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소비하면 우리는 행복할까?>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으로부터 출발해 경제성장의 어느 단계에서는 반드시 가족 소비, 브랜드 소비로 대변되는 ‘소비=행복’이라는 메커니즘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소유하려 하고 소비하기 위해 애쓰지만 그럴수록 행복에서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나아가 ‘소비=행복’ 공식과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롭게 싹트고 있는 행복 스토리의 징후들을 소개하며, 소비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 그 자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더 많이 소비하면 우리는 행복할까, 야마다 마사히로 외, 홍성민, 뜨인돌



“행복을 약속하는 상품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바로 이것이 풍요로운 사회의 빈곤이자 불행이다. 그렇다면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하는 상품’이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 가이드라인이란 ‘스토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런 상품을 사면 행복해진다’고 하는 스토리가 존재하면 우리는 그 스토리 안에 살면서 그 스토리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저것만 가지면 행복할 텐데, 딱 저것만 가지면 진짜 행복할 텐데…’. 누군가는 이 말을 내심 습관처럼 되뇌일 때가 있을 것이다. 


‘저것’은, 10대 청소년들에겐 최신형 스마트폰일 수도 있고, 남편이 매달 벌어다 주는 쥐꼬리 같은 월급을 쪼개고 또 쪼개 살며 ‘파격할인’ 상품만 찾아 옷이나 가방이나 신발을 사야 하는 30대 주부에겐 명품핸드백일 수도 있고, 중소기업에서 박봉과 퇴직 압력에 시달리는 40대 직장인에겐 강남의 노른자 상권에 위치한 40평대 아파트나 최고급 승용차일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저것’들을 이루면 저절로 행복해질까.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이유는 애초부터 ‘소유=소비=행복’ 공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틀린 공식에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시간을 들여가며 숫자를 대입해도 100퍼센트 틀린 답만 나오듯 행복 역시 마찬가지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정확한 공식을 찾는 일로부터 문제풀이를 시작하듯 행복의 고수들 역시 올바른 행복 공식을 세우는 일로부터 행복 찾기를 시작한다.


소비할수록 행복과 멀어진다면


무엇보다 맹목적인 소비는 더 이상 당신을 행복으로 이끌지 못한다. ‘소비=행복’ 공식대로 신기루처럼 행복을 좇으며 살아 왔는데, 여전히 행복하지 못하다면 당신의 그 행복 공식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잘못된 공식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소비=행복’이라는 공식이 왜 잘못된 것인지, 또 왜 우리가 그토록 행복을 갈망하며 행복해지기 위해 소유하고 소비하는 일에 몰두해 왔음에도 오히려 행복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근대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효용은 행복이고 노동은 고통이다. 본래 근대사회는 소비사회로 출발했기 때문에 소비하기 위해 생산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원칙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되는 상품을 갖지 못하면 행복해지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주장에 따르면 근대사회에서의 빈곤이란 “계속 구입할 수 없게 된 상태”라고 한다.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되는 것이 곧 빈곤이자 불행이라는 얘기다. 사람이 배고픔과 추위로부터 벗어나도 빈곤함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질적인 풍요와 행복지수는 어느 정도나 일치할까. 일본 광고회사 덴츠종합연구소 특별 프로젝트팀 덴츠해피니스팀이 지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3년간 전 세계 97개국을 대상으로 1인당 개인 행복지수를 심층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즉, 1만 달러까지는 1인당 GDP가 증가할수록 행복지수도 커지는 비례관계가 나타나지만, 1만 달러를 돌파하면 그 관계가 차츰 불규칙해지다가 마침내 연관성이 사라진다는 것. 이는 곧 1인당 GDP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민의 행복지수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돌파한 사회, 즉 뭔가 결핍된 상태를 먼저 경험하고 그것이 충족되는 과정을 통해 행복을 얻는 단계를 이미 거친 사회에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행복을 얻으려 할까. 이 단계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행복을 주는 상품을 계속 구매하는 것=행복’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되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소비함으로써 행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루이비통’으로 대변되는 명품 핸드백이나 ‘벤츠’ ‘BMW’와 같은 최고급 승용차에 집착하는 것은 바로 이런 욕망과 맥을 같이한다.


문제는 ‘소비=행복’ 메커니즘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잡으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현대사회가 거품경제시대를 지나 제로성장사회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행복을 주는 상품을 계속 구매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공식의 한계를 깨닫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되는 획기적인 상품 개발이 아니라 행복 자체에 대한 좀 더 진지하고 성숙한 접근, 즉 새로운 행복 패러다임이다. 무엇보다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상품 너머에 있는 행복을 얻는 것이 아니라 행복 자체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중심이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