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교육 관계자들은 학습에 치우친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판적 사고 훈련, 창의성 교육, 자기주도 학습과 같은 온갖 학습 방법을 고안해 냈다. 이에 따라 교사들도 ‘주입식 교육’이나 ‘암기’라는 말을 뒤로하며 사고력 향상과 창의성을 내세운 다양한 교수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은 과연 교육 전반에 걸쳐 이뤄지는 걸까.

 

인지과학자 대니얼 윌링햄은 최근의 교육 흐름에 문제를 제기하며 “무미건조한 사실만 달달 외우게 하면 풍부한 교육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주장에는 이의가 없다”면서 “하지만 학습의 가장 기본은 사실적 지식 습득”이라고 강조한다. 사실적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분석적이고 비판적 사고, 상상력, 창의력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지_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대니얼 T. 윌링햄, 문희경, 부키.jpg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대니얼 T. 윌링햄, 문희경, 부키

 

✔ 사람들이 원하는 과제와 회피하는 과제를 분석해 보면 왜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하지 않는지 알 수 있다. 난이도가 적당한 문제를 풀 때는 정신적 보상이 주어지지만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조금도 기쁘지 않다. 어른들은 여러 가지 문제 가운데 선택할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학교에서 날마다 어려운 문제만 풀어야 한다면 학교 가기 싫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일요일자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의 글자맞추기를 몇 시간씩 풀고 싶지는 않다.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니얼 윌링햄은 “우리의 뇌는 생각하는 용도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어려운 문제를 던져 주면서 생각하기를 강요하는 학교와 교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는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다른 동물과 어떻게 다를까.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생각한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에 대해 이렇게 감탄했다. “인간은 얼마나 위대한 작품인가! 생각하는 인간은 얼마나 고귀한가!” 그러나 300여 년 뒤에 헨리 포드는 다소 씁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생각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래서 생각하는 인간이 그토록 드문 모양이다.”

 

둘 다 일리 있는 말이다. 사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몇 가지 유형의 추론을 잘하기는 하지만 그런 뛰어난 재능을 자주 보여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인지과학자라면 아마도 다른 설명을 덧붙일 것이다. “인간의 뇌는 생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하기를 회피하는 용도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주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포드가 지적했듯 생각은 어려울 뿐 아니라 속도도 느리고 믿을 만하지 못한 작업이다.

 

실제로 뇌의 여러 가지 기능 가운데 생각은 그다지 뛰어난 기능이 아니며, 생각하는 기능보다는 시각이나 운동 기능이 훨씬 효율적이고 믿을 만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뇌의 실제적인 영역 가운데 대부분이 보고 움직이는 활동에 간여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례로 인간을 컴퓨터와 비교하면 시각 기능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알 수 있다. 수학과 과학처럼 전통적인 의미의 생각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인간이 기계를 당해 내지 못하지만, 세계 최강 성능을 자랑하는 컴퓨터로도 트럭을 운전하지는 못한다. 컴퓨터에는 시각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운전할 때 만나는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컴퓨터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나아가 대니얼 윌링햄은 공부를 하거나 문제를 푸는 동안 학생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사고 과정을 설명하면서, 학생들이 타고난 호기심은 많아도 그것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와 생각이 일어나는 과정 등을 설명한다.

 

✔ 대학 신입생 시절 기숙사 내 옆방에는 위대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머리를 산발한 모습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거기엔 아인슈타인이 생전에 한 말이 적혀 있었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 왠지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는 말 같았다. 아마도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부모님께 이렇게 변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요, C를 받았어요. 그래도 제겐 상상력이 있다고요! 아인슈타인이 말하기를….”

 

지은이에 따르면, 사실적 지식 축적은 이해력, 사고력, 기억력을 높여 학습을 더 쉽게 만든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새로운 교수법을 무리하게 적용하거나 개발에 힘쓰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수업을 강조해야 한다. 또 다양한 지식 습득과 사고력 향상을 위해 학생의 수준에 맞춰 풍부하고 깊이 있는 독서를 권장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생이 모두 만족하는 알차고 즐거운 수업은 어떤 수업일까.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그것은 학습 효과가 높은 수업이다. 이와 관련해 대니얼 윌링햄은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가장 궁금해 하는 9가지 의문, 즉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시험에 꼭 필요한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 ▲반복은 유용한 학습 방법인가 ▲학생들이 과학자나 수학자, 역사가처럼 생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에서 학생별 맞춤 수업이 가능한가 등에 대해 그간의 연구 성과와 풍성한 교육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학교 수업을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