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 없는 삶이래도 아쉬울 건 없다. 맑은 계곡물의 포말에 제 몸을 씻기고 또 씻기며 쏟아지는 하늘빛을 널찍한 손바닥으로 감사히 받아든다. 끝내는 빈손이지만 자연이 주는 것 외에는 손 벌리지 않는다.”

 

‘척박한 땅의 꽃이 더 향기롭다’는 말이 있다.

 

로키산맥 해발 3000미터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 바이올린 나무는 곧게 자라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으로 자라난다. 그 모습은 마치 시련을 견뎌내고 있는 수도자의 모습과 같다. 세계에서 가장 공명 있는 명품 바이올린은 오직 이 나무로만 만들어진다고 한다.

 

 

*아침 수목원, 이동혁, 21세기북스

 

우리의 인생도 바이올린 나무를 닮은 것 같다. 무릎 꿇고 있는 모습으로 몸을 웅크린 채 살아가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악기가 들어 있다.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자연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수많은 사연과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오직 자연 속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풀꽃나무 칼럼니스트이자 생태안내자인 이동혁은 <아침 수목원>에서 연약한 우리의 인생도 모든 시련을 견뎌낸 저 나무 같기를, 죽은 가지에 다시 피어나는 저 꽃 같기를 바란다.

 

지은이가 만난 숲의 생명들은 때로는 웅장한 모습으로 높아진 마음에 낮아짐을 가르쳐주고, 때로는 앙상한 가지에 연약한 꽃들을 피워내며 다시 시작하라고 손짓했다. 이 책에는 그가 오랜 시간 묵묵하게 피어내는 꽃을 따라 걸어간 길, 그곳에서 발견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화살나무는 알고 있다.

화살을 쏘기 전에 자신의 몸부터 바르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러지 않으면 그 화살이 튕겨져 나를 쏠지 모른다는 것을.’

 

이 책은 인생을 엮는 6가지 테마로 숲의 질서에서 삶의 질서를 발견한다.

 

우선 좋은 향기로 소문나는 백리향, 미학적인 거리를 아는 분꽃나무, 환하게 웃어줄 줄 아는 함박꽃나무 등 숲을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준다. 이어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사는 갯무, 바위보다 단단해진 풀 암대극, 버리고 또 버리며 단순하게 가볍게 사는 땅채송화 등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책은 오랜 준비 끝에 피는 미선나무, 남다른 결과를 낼 줄 아는 연영초, 해를 따르는 삶을 사는 순채 등 빛을 닮기 위해 빛을 바라다보는 삶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시퍼런 생명력을 가진 조릿대, 죽기보다 살기를 선택하는 돌나물, 환경에 맞게 변신하는 솜나물 등 벼랑 끝에서 살아가는 지혜와 함께 바다를 사랑해 모진 해풍을 견디는 해당화, 바위와 하나가 된 매화말발도리, 나를 사랑하는 수선화 등 그들처럼 사랑할 줄 아는 삶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인간의 모든 행동을 묵묵히 품어주고도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는 숲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삶을 살 줄 아는 풀꽃나무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네들의 아우성을 들어보면, 어쩌면 그들이 언제나 우리를 가르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