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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은 진실, 어디까지? <물건 이야기>사회 2011. 5. 29. 13:51
물건의 생산과 소비, 폐기와 같은 일련의 과정 가운데엔 우리가 치러야 할 무서운 대가들이 숨겨져 있다.
물건이 생산되고 소비되어 쓰레기로 버려지기까지, 물건의 일생을 집요하게 추적한 20분짜리 동영상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는 발표되자마자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경제붕괴, 인구폭발, 환경재앙보다 더 무섭고 더 파괴적인 진실이 물건의 이면에 숨어 있을 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애니 레너드, 김승진, 김영사
<물건 이야기>는 동영상에서 다하지 못한 내용이 보강된 것으로, H&M 티셔츠에서부터 휴대 전화까지, 우리가 쓰고 버리는 모든 물건의 이야기를 추적하기 위해 20년 이상 전 세계 각지를 누빈 지은이는 애니 레너드는 이를 통해 알게 된 물건과 소비, 환경의 영향에 관한 진실을 털어놓는다.
✔ 지난 20년간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자연자원 거래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전쟁범죄에 이용되어왔다. 우리가 분쟁과 내전에 돈줄 역할을 하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이아몬드를 사지 않는 것이다. 끝! 다이아몬드업계는 이 광석 조각을 사랑과 맹세와 부와 지위의 상징으로 끌어올리는 마케팅을 기가 막히게 잘 한다. 하지만 우리가 거기에 속아 넘어갈 필요는 없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는 더 좋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래도 광석 조각에 한달치 월급을 굳이 써야겠다면, 글로벌위트니스와 국제사면위원회가 만든 다이아몬드 구매 가이드를 참고하라. 여기에는 보석업자에게 확인해봐야 할 중요한 질문들이 담겨 있다.
지은이는 필리핀, 과테말라, 방글라데시의 쓰레기장에서부터 도쿄, 방콕, 라스베가스의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어디든 달려갔다. 면티셔츠, 노트북컴퓨터, 알루미늄캔 등이 무슨 원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 버려진 후에는 어디로 가는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날마다 쓰는 물건들의 일생을 좇아 집요하고도 치밀하게 추적했다.
이 책은 물건이 유발하는 진정한 비용을 조목조목 파헤치며, 무엇이 인간을 맹목적 탐닉과 생태계 파괴로 몰아가는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세계 인구 5%가 세계 자원의 30%를 소비하고, 세계 폐기물의 30%를 내놓는다. 이렇게 가다간 공멸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이 책은 우리가 소유한 물건들이 담고 있는 진짜 이야기를 드러내준다.
왜 고장난 TV를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돈이 덜 드는 걸까. 생산자들이 어떻게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두부터 휴대전화까지 멀쩡한 물건들을 버리고 새로 사게 만들까. 우리가 환호하는 저렴한 가격이 어떻게 아이티의 공장 노동자들과 콩고의 탄광 노동자들의 삶을 해치게 되는 걸까.
지은이는 종이 1톤을 만드는 데 98톤의 각종 자원이 들어가고(추출), 티셔츠 한 장에 필요한 면화를 얻는 데 물 970리터가 들어가고(생산), 거대 화물선이 지구 반대편으로 턱없이 싸게 값이 매겨진 물건들을 운송하면서 내놓는 독성 폐기물은 바다를 오염시키고(유통), 11조 경제 규모에서 3분의 2가 소비재에 쓰이고(소비), 이 대부분의 물건이 매립장으로 가기까지(폐기). 단계별로 숨겨진 어마어마한 비용과 소비사회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밝혀내며, 인간경제환경의 싸이클을 냉철히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연료용 나무를 제외하면 나무로 만들어지는 제품 1위는 종이다. 단순해 보이는 종이가 삼림 황폐화를 일으키는 주요 생산품인 셈이다. 종이로 만드는 제품은 약 5000가지나 된다. 평범한 사무용 또는 복사용 종이 1톤을 만들기 위해 어딘가의 숲에서 나무 2~3톤이 베어진다.
문제는 우리가 종이를 많이 ‘사용’할 뿐 아니라 많이 ‘낭비’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도시 생활 쓰레기 중 40퍼센트 가량이 종이라고 한다. 이 종이들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종이를 새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숲을 벨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쓰레기도 40퍼센트 줄일 수도 있다. 물론 광고 우편물 같은 경우 애초에 종이를 쓰지 않는 것이 재활용보다 더 좋은 방법이다.
책은 지구의 후생을 위해 지금 당장 사라져야 할 물건으로 알루미늄캔과 PVC를 꼽는다. 물건들 가운데 생산 공정을 개선해서 될 일이 아니라 아예 만들지도 소비하지도 않는 것이 가장 나은 것이 있으니, 바로 알루미늄캔과 PVC다. 그 자체가 독성이 너무 강하고 낭비적이며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캔의 광물 자원인 ‘보크사이트’를 채굴하려면, 토착 주민과 동물들이 오랜 세월 살아온 터전을 잃고, 나무들이 베어져나간다. 게다가 알루미늄캔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캔이 담을 수 있는 용량의 4분의 1만큼 휘발유가 필요하다. 알루미늄 제련에는 지구상의 다른 어떤 금속 가공 공정보다도 에너지가 많이 든다. 제련 공정에서 나오는 과플루오르화탄소는 가장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온실가스로,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나 많은 열을 가둔다. 그러나 우리는 단 몇 분 만에 캔에 들어 있는 음료를 마시고 단 몇 초 만에 빈 캔을 버린다.
PVC는 다양한 재질과 형태를 하고 모든 장소에 나타난다. 가짜 가죽 신발과 지갑, 방수 비옷과 장화, 광택 나는 턱받이와 앞치마와 식탁보와 샤워커튼, 정원용 가구와 장화, 음식용기와 포장재 뿐만 아니라 튜빙 같은 의료장비에도 쓰이고 바인더 같은 사무용품에도 쓰이며 아이들의 옷과 장난감에도 쓰인다. PVC의 생산 공정은 다아옥신을 포함해 많은 오염물질을 환경에 방출한다. 다이옥신은 사라지지 않고 환경에 잔류하는 물질이다.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며 먹이사슬에 들어가 암을 유발하고 면역과 생식 시스템에 해를 끼친다.
✔ 우리는 ‘일하고-TV 보고-돈 쓰는’ 쳇바퀴에 갇혀 있다. 직장에서 지쳐 떨어질 때까지 일하고 돌아와서는 TV 앞에 널브러진다. TV는 우리에게 쇼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주는 광고를 쏟아낸다. 그러면 우리는 쇼핑을 한다. 그러고는 돈을 지불하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다시 직장에서 지치도록 일하고… 이런 순환이 계속된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것은? 괴물 같은 집, 커다란 차, 점점 부실해져가는 육체적?정신적?환경적 건강, 그리고 많은 쓰레기와 이산화탄소.
지은이는 소비 주도적인 우리의 경제를 자원 추출에서 생산,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는 다섯 단계를 따라 설명하면서, 이로 인해 일어날 두려운 결과와 치러야 할 대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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