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훨씬 더 많고 더 나은 연결망을 지니고 있다. 그 많은 연결망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은 아마도 ‘길’일 것이다.

길은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고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속하고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변형시키기도 한다.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힘으로 지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세계를 통합시키기도, 갈라놓기도 하며, 그 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이자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이 인간의 역사를 바꾸는 길의 힘에 주목한 테드 코노버는 <로드>에서 희귀한 마호가니 화물의 여정을 추적한 페루의 아마존 강 유역부터 혼돈과 함께 국제적인 거대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까지 세계의 모양과 구조를 개조하고 있는 여섯 개의 길로 안내한다.

*로드, 테드 코노버, 박혜원, 21세기북스

경력에 따라 우리는 더 빠른 길을 갈 수도, 더 느린 길을 갈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높은 도로를 선택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낮은 도로를 선택한다. 어떤 길이든 도중에는 우회로가 있다. 우리는 바위투성이 도로로 접어들 수도, 길고 구불구불한 길로 들어갈 수도 있고, 길 위에서 장애물을 만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경우라도 그 때문에 이성을 잃어서는 안된다. 바라건대 누군가가 우리를 도와 길을 정리해줄지 모른다. 아니라면, 도로 옆으로 내려가 계속 이어지는 텅 빈 내리막길을 달리면 된다. 그럴 땐 핸들을 꽉 움켜잡고,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자.

감춰진 세상의 모습을 폭로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을 통찰하는 지은이는 번영을 위해 파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야만성과 도로가 가져다주는 진보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가 여행한 길에는 각각의 테마가 있다. 개발 대 환경, 고립 대 진보, 군사 점령, 질병의 전파, 사회적 변화, 그리고 도시의 미래가 그것이다.

지은이는 현지인들과 함께 하며 고산병에 시달리고, 며칠을 걸려 얼음길을 통과하기도 하고, 매춘부들과 마주하고, 전쟁 중인 고속도로 위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또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가난과 질병 그리고 그 위에서 건설되는 거대한 도로 자본의 모순을 목격한다. 그가 관찰하고 경험한 도로는 원주민들에rps 장벽이자 침범자인 동시에 나머지 인류에게는 더 많은 진보와 이윤을 가져다주는 통로다.

지은이는 길을 주시하는 것은 역사를 들여다보고 인간의 진보와 한계를 측정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하면서, “그들은 천국을 포장하고 주차장을 만들었다”는 조니 미첼의 말처럼 인간은 언제까지 도로를 포장하고 세계의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을까에 의문을 갖는다. 아울러 인간 세계의 ‘혈액순환계’인 길이 우리를 인도하는 곳은 어디일지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의 길,
희망을 향하고 있을까

 그들은 모두 마호가니 사업에 우려를 표했다. 마호가니 사업은 공원의 경계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벌목꾼들과 원주민들을 갈등으로 몰아간다고 했다. 목재가 가장 밀집한 곳은 멀리 떨어진 강 상류 지역으로, ‘문명과 교류가 없는 미접촉 원시 부족’이 사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토록 값어치 았는 자원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먼 거리’라는 요소가 원주민들을 보호했다. 하지만 지금은 벌목꾼들이 옮긴 질병들, 즉 신세계로 건너온 정복자들과 함께 찾아든 역병들의 마지막 반향 때문에 한 부족이 전멸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 파크애비뉴의 한 모퉁이에서 시작되는 이 책에서 지은이는 욕망의 길에서 마호가니 목재의 경로인 페루 정글의 불법 벌채 캠프부터 맨하탄의 고급 브라운스톤을 추적하며 어떻게 고속도로가 숲과 손길이 닿지 않는 부족에서 고급 저택이 줄지어진 도시로 연결되는지 파헤친다. 그곳에서 환경 대 개발이라는 갈등 하에 직면한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욕망을 가진 도로의 얼굴을 담아낸다.

지은이는 히말라야에선 산맥에 얼어붙은 40마일의 얼음 위 길인 차다르를 통과하며 고립에서 접촉의 길로 변화하는 잔스카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유와 변화를 향한 열망을 발견하는가 하면, 동아프리카에선 에이즈의 확산과 관련 있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이동과 함께 하며 즐비하게 서 있는 매춘부들과 뇌물과 비리로 얼룩진 정치, 그리고 무법 상태 속 노출된 질병의 위험을 목도하기도 한다.

검문소는 잔혹한 곳이기도 하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이스라엘 군대는 수많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구타하고 열 대의 팔레스타인 택시 유리창을 박살낸 혐의로, 나블루스 바로 남쪽 밑에 위치한 하와라 검문소의 지휘관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아기를 안고 있던 팔레스타인 남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지휘관의 모습은 군 촬영기사에 의해 촬영됐다.

지은이는 봉쇄된 길이자 증오의 길이며 적들의 진입로인 웨스트뱅크에선 이스라엘 군인들과 검문소가 있는 고속도로를 팔레스타인들과 함께 통과하며 양 나라로부터 생긴 부정의함과 위험을 목격하고, 통근버스에 갇힌 팔레스타인 통근자들이 이스라엘 검문소를 통과하며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모욕과 이스라엘 군인들의 심리적인 고뇌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한다.

지은이는 또 중국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는 고속도로를 따라 급작스럽게 출현하는 자동차 문화를 직접 접하게 되며, 혼돈과 혼잡 속에서 국제적인 거대도시로의 성장을 신호하는 라고스와 나이지리아의 고속도로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길을 통해 연결되면서 얻는 것과 잃는 것, 그리고 어떻게 도로와 길들이 고대 로마로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글 한주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