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저들을 발굴, 조명하는 ‘아까운 책’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못했지만, 내용과 의미는 ‘베스트’인 책.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이런 숨은 걸작을 골라 서평과 함께 소개한다.

이 책은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21세기의 첫 10년을 결산한 것으로, 강수돌을 비롯해 강신주, 김갑수, 듀나, 우석훈, 이은희, 장석주, 정혜윤, 하지현, 홍기빈 등 이 시대의 ‘글쟁이’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강수돌 외, 부키


우석훈 2.1연구소장은 지난 10년을 ‘닥치고 돈 벌어’의 시대, 경제 근본주의의 시대였다고 회상한다. “부자 되세요!”라는 말을 새해 인사로 건네는 사회, 강을 파내고 시멘트를 퍼붓는 사회, “돈이 모든 것을 구원해 준다”는 책들이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시대. 그래서 우석훈은 이런 광풍과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김광수의 <경제학 3.0>을 ‘진짜 경제학책’이라고 추천한다. 경제 근본주의에 균열을 일으키고, 시민들과 연대해 현실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 낸 점을 높이 평가한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추천한 <큰손과 좀도둑의 정치경제학>은 도둑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빌어 정치와 경제의 함수관계를 파악한다.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는 큰 도둑과 달리 좀도둑은 눈앞의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데 우리 사회에는 큰 도둑은 사라지고 좀도둑만 들끓고 있다는 비판이 통렬하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는가, 시장과 민주주의는 어떤 관계인가에 대한 지난 10여 년간의 학계와 시민사회의 고민을 압축하고 있다.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과 <아날로그맨 1>은 개발주의가 휩쓸고 간 우리나라의 풍경을 보여 준다. 농촌 마을에 들어서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와 이를 막기 위해 싸우는 마을 주민들. 이 책을 추천한 강인규 펜실베니아 주립대 교수는 힘겹고 지루한 이 싸움을 통해 여럿이 함께 꿈을 꾸면 거대 권력도 이길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읽었다고 한다. 

만화 평론가 김낙호는 빠르게 변하고 획일화되는 도시의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비춘 <아날로그맨 1>을 거론하면서 이 책이 1권에서 더 이어지지 못하고 절판됐다는 사실 자체가 ‘미친 속도전’을 강요하는 우리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묻는다.

새 밀레니엄 초반의 이러한 살풍경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강수돌 교수는 <노동을 거부하라!>를 추천하면서 청년 실업, 비정규직 증가 같은 노동 현실은 독일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노동이 신성하다는 ‘노동 지상주의’를 반격하는 이 책은 진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새 틀을 짜기 위해 ‘노동 거부’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다시 움켜잡아야 할 책!

<인체 시장>을 추천한 과학 칼럼니스트 이은희는 인간의 몸이 상품화되는 시대를 염려한다. 황우석과 줄기세포 논쟁에서 보았듯, 미디어는 생명공학의 발전을 경제적 잣대로만 잰다. 그 결과 인간의 몸은 파편화되고 상품화되어 간다. 이미 난자와 정자, 갖가지 장기 들이 ‘거래’되고 내 몸 속의 유전자마저 외국 기업이 특허권을 갖고 있다. 

이은희는 “인간의 몸에서 유래된 그 어떤 것이라도 그것이 가격표가 달린 채 시장에 내걸리고 판매되는 현상과, 유전자와 특정한 치료법들이 특허를 통해 독점적 권리를 보장받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혹은 우리의 후손들이 ‘자신의 몸만큼은 스스로 건사하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김갑수 시인은 아이돌이 판치는 음악계에서 ‘다른’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들의 도전기인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골랐다. 20대는 ‘88만원 세대’이거나 ‘개새끼’이거나 둘 중 하나인 신자유주의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붕가붕가들의 모습은 희망과 위안을 준다.

문학 평론가 장석주는 화자의 독백으로만 진행되는 실험적 소설 <진술>을 꼽는데, 지난 10년간 자신이 본 최고의 한국 소설인데도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는 자신의 추천작 <해바라기>의 한국어판에 아쉬움을 표한다. 원서에 실린 53명의 답변 중에 보스니아 지식인들을 빼고 25명의 답변만 실은 데다 논술 교재 운운하는 선전 문구를 집어넣은 데 실망했다는 따끔한 질책을 서평과 함께 전한다.

이 책에 수록된 책들은 숨 가쁘게 지나온 21세기 10년간의 변화와 사회적 맥락을 짚어 주는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책들이라 할 수 있다. 서평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주요 흐름, 지식의 발전 궤적과 시대의 고뇌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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