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할 때 무엇을 떠올리는지를 묻는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원이나 걷고 싶은 길과 같은 자연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라 답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대표적인 최대도시인 서울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뉴욕이나 런던과 같은 다른 나라 대도시들에 비해 월등히 녹지 공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연’에 매달리고 있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는 서울이 왜 뉴욕, 파리처럼 동경하는 도시가 되지 못하는지를 마을버스, 방음벽, 남향 아파트, 방, 걷기 힘든 거리, 루체비스타, 새집증후군, 모델하우스 등 그간 당연시해온 주변의 여덟 가지 일상 풍경 속에서 찾아낸다. 


이 풍경들이 왜 유독 서울에만 있게 됐는지 배후를 살피고 어떻게 하면 도시 서울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지 그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이경훈, 푸른숲


이 책은 이런 우리의 상식이 도시성에 대한 착각에서 비롯됐다고 단언한다. 서울을 아름답고 질적으로도 풍요로우면서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취지는 좋으나 자연적 쾌적함을 강조하면 할수록 각종 도시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지은이 이경훈은 서울의 도시 문제는 도시라서 생기는 문제라기보다 서울이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부조화가 더 크다고 말한다.


을지로 5가의 훈련원공원을 보자. 농협과 헌법재판소로 쓰이던 건물을 헐어내고 조성한 공원은 도심의 숨통을 틔울 것만 같았지만, 현재 공터에 화초나 나무가 심어져 있을 뿐 썰렁하게 방치돼 있다. 


오히려 개발 전, 거리와 건물이 불러들인 사람들의 발길마저 끊기면서 소통이 아닌 도심 공동화 구역이 되고 말았다.


지은이는 백 개의 상점은 수시로 사람들을 이끌고 걷게 하는 천 개의 매력을 가졌지만 도시의 공원은 밝을 때만, 그나마 쉬거나 운동할 수 있다는 등의 몇 가지 이유로밖에 사람을 끌어들이지 못한고 말한다. 


심지어 어둠이 내리면 우범지대로 변하는 것이 바로 도심 공원이다. 도시란 원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위해 만든 인공의 공간인데 서울은 현재 본연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현대판 가마다. 그리고 마을버스는 현대판 피맛길이다. 잘 알려져 있듯 종로의 피맛길은 큰길을 지나는 고관대작의 가마와 마차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보행자 전용도로였다. 마을버스 역시 자동차 눈치를 보고 불편하게 걷느니, 추위 속에서 10분을 기다리더라도 절대로 걷지 않겠다는 보행자들의 결연한 의지며 저항이다. 다만, 그 대가로 거리가 죽어가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조성한 걷고 싶은 거리도 평소 걸어 다니는 일상의 거리와는 점점 멀어진다. 마을버스는 사람들이 더 이상 동네 거리를 걷지 않게 만들고, 인도는 없거나 주차장이 된지 오래다. 


아울러 한적하고 쾌적한 삶을 위해 단지 안마당을 공원처럼 꾸민 남향 아파트만을 고집하고 방음벽을 높이 두른다. 그러면서 도시의 다른 풍경과 스스로 분리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국 근교에서나 볼 법한 자동차를 타고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을 도시적 삶으로 오해하고 자동차가 주인인 서울살이의 팍팍함을 토로한다. 그러는 사이 거리는 점점 비어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은이는 도시를 도시답게 하는 것은 공원을 만들고,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활기차게 만드는 것이라 주장한다. 이웃 주민들과 스쳐 지나가며 인사를 나누고, 카페가 거실이 되며 식당은 부엌이 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도시적 삶이라는 통렬한 깨우침을 일깨워준다.


자연과 도시를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는 이분법적 발상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효용이 없다. 일반적으로 서울에서 도시의 문제로 생각되는 것들은 대체로 자연 이데올로기가 문화의 영역과 주거와 생활의 문제에 침투한 것으로, 도시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서울은 푸르른 녹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도시 되기’에 실패해서 생기는 문제가 훨씬 더 많다. 자연이 자연다워야 하듯 도시는 도시다워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인구밀도, 공해, 교통체증 등 서울의 문제를 도시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 여기면서 떠날 생각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떠날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바로 근교에 지어진 전원주택과 실버타운의 실패가 대표적인 사례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누구나 시골로 가고 싶다거나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뿌리 깊은 선입견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제 도시를 떠나야 할 곳, 젊어서 고생하는 곳이 아니라 이 도시에서 어떻게 하면 즐겁고 행복하게 영원히 살 수 있을지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볼 것을 주문한다.


한주연 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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