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커다란 변화 앞에 서 있다. 인간이 생태계의 원칙대로 자연에 종속되지 않은 한, 이 세상이 자연을 닮아가지 않는 한, 우리는 모두 자연의 거대한 정화력에 의해 사라질지도 모른다.”

 

녹색혁명과 석유 에너지 개발은 심각한 증후들을 양산했고, 무한도전을 내세운 과학기술의 발달은 이성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며, 자연에너지를 기반으로 세워진 인간사회는 존립을 위협받는 실정이다. 게다가 자연은 지금 인간과 의논을 거부한 채 마지막 역습을 준비 중이다. 이제 우리가 가야할 곳은 어디일까.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건설은 정말 가능한 걸까.

 

 *소박한 미래, 변현단, 들녘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로 농부학교 최고 인기 강사로 등극한 변현단. 그는 지금도 연두농장을 무대로 비지땀을 흘려가며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농사를 실험 중에 있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소박한 미래>는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농축산업의 폐해,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 각종 질병의 발병 원인, 토종 말살 정책의 배후, 종자기업의 횡포, 피크오일의 임박, 욕망을 재생산하는 소비시스템, 노동을 사고파는 경제구조 등을 되짚고 있다.

 

✔ 인간은 자연 세계에서 특별한 지위를 주장할 어떠한 근거도 갖고 있지 못 하다. 인간의 경우 특이하게도 신체의 발전이 두뇌의 발전에 종속된다. 아이슬리는 “인간의 진화를 지배하는 기제는 개체들 간의 생존투쟁이 아니라 상징적 의사소통을 통한 사회적 두뇌의 창출이다”라고 말한다. 이로 인간은 동물로 정의되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문명이 자초한 재앙이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과연 입버릇처럼 말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지속가능의 ‘가능성’을 묻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에 대해 우리가 인간 중심의 사유체계에서 벗어나 ‘자연’에 종속되지 않는 한, 그리고 인간을 끊임없이 길들이고자 하는 문명의 마수를 거부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그러나 “선조들의 삶에서 농사는 노동이자 놀이였고, 자연이자 문화였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땅과 사람을 살리고,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자립적인 개인과 자급자족하는 농사회가 되살아난다면 가능성은 있다고 말한다.

 

✔ 지금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빙하와 호랑이와 곰을 물리쳤던 예전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온화하고 더 관대한 성품이다. 도끼를 휘두르던 과거의 손이 지금은 맹목적인 집착으로 기관총을 쓰다듬는다. 버려야 할 습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과 자연의 신비는 모든 진화적 사실의 의미를 넘어선다. 인간이 제 아무리 투시력을 갖춘다 해도 자연의 상상력을 넘어설 수는 없다. 물 한 방울 속에 담긴 생명의 마법을 감지하는 것은 정글 같은 도시에서 생존경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상상력이다. 그런 능력은 자연에게서만 배울 수 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녹색혁명 이후 활성화된 농축산업의 대량생산 시스템이 불러온 비극, 민족의 고유성과 건강을 책임지는 토종을 말살하고 유전자변이를 거친 씨앗 구매를 부추기는 거대 종자기업의 횡포, 난방·산업·음식·가공업 등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피크오일의 임박, 개인의 건강을 사고팔아 이윤을 추구하는 양심불량 식품기업들, 정치-경제 권력의 담합이 조장하는 욕망구조에 길들여진 소비시스템,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얻기 위해 평생의 노동을 파는 악순환의 경제구조 등을 일일이 되짚는다.

 

지은이는 이처럼 자칫 골치 아프고 딱딱한 주제가 될 수 있는 생각거리들, 정말 중요하지만 대개는 문제의식 없이 지나치기 십상인 사안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고 있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