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승자가 역사를 기록하고 왜곡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역사에만 국한된 것일까.


승자의 논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살아 꿈틀거리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빼앗아가고 있다. 승자의 논리는 교묘하고 그럴듯해 누군가 그 논리가 옳다고 믿지만, 정작 그 논리는 승자들의 권력과 부를 재생산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뿐이다.


*승자의 음모, 조준현, 카르페디엠

 

<승자의 음모>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개인 모두가 진정으로 선진적인 삶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승자들이 만들어놓은 경제 논리와 결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국경제는 수출로 먹고살아야 한다”

“박정희 시대 개발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기업 재벌이 없으면 성장은 불가능하다”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토건 사업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든다”

“부동산이 아니면 부자가 될 수 없다”

“개인의 행복과 불행은 성적순이다”

“북한 체제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경제에 대한 8가지의 일반적인 논리다. 만일 이 가운데 두 가지 이상에 동의한다면 승자의 음모에 속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책은 말한다. 이들 논리는 교묘하고도 치밀하게 얽히고설켜 우리의 뇌를 지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한민국 1%와 나머지 99%,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동네 구멍가게, 부동산 부자와 전세 난민, 강안 8학군과 산골 오지 마을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그 간극을 메우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 모든 경제적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당연히 수출주도적 정책에도 그 대가가 지불되어야 한다. 수출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고환율과 저금리 정책이 함께 실시된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소득을 가계로부터 기업으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저금리는 저축자인 가계에 불리하고 투자자 즉 차입자인 기업에 유리하다. 무엇보다 저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킴으로써 가계에는 불리하고 기업에는 유리한 결과를 만든다. 한편 고환율은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물가를 상승시킨다. 여기에 중소기업들은 고환율의 이익을 누리지도 못하면서 채산성만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수출은 국내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대신 외국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킨다. 무엇보다도 높은 대외의존도는 경제 구조를 대외경제 환경의 변화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우리 경제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동향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듯 우리가 옳다고,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한국경제에 대한 지식과 논리 대부분은 승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 지식과 논리는 승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교묘하고도 치밀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로서는 그것이 왜 잘못됐는지, 그리고 진짜 진실은 무엇이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 복지 지출이 늘어나면 그 혜택을 받을 것이 틀림없는 이들 가운데도 복지라는 말에 거부감이랄까 아니면 미안한 마음이랄까 하여간 그러한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 이유는 바로 개발 시대에 우리가 소비라는 말에 죄책감을 느끼던 것과 똑같다. 먹고 입는 소비야 사람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지만 복지는 한 마디로 게으르고 무능력한 사람들에게 보태주기, 흥청망청 불요불급한 일에 헛돈 쓰기, 더 허리띠를 졸라매도 시원찮을 판에 놀고먹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이제는 대한민국도 이런 정도는 써도 될 만큼 성장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 이들은 여전히 새마을운동 중이기 때문에 겨우 국민소득 2만 달러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감히 복지를 요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또 이들이 반대로 강바닥에 삽질하는 짓을 찬성하는 것은 그것을 투자라고 보기 때문이며, 투자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새마을운동 시절의 고정관념에 여전히 빠져 있기 때문이다.


책은 승자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미래를 밝게 열어나가는 첩경으로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선 내수의 비중을 늘릴 것 ▷박정희는 무덤 속에 그대로 묻어둘 것 ▷대기업 재벌의 운명을 개인의 손에 맡기지 말 것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함께 나눌 것 ▷땅을 파고 건물을 세우기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투자할 것 ▷부동산이 없더라도 풍족하게 살 수 있음을 직시할 것 ▷행복과 불행을 학교 성적이 결정하도록 놔두지 말 것 ▷ 북한과의 평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