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립대학인 ‘한국3대학’을 등록금 한 푼 안 내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저소득층 학생생활보조금으로 매월 30만원을 받을 수 있고, 한 학기 30만원 정도면 정부가 건립을 지원한 학교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생들이 막다른 선택을 하거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태는 옛날 얘기가 돼버렸습니다. 당연히 등록금 부담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하는 학생들도 거의 사라졌고요. 대신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더 열심히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면 우리 대학 동문들이 지역에 설립한 바이오벤처 회사에 취직할 예정입니다. 저희 대학을 졸업한 동문들이 5년 전 설립한 그 회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직원들 채용이 늘고 있거든요. 정부의 지원으로 산학연 혁신클러스터가 활발히 추진돼 저희 학교를 중심으로 많은 지역 벤처기업들이 생겨나서 활발한 경제생태계가 꾸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이태백’이나 ‘청년실신’ ‘알부자족’ 같은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미지_ 세금혁명, 선대인, 더팩트.JPG *세금혁명, 선대인, 더팩트.

 

2025년 즈음엔 우리나라 대학생들 가운데 이런 학교생활을 하는 청년이 얼마나 될까. 아니 이것이 현실 가능한 이야기일까.

 

언젠가 이기수 고려대학교 총장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교육의 질에 비해 매우 싸다고 한 적이 있다. 물론 그에 말처럼 실질 등록금으로 비교하면 확실히 저렴한 편이다. 실제 비용 기준이라면 베트남과 체코 등의 대학 등록금과도 비교할 수 있다. 만일 국가 간 국민소득 기준에 따라 비교해 본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세금혁명>에서 실제 등록금은 하버드 대학이 단연 제일 비싸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학금을 차감하고 나면 실질등록금은 GNP의 29% 정도라고 설명한다.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하버드는 학생 2만 222명인데 교수가 1만 1022명, 연세대는 학생 3만 7967명인데 교수는 4178명이다. 적은 교수로 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우리나라 다수 대학들의 교육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하버드대학의 경우 등록금 수입이 전체 수입에 20%, 게이오대는 등록금 수입이 전체의 18.2%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사립대의 경우는 전체 수입의 68%가 등록금에서 나온다. 게다가 교육부령에 따라 사립대는 예산이나 추경 예산 없는 적립금은 쌓을 수 없도록 돼 있는데도 지난 2004년 이후 매년 전체 운영 지출 예산의 10%가 넘는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이 적립의 목적은 연구나 장학사업을 위학 것이 아니라 ‘건축기금’이라고 한다. 지은이는 만일 이 돈을 장학금과 등록금 감면을 위해 썼다면 매년 6~7% 씩 올려온 대학등록금은 전혀 인상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국민연금 ‘큰일 났다’

 

2050년, 지금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55세가 되고, 현재 26세인 사람들은 65세가 된다. 26세의 사람들은 2050년부터 국민연금을 받으실 수 있다. 얼마나 받을까. 2010년 연금 지급액 73만9000원에 매년 평균 물가 상승률을 3%로 가정했을 때 월 234만 원씩 받으실 수 있다. 연봉으로 하면 2809만 원다. 지금 월급보다 많다고 좋아하시는 사람들이 있을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 인구는 현재 인구보다 13% 적은 4176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그 중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35% 정도인 1461만 명에 달하게 된다. 고령화 사회 기준이 14%로, 노인들이 아주 많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들 모두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 낙관적으로 잡아 1200만 명으로 하고 위에 계산한 비용을 계산해보면 2050년에만 337조 원을 연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2050년에 이 같은 액수를 지급하기 위해선 할인율을 3%로 가정했을 경우 1경1234조 원의 연금기금이 적립돼 있어야 한다. 이를 역산해서 2010년 시점에서 현가를 계산해보면 3444조원이 적립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2010년 말 현재 실제로 적립된 연금기금은 320조 원에 불과할 뿐이다. 이 차이를 메우는 것은 현재의 우리다. 2050년에 55세 퇴직을 앞두고 있는 현재 중3 학생들과 40세가 되는, 지금은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들이 다 채우고, 메우고, 갚아야 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연금의 문제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야기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예고된 재난 ‘막을 수 있다’

 

“저는 두 달 전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했습니다. 다니던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진 탓에 저 말고도 인력의 20% 정도가 함께 퇴직했습니다. 하지만 퇴직 6개월 전부터 회사로부터 제가 하던 일을 살려 전직할 수 있는 직장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정부의 연계된 전직훈련 프로그램도 무료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또한 퇴직하더라도 6개월 동안은 취업 당시의 약 80%, 그 후 추가 12개월 동안은 60%의 생활유지수당을 받기 때문에 크게 불안한 마음은 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미래를 향해 재충전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직훈련 과정에서 몇 군데 관련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아마도 6개월 이내에 재취업할 수 있을 겁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있고, 아이 아동수당도 있으니 당장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친환경식단으로 의무급식을 하고 피아노와 미술, 음악, 로봇교실, 태권도, 수영, 인라인, 축구, 야구 등과 같은 방과후 프로그램도 무상으로 제공하니 따로 돈 들일이 크게 없습니다. 영어와 수학의 경우 학교 교사들이 방과 후에 뒤떨어진 아이들을 위해 양질의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학원에 따로 다니는 아이들은 요즘 드뭅니다. 제가 하루 빨리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만 남아 있는 셈이지요. 힘을 내야겠어요.”

 

2025년에 기대해 볼만한 가상의 시나리오다. 물론 현재로서는 아득한 상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재 이런 상태에 이른 나라들이 현실에 존재한다.

 

지은이는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온 나라가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 저력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을 위해 국민 세금을 허튼 곳에 쓰지 않고, 세금을 제대로 걷고 제대로 쓰면 얼마든지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상을 바꾸면 사람들의 삶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남는 사회구조를 만들 것인가, 잘못된 구조 속에서 각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칠 것인가, 책은 이 모두가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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