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는 이 책에서 특히 ‘검은 백조에 강인한 사회를 위한 10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 그의 책 <블랙 스완>이 사건과 영향을 보여줬다면, 이 10가지 원칙은 블랙 스완이 존재하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다. 그 중 몇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하나, 눈을 가린 채 스쿨버스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사람에게 새 버스를 주어서는 안 된다. 기존 경제계는 2008년 시스템 실패로 정당성을 잃었다. 이 혼란에서 그들이 우리를 구해줄 수 있다고 믿은 것은 무책임하고 바보 같은 짓이다. 우리를 파산으로 몰고 간 척도들을 여전히 선전하는 경영대 소속 학자들과 위험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 역시 무책임한 짓이다.

둘, 인센티브 보너스를 만든 사람에게 원자력발전소나 금융 위험관리를 맡기지 말라. 이런 사람은 보수적이라고 자칭하면서도 수익을 보여주기 위해 안전을 위한 모든 경비를 줄일 것이다. 보너스는 위험을 위한 여분을 두지 않는다. 우리를 이 지경에 빠트린 것은 보너스의 비대칭성이다. 역逆 인센티브 없이는 인센티브도 안 된다. 자본주의는 보상만이 아니라 보상과 처벌을 함께 주는 시스템이다.

셋, 다이너마이트에 경고 표시가 붙어있어도 아이들에게 주지 말라. 복잡한 금융상품은 금지되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 상품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것을 알 만큼 충분히 합리적인 사람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자신들로부터, 시민들에게 헤징 상품을 파는 은행가들로부터, 경제이론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규제자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블랙 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김현구, 동녘사이언스.


코끼리는 나이 많은 할머니 코끼리를 존중한다고 합니다. 코끼리는 모계사회여서 나이가 가장 많은 할머니 코끼리에게 많은 권위를 준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할머니 코끼리가 특별히 몸도 안 되고 새끼도 못 낳지만 코끼리들이 할머니 코끼리를 봉양하면서 모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코끼리에게 MS워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코끼리는 지식과 지혜는 있지만 연장자의 머릿속에 담겨 있습니다. 다행히 이것저것 경험한 코끼리는 알츠하이머가 없다고 합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좋은 것 먹으니까요. 그래서 나이 많은 코끼리가 권위도 있고 ‘저거 하지마’라고 말할 권한도 있습니다.


지은이는 지난 2009년 ‘제10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블랙 스완과 함께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그의 발표는 유명한 칠면조 이야기로 시작한다. “칠면조 한 마리가 있습니다. 푸줏간 주인이 1000일 동안 매일 맛있는 먹이를 주고 정성껏 돌봐주자 자기를 끔찍이 사랑한다고 착각하죠. 그러나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1001일이 되는 날 주인에게 목이 날아가는 순간 ‘아차, 속았다’ 싶지만 이미 늦은 거죠.”

지은이는 “블랙 스완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파급 효과가 큰 사건”이라면서 “비록 사람들이 예상하지는 못했어도 나중에 그 사건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금융위기 때 1만 년 만의 위기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100년도 채 못 사는 인간이 1만 년 만의 위기라는 것을 어찌 검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금융회사들이 1000일 동안 착각했던 칠면조처럼 굴었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블랙 스완은 극단적인 사건을 가리키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전혀 불가피한 것도 아니었다는 해석이다. 엄청난 위험이 도처에 널려있지만 도구를 잘못 선택해서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지은이는 블랙 스완에 대비한 전략으로, 모델보다 경험을 믿고, 부정적 조언에 주목하며, 과도한 낙관을 경계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기기보다 실수를 피하라고 주문한다. 그는 “체스경기를 잘 관찰해 보면 초보선수들은 이기려고 애쓰지만 노련한 고수들은 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실수만 피해도 꾸준히 노력하면 일류보다 앞서가고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