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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동선이 움직인다 <넥스트 디케이드>사회 2011. 7. 27. 14:04
지난 5월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과 함께 10년간 계속됐던 미국의 추격전이 종료됐다. 그렇지만 9ㆍ11테러로 시작된 21세기의 첫 10년 동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해 지불한 비용은 무려 4216억 달러에 달하며, 미군 전사자 1593명, 부상자 1만1000여 명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에 베트남 전쟁과 같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실패한 전쟁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지난 6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1만 명, 내년 여름까지 3만3000명의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을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9ㆍ11테러로부터 시작된 21세기 첫 10년이 막을 내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전쟁과 혼란으로 가득했던 세계 질서는 어떻게 변화될까. 미국은 과연 테러리즘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미국의 국제정세 분석가이자 미래예측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9ㆍ11테러 발생 이후 10년간 테러리즘이라는 문제에만 집중돼 있던 미국의 관심이 다시 전 세계적인 전략적 이해관계에 대한 관심으로 ‘복귀’함에 따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질서가 구축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넥스트 디케이드, 조지 프리드먼, 김홍래, 쌤앤파커스
지난 2차세계대전과 소련의 붕괴 이전까지 미국이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었던 세계전략은 지역 내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강대국들이 서로 동맹을 맺어 미국에 위협을 가하지 못하도록 한쪽을 지원하거나 반대로 억제하는 것이었다. 이는 직접적인 군사 개입 없이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향하는 두 국가들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도록 만드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 테러와의 전쟁’에 미국이 모든 힘을 쏟았던 지난 10년 동안 세계 각지에 자리 잡고 있는 지역 강대국들은 저마다 힘을 키우거나 주변의 나라들과 정치적,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에 대해 조지 프리드먼은 다음 10년이 비록 내키지는 않더라도 미국이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지 않고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가 이번에 내놓은 <넥스트 디케이드>는 다가올 10년 동안 전 세계 6개 대륙에 걸쳐 발생하게 될 거대한 권력의 이동을 예측하고 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그에 대한 해결책은 미국이 전 세계와 맺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만큼이나 다양하다. 미국이 테러리즘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지, 이스라엘과 미국의 상호의존 관계는 어떤 양상으로 치닫게 될 것인지, 이라크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란은 중동의 독자적 패권국으로 군림하게 될 것인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을 거머쥘 것인지를 화두로 올려놓는다.
1980년대 덩샤오핑이 권력을 잡으면서 중국의 경제는 오늘날까지 쉬지 않고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제 중국도 약 6000만 명의 사람들이 연소득 2만 달러가 넘는 가정에서 생활한다. 그러나 이들은 전체 인구의 5퍼센트도 채 되지 않으며, 13억 명의 인구 중 10억 명 이상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수준과 비슷한 가난 속에서 살고 있다. 지은이는 중국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제품을 사주지 않으면 존립조차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 그리고 내부에서 상승하고 있는 임금과 실업률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다음 10년 안에 지금까지 이룩해왔던 성장이 서서히 멈추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일본은 이미 1990년대에 현재 중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버블붕괴로 일컬어지는 경제하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중국과 달리 평생고용을 유지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성장률을 유지해나가는 방법으로 일본은 경제를 지탱했다. 앞으로 일본은 심각한 고령화와 극에 달한 경제주기, 최근 들어 발생한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으로 지은이는 내다본다. 그는 그러나 일본이 사회적 불안을 최소화하면서도 긴축을 견딜 수 있는 나라라고 평가하는 한편 위기에 처하게 되면 해군력을 증강시키는 방법으로 동아시아의 위협 세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 나는 다음 10년이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는 빠른 회복을 통해 경제적으로 일정한 위치에 도달했으며 주변의 강대국들도 쉽게 휘두를 수 없을 만큼 충분히 강력해졌다. 그러나 지난 몇십 년간의 평화로운 상태에 비해 오늘날 이 지역에서 심하게 요동치는 정치적, 경제적 변화는 주변 세력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특히 더 신중하고 민첩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양대 강국이 맞이하게 될 변화 속에서 한국의 입지는 다시 한 번 새롭게 정의된다. 다음 10년에 미국은 분명히 동아시아 3강체제의 균형을 유지하고 중국과 일본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을 하게 될 텐데, 여기에서 한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 유지해온 한ㆍ미 관계를 좀 더 견고하게 다지는 시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은이는 이에 대해 한국은 지역 내에서 가시 같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미래의 한반도 통일 이후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재정의 할 때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따리 갖다 놓은 집이 주인이다'
올해 초부터 일어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재스민 혁명’과 ‘아랍의 봄’은 아랍 세계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정책 궤도까지도 수정하게 만들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포스트 재스민 혁명’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이를 위한 미국의 지원과 공식적인 무역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지역 내 최대 군사 강국으로 떠오른 이스라엘엔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음을 제안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라는 압박이었지만, 이미 미국의 원조나 협력관계 없이도 힘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이스라엘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벌어진 미국의 정책 선회와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은 지은이가 이미 예측했던 상황과도 맞아 떨어진다. 그는 미국이 “티내지 않고 이스라엘로부터 이탈하는 정책”을 택하고 팔레스타인과도 모종의 타협점에 도달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이는 유럽 국가들의 입장에 뒤늦게나마 합류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국ㆍ유럽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등을 돌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지 미국은 중동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지원, 이스라엘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지역 내 힘의 균형을 끊임없이 유지해나가는 전략일 뿐이다.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장기화되는 점령을 바라보는 러시아의 심정은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군 점령과 함께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에 개입하면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진출을 진행시켰는데, 러시아가 보기에 이는 자신들에 대한 압박과 다름없었던 것. 이른바 ‘푸틴의 러시아’는 자신들이 여전히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려 했고 2008년 조지아와의 전면전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결과적으로 중동 지역의 전쟁에 관심이 쏠려 있던 미국이 이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에 따라 러시아는 미국이 부재할 경우 자신들이 여전히 압도적인 강대국임을 확신하게 됐다.
지은이에 따르면, 다음 10년 동안 러시아는 독일의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자국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공급함으로써 러시아ㆍ독일 협력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한편 국내외의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또 러시아는 유럽연합 혹은 독일ㆍ유럽연합의 관계를 붕괴시키기 위한 그 어떤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반대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놓인 폴란드, 카프카스지역과 발트해연안국과 동맹을 맺기 위해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뒤 아직까지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탈출구를 모색하게 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유럽은 전쟁의 방아쇠 역할을 했던 독일의 위협과 냉전에 휘말린 동유럽 국가들의 취약한 경제를 딛고 1993년 유럽연합을 출범시켰다. 그렇지만 2008년 이후 유럽연합은 약소국들의 취약한 경제 통제력과 독일이 그들의 위기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난처한 상황에 부딪혔다. 지은이는 러시아ㆍ독일의 협력, 프랑스ㆍ독일 동맹의 갈등, 취약한 경제를 가진 회원국들의 위기로 말미암아 유럽연합이 정점을 지나 분열의 시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 세계 총 생산량의 25퍼센트에 달하는 경제 규모를 지닌 미국은 다가올 10년 동안에도 아시아, 중동, 유럽 등 세계의 수많은 지역들에서 발생하게 될 위협과 불균형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에 따라 전 세계 각국의 국제 전략도 발맞춰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미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 변화, 그리고 남은 21세기의 판도를 결정하게 될 전 세계의 정치, 경제, 군사적 힘의 이동을 날카로운 분석과 과감한 예측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울러 다음 10년이 기후변화와 에너지의 미래, 그리고 정점에 도달한 기술혁신의 한계까지 새롭게 규정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과연 세계 최대의 패권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까. 동북아 한중일 3강 체제, 힘의 균형은 누가 장악해 나갈까. 전 세계 힘의 질서가 재편되는 모습을 예측하고 있는 이 책은 지금 당장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서부터 남은 21세기의 판도를 결정하게 될 세계 여러 나라들의 전략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분석하고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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