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로 ‘경제적 약자’라는 울타리 속에 자신을 가두곤 한다. 하지만 ‘경제’라는 거인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88만 원 세대’에 공감하고, 스스로를 ‘워킹푸어’라 자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걸림돌 앞에 주저앉으면서 약자임을 자처해야 할까.

 

경제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 사회와 내가 처한 현실을 파악하기는 너무도 어렵고, 그 안에서 살아가기란 더욱 어렵다. 정치와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떠나 인간을 둘러싼 가장 기초적인 환경, 즉 공기나 물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기와 물의 중요성을 망각하듯,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경제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 그저 주어진 현실 속에 자신의 인생을 맡겨 버리곤 한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은 물론 미래까지도 지배하고 있는데 말이다.

 

*미네르바의 경제전쟁, 박대성, 미르북스.

 

우리의 경제상황은 순탄치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를 괴롭히는 경제적 악행과 비뚤어진 현실 앞에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이 처한 경제적 현실을 직시하고 명확한 목표를 세워 걸림돌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미네르바의 경제 전쟁>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잦은 휴학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더 고단한 생활을 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아이들 사교육비에다 해마다 껑충 뛰어오르는 전셋값 마련으로 허리가 휘고,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은퇴 후 삶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찔한 어두운 대한민국의 경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 진심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일자리와 관련된 제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우선 모성 보호 관련법 위반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의 후진적인 야근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프랑스처럼 국영 탁아소를 운영하는 식의 체계적인 보육 시스템이나 육아 지원 제도에 대한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10년 후 한국의 미래는 지금의 일본과 다를 바 없다.

 

✔ 국민연금은 시행 초기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현재 일반 국민들이 갖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인 시각은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 제도의 재정 위기는 정부와 공단이 적립한 기금을 잘못 운영했다기보다 제도 도입 당시에 잘못 설계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도입 당시 ‘조금 내고 많이 받는다.’는 정치 논리가 작용한 결과, 본격적인 연금 지급이 시작된 2008년 이후, 25년이 되는 2031년이면 40여 년간 적립한 기금이 고갈된다는 시뮬레이션이 도출된 것이다.

 

✔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로 제2차 금융 위기 상황이었던 지난 2008년 기준 한국의 GDP는 1,024조 원 규모였다. 이 중에서 지하경제로 유통되는 자금의 액수가 270조 원이다.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규모는 GDP의 27.6%로, 만약 여기에 정상적인 조세부담률인 20.8%를 적용한다면 연간 56조 원의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 금액이 탈세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책은 우선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와 소매업의 피폐화, 저신용의 늪에 빠진 사람들을 먹이 삼아 진화하는 사채시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성장 중심 경제를 표방해 온 경제의 역습이자 외면하고픈 현실로, 눈에 보이는 암울한 상황보다 더 위험한 것은 주식과 펀드, 보험, 연금과 같은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말한다. 꼼꼼한 비교 분석 없이 선택한 펀드, 약관 한 번 제대로 읽지 않고 설계사의 권유로 가입한 보험, 월급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간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경제 현실이 전부이고, 그것이 과연 진실인지 다양한 도표를 제시하며 분석하고 있다. 현재 경제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되짚고 해결책을 찾는다. 특히 복잡다단한 경제 이슈와 변수 가운데서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단초들을 통해 우리가 처한 경제 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지데일리/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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