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우리의 이웃으로, 같은 하늘 아래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대부분 잊고 산다.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은 독거노인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이 TV와 신문 지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질 때에만 반짝 관심을 가질 뿐이다. 하지만 이 분들의 삶은 우리와 무관한 삶이 아니다.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이 분들의 지나온 삶을 듣고 있노라면,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우리 부모 세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21세기 무한 경쟁과 극심한 빈부격차, 높은 실업률 등 자본주의의 불안한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년의 독거의 삶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미지_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김혜원, 오마이북.jpg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김혜원, 오마이북.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서울에서 외롭고 가난하게 살고 있는 독거노인을 인터뷰한 책으로, 지난 2009년 9월부터 12월31일까지 신문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총 17편의 기사을 엮은 것이다. 당시 시민기자 김혜원은 12명의 독거노인을 만나 이들의 살아온 삶과 현재의 삶을 인터뷰한 기사를 연재했다. 신문 홈페이지 쪽지함에는 기사를 보고 어르신들을 후원하겠다며 계좌번호를 문의하는 내용이 쇄도했고, 후원 창구가 된 복지법인 ‘우양재단’에도 어르신들의 안부와 후원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다.

 

✔ 이들의 외로운 삶과 고독한 죽음에 우리는 정말 아무 책임도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일까. 병들고 가난하고 외로운 독거노인들은 누구도 아닌 내 부모 세대의 모습이며 훗날 나의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차마 꺼내기 어려웠던 독거노인들의 삶을 이렇게라도 들추어내어 알리려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이 사회적 배려와 관심, 지원의 결핍으로 매일을 죽음과 도 같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외로움과 싸우며 지내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라기 때문이며 이들에 대한 공동체적인 대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거노인 기획취재 기사에 쏟아졌던 관심과 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어르신들을 보충 취재해 글을 보강했고, 신문사 사진팀이 두 달간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면서 그 분들의 사는 모습, 웃음과 눈물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책에 등장하는 독거노인들의 삶은 구구절절하고 파란만장한 사연들로 가득 차 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가난과 싸우며 어렵게 살았던 어린 시절, 원치 않았던 결혼 생활의 실패, 자식에게 버림받은 슬픔, 자식에게 이어진 가난이 자기 때문이라는 자책, 그리고 언제 허물어질지, 쫓겨날지 모르는 지하 월세방에서 정부 보조금, 복지단체 지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외롭고 힘겨운 삶이 책에 담겨 있다.

 

사람이 고프고 정이 고프고 마음이 고프다

 

✔ 너무 고마워. 나같이 냄새나고 구질구질한 늙은이를 누가 이렇게 찾아와주나. 그래도 사람 집에는 사람이 드나들어야 사는 것 같은데. 쌀도 좋고 김치도 좋지만 아무것도 안 가져와도 좋아. 그냥 한번씩 얼굴이나 보여줘. 그래, 이제 가면 또 언제 오려나? 늙은이 잊지 말고 자주 찾아와.

 

국가에서 지원하는 생활비 보조마저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의 겨울은 더욱 혹독하다. 반찬값이라도 벌 수 있었던 공공근로나 노인 일자리사업도 동절기에는 중지되고, 폐지나 박스 줍기 역시 영하의 추위 속에서는 할 수 없다. 정부나 복지단체가 도와주지 않으면 추위와 배고픔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외로움 또한 독거노인을 괴롭히는 마음의 상처다. 젊음도 건강도 재산도 없는 독거노인들을 이제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자꾸 말씀하신다.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잊지 말고 자주 찾아와달라고.

 

지은이가 습하고 어두운 반지하방에서 얼마 남지 않은 노년의 삶을 외로움과 가난, 질병을 벗 삼아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의 삶을 책으로 묶어낸 이유는 단지 측은한 삶을 드러내 값싼 동정을 이끌어내자는 것이 아니었다. 사는 모습과 생김새는 달라도 우리의 부모와 너무나도 닮아 있는 그분들 삶에 대한 연민과 존경 때문이었다. 또 지나온 그분들의 삶을 통해 독거노인이 된 지금의 외로운 삶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인생의 어디쯤에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데일리/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