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빈곤층에 머무르는 까닭 중 하나는 자신에게 선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면 선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아는데, 다른 계층의 불문율을 가르쳐주거나 자원을 제공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부유층과 중산층과 빈곤층. 이 세 계층은 음식과 옷, 돈, 시간, 삶, 권력, 재산 등에 대해 각각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30여 년 동안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이들로 하여금 빈곤을 극복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지혜를 제공해온 루비 페인 박사는 <계층이동의 사다리>에서 계층이동의 비을 비롯해, 부유층과 중산층의 삶의 방식, 계층 사이의 불문율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통찰력을 선사한다.


*계층이동의 사다리, 루비 페인, 김우열, 황금사자


지은이는 이들 주제와 관련된 실생활에서의 의미가 사회적 계층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가령 저녁식사가 어땠는지 묻는 방식에 따라 계층의 숨겨진 법칙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빈곤층의 경우 “배불리 먹었니?(양 중시)”라고 묻고, 중산층은 “맛이 있었니?(질 중시)”, 부유층은 “차린 음식들이 보기 좋았니?(모양 중시)”라고 묻는다. 식사 행위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에 따라 그가 속한 계층이 드러나고, 각 개인은 스스로 해당하는 계층이 세계에 대해 어떠한 대응 방식을 형성했는가에 따라 말을 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계급에 따라 생활의 모습과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옷을 선택하는 기준을 살펴봐도 마찬가지. 빈곤층은 ‘나를 표현하는 개인의 스타일’이 중요한 데 비해, 중산층은 ‘품질과 브랜드’를 따지고, 부유층은 ‘예술성’이 우선이다. 돈에 대한 목적에 대해서도 관점이 다르다. 빈곤층은 돈을 ‘소비’하고, 중산층은 ‘관리’하며, 부유층은 ‘보존’하거나 ‘투자’한다. 

시간에 대한 관념에선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빈곤층은 미래의 결과보다 현재가 중요하고, 중산층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많다. 이에 비해 부유층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전통과 역사를 중시한다.

부유층에겐 유산과 혈통이 자산이지만, 중산층은 ‘물건’이 중요하고, 빈곤층은 ‘사람’이 자산이다. 빈곤층은 주변의 몇몇 지인 말고는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가족 사이의 권력 관계에서도 차이점이 드러난다. 부유층은 돈 많은 사람이 중심에 서고, 중산층은 남성이, 빈곤층은 여성이 핵심 권력자다. 

삶에 대한 관점을 보면 빈곤층에게 삶이란 운명이다. 해도 안 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산층이 바라보는 삶은 ‘선택’이다. 주식 투자든 공부든 회사 생활이든 간에, 자신의 책임 아래 잘만 선택할 경우 좋은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부유층은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운명이다.

미국 교사 출신인 지은이는 30여 년 동안 빈곤과 계층 사이의 불문율을 연구하면서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 전 세계 여러 단체와 협력해왔다. 그는 이 책에서 빈곤층이 안고 있는 여러 현실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계층상승을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특히 계층 사이의 숨겨진 법칙, 즉 불문율에 주목할 것을 당부한다. 

아울러 중산층 출신의 다양한 조직과 비즈니스 현장의 관리자,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등은 다양한 계층을 상대하게 되는데, 그중에서 빈곤 계층의 불문율과 삶의 방식을 이해하게 되면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물림되는 빈곤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와 인간관계다. 중산층이라면 이 기준이 대개는 ‘일’과 ‘성취’, 두 가지와 연관된다. 부유층에서 중요한 것은 재정적 사회적 정치적 연줄일 것이다. 빈곤층에서 돈이란 것은 인간성의 표현으로 간주되고, 따라서 오락과 관계 유지에 사용된다. 

안전을 위해 돈을 쓴다는 것은 중산층과 부유층에만 해당되는 관념이다. 그리고 부유층은 자신의 세상을 국제무대라고 생각한다. 중산층은 세상을 국가라는 그림에 비춰 보려고 하는 반면, 빈곤층은 세상을 가까운 동네에 한정해서 볼 뿐이다.

이처럼 서로 상이한 세계관, 삶의 방식을 갖고 있는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중산층이 부유층으로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가 말하는 핵심은 바로 ‘교육’이다. 부유층과 중산층, 빈곤층은 고유한 계층의 특성, 즉 불문율을 갖고 있으며, 이들 불문율에 대한 교육을 통해 계층의 상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선행 조건으로 각 계층이 보유하고 있는 재정적 자원, 정서적 자원, 지적 자원과 같은 다양한 자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그리고 격식을 갖춘 언어 사용이 중요하다. 이는 격식을 갖춘 표현은 중산층의 불문율이자 입사 면접 때 중시되는 요소이고, 중고등학교와 대학, 사회생활 등을 더 잘 해나갈 수 있는 기본 자질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역할 모델과 정서적 자원에 대한 지원이다. 적절한 역할 모델의 존재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특정 상황이나 어려움에서 헤쳐 나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정서적 자원을 축적해준다.

이와 함께 학업 성적 향상을 위한 격려, 기대, 지원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통적 개념의 지능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시각에서 교육 방법과 학습 방법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바람직한 관계 형성도 한 몫 거든다. ‘쾌활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를 이끌어주는 애정 어린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있다’라는 말처럼, 빈곤층 학생과 성인이 성공하도록 돕는 1차적 동기 부여 요인은 인간관계다. 이를 위해 지원 시스템, 관심, 성과 장려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책은 개천에서 용이 태어나는 사회, 패자에게도 재도전의 기회가 생기고, 쓰러진 사람도 다시 일어나고, 승자가 독식하지 않고, 힘없는 서민들도 살 만한 사회를 위한 지혜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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