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억압적인 분위기 속, 판에 박혀버린 학교의 모습에 적잖이 실망하면서도,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하게 그곳에서 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 시간에 쫓겨 가면서 아침밥을 거른 채 학교로 ‘출근’한 아이들의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는 허울뿐인 학교 현실의 이면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 이철수 외, 철수와영희.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라는 스페인 철학자는, 원시인과 고대인은 항상 자신을위협하는 외부 세계에 신경을 쓰느나 자신의 내부에 간심을 돌릴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고대인들이 외부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내부를 갖지 못했다면,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물질 문명에 관심을 빼앗긴 나머지 자신의 내부를 돌볼 여유를 갖지 못한 채 고대인과 같이 ‘내부가 없는 존재’로 살아간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입이라는 외부의 목표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소진당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자신의 내부를 갖게 되는’ 중요한 문제의식을 청소년기에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소년기의 일과 노동이 대부분 공부임을 감안한다면, 이 시기 자신의 내부를 돌본다는 가치 아래,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가며 무엇을 배우고 알게 됐는가는 그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비롯해 공부 방법과 공부 대상의 변화, 관심과 취미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삶이라는 미완성의 작품을 완성시켜 가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해 청소년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기획된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 이 책은 직업 선택을 비롯해 교과서 문학 작품에 나타난 노동 이야기, 청소년 노동 인권과 같은 주제를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예비 취업생인 대학생들과 중ㆍ고등학생들이 알아두면 유익한 일과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에서 진행된 강좌의 첫 강연집으로, 판화가 이철수, 사회 선생님 박현희, 국어 선생님 송승훈, 청소년 인권 운동가 배경내, 노동 운동가 하종강 등의 일과 노동에 대한 이야기다. 이를 통해 취직과 생존을 위해 메말라가는 청소년들에게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 지위가 높거나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자신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비정상적 현상이에요.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일수록 지위가 높거나 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 교장 선생님도 판사도 변호사도 외교관도 경찰도 군인도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우리 사회도 조금씩 그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변화예요.

 

직업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상상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직업이 될 수 있으며, 진정으로 열망하면 그것이 미래가 된다고 이야기하는 이 책은 청소년들도 ‘일터에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지위가 높거나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자신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비정상적 현상이라면서 일과 노동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기획한 길담서원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인문학 공부 모임도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학부모의 제안으로 청소년인문학교실을 시작했다. 길, 일, 돈, 몸, 밥에 대한 강좌를 진행했다. 앞으로 집, 품, 땅, 불, 물, 똥, 힘, 꿈, 숨, 말, 눈, 앎, 삶과 같은 다양한 주제로 강좌를 열고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지데일리/YO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