릴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계속 걷는 것’이 중요한 거죠!. 길을 아는 사람은 결코 지치지 않아요.


스웨덴의 우표 수집가 야코프 폰 윅스퀼은 이미 ‘해법을’ 아는데도 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건지, 왜 세상이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는 건지 항상 의아했다고 한다. 


나아가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알록달록한 우표들이나 모으며 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가진 우표를 모두 팔아 기금을 마련한 뒤, 노벨상 선정위원회에 환경과 인권 분야의 상을 추가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1980년 ‘세계에서 가장 정의로운 상’이라 평가받는 바른생활상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노벨상 측의 고사로 비록 노벨 인권상, 노벨 생태학생은 나오지 못했지만, ‘원조’보다 훨씬 정의롭고 진실된 ‘대안’ 노벨상이 탄생한 것은 차라리 축복이었다. 


무엇보다 이 상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떤 상을 대신하는 상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기득권에 사로잡힌 거대 상이 제시하지 못하는 삶의 대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실천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상은 오늘날 명실공히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 보호, 종 보호, 평화 정책 등의 분야에서 가장 의미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인권 분야에 기여한 공로는 각별하다.


1987년 대안 노벨상 수상자이자 ‘평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갈퉁은 학문의 한 분야로서 평화 연구를 창시하고 정착시켰으며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을 찾아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침으로써 갈등 해소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흑백의 이분법적 사고’가 갈등을 심화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모든 문제는 전체를 내려다보는 고차원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갈등 해결 전략 중 가장 유효한 것이 ‘기본 욕구’의 충족임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생존권, 자유, 안전, 정체성 등 삶의 가장 근간이 되는 요소들이 갈등을 유발하는 대부분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적시한다. 


기본 욕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인간다운 세상이 요원하다는 그의 목소리는 사회 곳곳이 기초적인 사회 안전망 부재로 늘 시끄러운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1983년 대안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만프레트 막스 네프의 이야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는 당장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의 상황을 어떻게 하면 나아지게 만들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맨발의 경제학’을 이야기하며, 인간다운 삶보다 성장과 경쟁만을 강조하는 지금의 신자유주의 모델이 가까운 시일 내 반드시 붕괴할 것이라는 묵시론적인 발언을 남긴다.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위해서는 거대화된 경제, 수치로만 가늠되는 경제에서 벗어나 ‘작은 것의 경제’, ‘인간적 차원의 경제’, ‘공동체의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이 없어도 풍요롭고 행복한 사회를


거대 기업들의 약탈과 착취, 끝없는 소비 조장은 이미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삶을 걷잡을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1993년 대안 노벨상을 수상한 인도의 물리학자 반다나 시바는 생명공학의 무분별한 팽창을 비판하며 생명공학의 발전이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것이라 주장하는 자들의 망상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는 이 책에서 “유전자 조작을 위시로 한 생명공학이 실은 대단히 불확실하고 위험한 것”이라며 “오로지 소수의 가진 자들을 위해서만 봉사할 뿐 대부분 서민의 삶에는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증언한다.


1985년 수상자인 캐나다의 팻 무니는 기업형 농업과 그로 인해 말살 위기에 처한 전통적 지역 구조와 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역시 반다나 시바처럼 유전자 산업의 위험과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경고하며,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고 적극적으로 운동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최근엔 전 세계를 유행병처럼 휩쓸고 있는 나노 공학의 위험성을 조사하고 알리는 데 전력을 쏟고 있는데, 너무 작은 부분, 즉 ‘물질의 핵심’을 건드리기에 엄청난 위험을 내재하고 있는 이 기술에 대해 경고한다.


작고 사소한 일이 때로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든다는 믿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나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믿음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들도 대안 노벨상 수상자들의 입을 통해 펼쳐진다.


1984년의 대안 노벨상 수상자이자 그로부터 20년 뒤 노벨 평화상을 거머쥔 케냐의 생물학자 왕가리 마타이는 1977년 황량한 사막으로 뒤덮인 자신의 조국에 다시 울창한 숲이 들어서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상징적으로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후 그의 작은 행동은 지속적인 나무 심기 운동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아프리카 전역에 ‘그린벨트 운동’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오늘날 케냐의 삭막한 대지에만 총 3000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푸른 잎을 드리웠고, 소소했지만 선구적이고 혁신적이었던 그의 실천은 토양 침식을 중단시킨 것은 물론, 일자리를 창출하고 여성들의 자의식을 높이는 등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혁을 몰고 왔다. 


“목적지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남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또 반대로 그들에게서 힘을 얻어야 한다”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거대한 조직이나 권력이 아닌 한 개인의 확고한 신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가치 혁명과 새로운 영적 기준이 없으면 지금 사회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오히려 체계가 우리를 삼켜버리겠죠. 이 모든 세계화 문제를 광범위한 맥락 안에서 보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정치 ㆍ경제적인 측면과 대치할 때는, 그 일이 인류 전체에게 하나의 영적인 과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둘러보다 보면, 세계화가 우리에게 들이미는 심오한 질문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본성은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이란, 자연의 본성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구하지 못하면, 다른 세계의 비전은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 모든 혁명의 가슴은, 바로 가슴의 혁명이어야 합니다.


대안 노벨상의 제정자 야코프 폰 윅스퀼은 책에서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짊어져야 할 내일의 책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미래를 위해 써야 할 비용을 전부 저당 잡힌 채 자연 유산들을 마구 파괴하며 어떻게든 성장이나 하려 드는 현재의 세계를 가슴 아파한다. 


그는 그러나 “인간은 악마이기도 한 동시에 천사”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우리에겐 이미 여러 문제를 해결할 지식과 기술, 노동력이 있음을 강조한다. 다만 더 나은 세계를 원하기만 하면 되며, 해결 방법을 익히고, 서로를 향해 장벽을 쌓는 일을 그만두기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경제성장과 개발, 물질만능주의의 신화를 극복하고, 이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한주연기자 82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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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Pay It Forward(2000)>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