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정당하게 돈을 벌고 있는 걸까, 나는 이기주의에 빠져서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나는 40대 이상 남성들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그저 그런 ‘속물’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말로만 정의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건 아닐까, 나는 혹시…’

 

유럽에서 인기 있는 대중문학 작가인 악셀 하케와 독일의 대표적인 시사 주간지 <디 차이트>의 편집장인 조반니 디 로렌초. <나는 가끔 속물일 때가 있다>는 25년지기 친구이자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 두 사람이 ‘가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고백록과 같은 책이다.

 

*나는 가끔 속물일 때가 있다, 악셀 하케 외, 배명자, 푸른지식

 

지은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명인이면서도 자신들의 꽁꽁 숨겨져 있던 약점과 이중성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솔직하게 고백한다. 고민의 출발점은 ‘사회적 책임감’이었다. 이들은 당장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층이 늘어가고, 유명 정치인들마저 권력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는 독일에서 ‘다함께 잘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이들의 선택은 자신들이 가진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가치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로써 사회적 권위를 가진 그들이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털어놓은 적이 없는 자신의 약점과 이중성을 고백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모순을 발견해내는 과정이 소개된다.

 

사회적 책임감이 급격히 낮아진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일이 옳은가’에 대한 명확한 가치판단이다. 이 책은 요즘 세상에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이나 안녕을 포기하고 가족을 위험에 처하게 할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물으면서도, 그 역시 현실적으로 모순임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만든다.

 

✔ 나이가 들수록 점점 형편없는 속물로 변해간다는 기분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 우리는 불의를 보고 분노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어쩌면 분노할 일이 너무 많아 아예 눈과 귀를 막아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아무튼 나는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독일을 욕하는 소리도 그만 듣고 싶다. 정치 수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 문제에 대처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불만, 하층계급을 나 몰라라 내버려둔다는 비난, 모두 더는 듣고 싶지 않다.

 

지은이들은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가담하면서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경험담이나, 나이 들수록 사회적 정의를 위해 투표하기보다는 많은 돈을 버는 자신과 같은 중산층의 이익을 위해 투표하게 된다는 고백, 혹은 환경을 걱정하면서도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큰 차를 타야 한다고 변명하거나 언론인으로 신분상승한 자신이 자랑스러우면서도 가끔은 사기꾼이 된 것 같이 느껴진다는 고백 등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겪게 되는 이중성을 폭로한다.

 

✔ 사회적 책임감을 다시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적 책임감을 우리가 마땅히 지켜야 할 새로운 가치로 강조하는 것은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런 가치라면 이미 정의, 동포애, 생태계 보존 등 버거울 만큼 많다.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더더욱 좋은 방법이 아니다. 노파심에서 말해두건대, 혹시 이 책에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안내나 구체적인 방법, 심지어 인생에 필요한 가치들을 모두 배우게 되리라 기대하는 독자라면, 미안하지만, 책을 잘못 골랐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튼튼한 구성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들은 결국 세상에 휩쓸려 무관심하게 살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고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며 살 것을 주문한다.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하는 일이 곧 다함께 잘 사는 상생의 지름길임을 주장한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