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 적당한 용기와 훌륭한 유머가 있고 감사하는 삶,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면서 많이 걷는 삶이야말로 우리를 진짜 완전한 세상으로 이끌어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스콧 니어링 부부 등 자연 안에서 자발적 가난을 실천한 사람들. 많은 사람이 이들의 목소리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처럼 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소로와 니어링 부부는 도시 문명을 떠나 의식적으로 간소한 생활을 하며 그 기록을 책으로 남겼다. 19세기와 20세기에 쓰인 이들의 작품은 21세기 들어 생태 위기가 심화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류 매체들은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검소하게 사는 삶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단순한 삶’이란 대다수 도시민들이 현실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이상적’이긴 하지만 금욕적이고 가난한 생활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단순한 삶, 두에인 엘진, 유자화, 필로소픽

 

그렇다면 이들이 주창한 ‘단순한 삶’의 양식을 현 시대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나는 일주일에 40시간씩 노예처럼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주일에 20시간만 일하는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 일을 하고 있다. 도시에서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방법과 퇴비 만드는 방법도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먹는 것과 내 소비 방식에 대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바느질과 수선, 중고 물건 구입하는 법도 배웠고, 이제 더는 고기도 먹지 않는다.

 

지난 1981년 출간된 <단순한 삶>은 ‘자발적 단순함’을 중심으로 단순한 삶이라는 생활양식을 최초로 천명한 고전으로, 단순한 삶은 시골에 은둔해 사는 것도, 가난하게 사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생태에 대한 배려와 검소한 소비, 그리고 인간의 내적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삶의 방식이 그 중심에 있다. 나아가 생태와 기술의 조화를 통해 인류의 질적 성장과 진보를 추구하는 것이다.

 

지구의 복원력을 초과하는 자연 파괴적 소비주의가 만연한 현대 문명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발적 단순함’이라는 삶의 방식을 제시한 이 책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환경, 생태, 지속가능성 담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30년이 지나 지구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급박한 문제가 된, 더욱 악화된 지구 위기의 시대에 지속가능하고 균형 잡힌 삶의 방식으로서의 ‘단순한 삶’을 거듭 강조한다.

 

지은이 두에인 엘진은 단순한 삶을 가난과 누추한 시골생활, 기술 역행으로 연결 짓는 주류 매체의 낭만주의적 왜곡을 바로잡는다. 주류 매체가 조장하는 이러한 고정관념들이 단순한 삶을 실제적이지 못하고 실현 불가능하게 느끼게 만들고, 우리가 처한 이 심각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스탠퍼드 국제연구소에서 실시한 ‘자발적 단순함에 관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따르면, 단순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56%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며, 경제적으로는 71%가 중산층, 22%가 중상층으로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들이었다.

 

지은이는 이어 단순한 삶이 경제성장이나 기술의 진보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대해, 소비재와 물질재 부문의 수요가 줄더라도 서비스와 교육, 건강관리, 도시재개발 등 공공산업 부문이 급성장하면서 오히려 지속가능성을 포용하는 경제가 번창하고 이 부문에서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아울러 인구 증가와 기상 이변, 석유와 물 부족 등 지구의 환경 변화로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 분야가 생겨나므로 그에 맞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단순한 삶이라도 그것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냐 아니면 비자발적으로 부과된 것이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그 예로 기름을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첫 번째 사람은 자발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로 선택했다. 이 사람은 덕분에 운동과 바깥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흡족하고, 더군다나 자기가 에너지 보존에 앞장서고 있다는 기분으로 우쭐하기까지 하다. 두 번째 사람은 상황이 어쩔 수 없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비싼 기름값 때문일 수도 있고, 차를 살 능력이 안 되어서일 수도 있다. 이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일이 즐겁기는커녕 페달을 밟을 때마다 마음은 분노로 가득하다. 이 사람은 편안하고 빠른 자동차를 원하며, 에너지 절약에서 얻을 수 있는 사회적인 이로움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다.

 

지은이가 말하는 ‘단순한 삶’은 가난한 시골생활이 아니다. 막연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이는 21세기의 실생활에 멋지게 맞아 들어갈 더 가벼운 생활양식으로서 누구나 자기가 있는 곳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지은이는 더불어 단순한 삶이 인류의 퇴보가 아니라 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며, 생태와 기술의 조화를 통해 인류의 질적 성장과 진보를 추구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른바 ‘전통적 생활양식’이 현대사회의 분주함 속에 잃어버린 삶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는 인간의 유아기에 나타나는 무의식적 단순함에 불과하며, 곧 들이닥칠 자본주의와 물질주의라는 변화의 바람에 필연적으로 흔들리고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은이게 있어, 자발적 단순함은 물질주의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단계에서의 무의식적 단순함이 아니라, 물질주의적 성장의 끝 간 곳에서 인류가 내면적 반성 끝에 그것을 초월하여 도달한 깨달음인 것이다.

 

또한 지은이가 말하는 단순한 삶은 생태주의의 좁은 프레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단순한 삶은 생태에 대한 배려와 검소한 소비, 그리고 인간의 내적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