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이라면 하루 세 번씩은 꼭 마주하게 되는 ‘식사’. 이 익숙한 행위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사진작가인 피터 멘젤과 페이스 달뤼시오는 전 세계 30개국을 돌아다니며 80명의 개인이 어느 평범한 하루에 먹은 음식을 생동감 넘치는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칼로리 플래닛>에 등장한 사람들은 집이나 일터에 자신의 하루치 음식물을 모조리 늘어놓는 수고를 감수하며 기꺼이 사진기 앞에 섰다. 하루의 식사에 들어가는 음식 목록과 총 칼로리량으로 시작되는 각 페이지는 농부, 택시 운전사, 모델을 비롯하여 노숙자, 다이아몬드 연마공, 콜센터 직원, 우주비행사 등 다양한 직업만큼이나 다양한 상태의 음식의 양과 종류를 보여준다.

마블 모아히의 고단한 인생은 안 그래도 날마다 파산 직전까지 가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식품 배급이 동이 나는 월말이면 문제가 한층 더 복잡해진다. 가족 네 명 중에 한 명만 (14세의 여자 조카 아이) 배급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한 명이 받아오는 콩, 곡식, 고기 통조림, 식용유, 설탕, 사과를 가지고 네 명이 나눠 먹어야 한다. ― AIDS 감염자


*칼로리 플래닛, 피터 멘젤 외, 김승진 외, 윌북


아이러니하지만 자원이 풍부한 환경의 사람들이 부족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 비해 항상 건강하지만은 않다. 이 책은 ‘음식’으로 대변되는 지구 자원의 과도한 편중과 그에 따라 발생한 과도한 부족이 개인의 문제가 되고 나아가 사회 문제로 어떻게 긴밀히 연결되는지 그 유기적 과정을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웅변한다. 내전과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로 먹을 음식 자체가 없는 아프리카부터 넘쳐나는 먹거리는 물론이고 온갖 종류의 가공된 식품이 넘쳐나는 서구,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수많은 나라의 다양한 모습을 전한다.

풍성한 사진과 함께 일상에 밀착한 내밀한 글은, 얼어버릴 듯이 추운 북극에서 찜통 같은 아마존까지, 아프리카의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에서 티베트의 고원까지, 나아가 예멘, 중국, 타이완, 브라질, 영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사람들이 음식을 다루고 소비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동시에 얼마나 비슷한지 여과 없이 보여준다.

거대한 지구의 변화가 구성원인 개개인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사람의 식탁을 통해 보여주는 이 책은 다양한 세계 문화와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 이웃들의 생활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비참할 만큼 적게 먹는 사람들부터 놀랄 만큼 많이 먹는 사람들까지 필요와 공급의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객관적으로 전한다. 아울러 현대 식생활이 인간과 지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일상의 식사에 숨겨진 암묵적인 통념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압델은 자기 몫의 아이쉬와 묽은 채소 수프를 가지고 이웃 천막으로 가서, 그곳의 성인 남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이들의 메뉴는 완전히 동일하다. 모두가 단단하게 뭉친 곡물 죽 한 줌을 집어 들어서 수프에 찍어 먹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식사 시간에 다른 천막에 초대되는 일이 흔하지만, 난민촌에서 손님은 반드시 자기 몫의 음식을 가져가야 한다.

매일 세 번의 끼니와 간식을 챙겨먹고 언제 어느 곳에서나 필요한 먹거리를 바로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어떤 장면은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인 사람부터 살기 위해서는 그만 먹어야만 하는 상태의 사람까지를 의미하는 800칼로리에서 12300칼로리 사이, 우리는 과연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이 책은 세계 각지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먹는 음식을 보여주는 전시장이자, 가장 멀리 떨어진 나라에 사는 사람들과 바로 옆집 사람들의 생활 속에 들어가 그들과 우리의 음식을 비교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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