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자연 재해나 테러 상황 통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과거 스리마일이나 체르노빌의 악몽에 더해 원자력의 위험성이 다시 한 번 대두되고 있다.

 

원자력은 마치 사회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과학 기술로서의 위치를 차지한 듯 보이지만, 점차 탈원전을 외치는 목소리가 사회 각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력이 제공하는 풍요로움만을 부각시키며 환상을 심어 주는 현실을 직시할 때인 것이다.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강양구, 사이언스북스

 

마치 ‘미래의 희망’처럼 묘사되곤 하는 원자력의 실체를 정면으로 들여다보면 어떨까. 우선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를 막는 데 원자력 에너지가 답이라는 주장은 허구다.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역시 온실 기체를 방출하며 20년간 1주일에 원전 1개씩을 짓는 속도가 아니고서는 원자력이 화석연료를 대신할 수도 없는 것이다.

 

또한 머릿속으로는 원전 건설을 찬성하더라도 막상 부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잡음이 발생한다. 더욱이 방사성 폐기물 처리도 완전히 보장할 수 없다. 우라늄 역시 다른 화석연료의 경우처럼 유한하기는 마찬가지며 심지어 사용 후 핵연료의 플루토늄을 재사용하면 된다는 안은 원자폭탄 제조 가능성과 밀접해 실효성이 없다.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는 우리가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로봇 ‘아톰’이 상징하던 원자력 만능주의의 시대에서, 바다에 대륙이 잠기고 난 뒤 태양 에너지의 비밀을 간직한 코난의 친구들이 살아가는 애니메이션 ‘미래 소년 코난’의 시대로 가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 현대 과학 기술 시대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폭력의 익명성이다. 원자력 에너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전기 없이는 한 순간도 편안하게 보낼 수 없는 대다수 도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는 시골 사람, 방사성 쓰레기로 고통 받을 다음 세대에게 폭력을 가하는 중이다. 그들은 그렇게 일상생활에서 폭력을 가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원자력 옹호자와 같은 권력 유지에 과학 기술을 동원하는 이들은 바로 이 점을 간파하고 그들이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환상을 부추긴다.

 

원자력과 더불어 석유 역시 마냥 손쉬운 에너지가 아니라는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미 30년 이상 풍력과 태양열 발전, 바이오디젤 등으로 에너지 전환에 힘을 기울여 온 독일이나 덴마크의 사례가 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즉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도달하고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이미 도달했으리라는 전망마저 나오는 이 때, 안일한 낙관주의나 화석 연료를 둘러싼 자원 전쟁은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는 원자력의 신화를 고집할까, 아니면 원자력과 석유 없는 세상을 선택하고 함께 만들어 갈까.

 

지난 2006년 1월31일,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 발표를 통해 “미국은 석유에 중독되어 있다”고 발표하면서, 석유 고갈 가능성을 암시하는 한편 그 대비 방안을 강구할 것을 약속했다. 그라츠 대학교의 미텔바흐 교수가 이야기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조용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단적으로 드러난 예다.

 

책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는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디젤 버스 두 대가 1994년 처음 운행을 시작한 이래 10년 만에 152대 버스가 전부 바이오디젤로 움직이고 있다. 치솟는 유가와 더불어 이미 세계 곳곳에서 감지된 석유 생산 정점 위기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 바로 바이오디젤인 것이다.

 

독일 하노버 남동부, 인구 1만5000명의 크론스베르크는 ‘인간, 자연, 기술’이 어우러지는 생태 마을이다. 주민과 건축가, 환경 단체가 하노버 시와 4년 동안 협의를 거쳐 이뤄낸 이 생태 마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패시브 하우스’는 태양 에너지만으로 난방을 하도록 설계된 생태 건축으로 독일과 스위스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아우디 생산 공장이 위치한 독일 남서부의 네카스울름에서는 열병합 발전소에서 자투리 나무와 폐목을 연료로 사용한다. 독일의 ‘환경 수도’ 프라이부르크 인근의 보봉 마을이나 괴팅겐 근처 윤데에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 가축의 똥오줌과 보리 건초를 섞어 메탄을 태운다. 국내에서도 가축 똥오줌과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 나오는 메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은 경기도 포천과 경기도 이천, 충청남도 청양 등지에서 시도되고 있다.

 

건초와 나무를 태울 때는 어차피 썩을 때 발생하는 만큼의 이산화탄소만이 발생하고, 탄소 화석 연료를 태울 때와 달리 온실 기체가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온실 기체 감축이 가능하다. 또 바이오매스는 풍력, 태양 에너지에 비해 저장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부안 사태’가 일어났던 전라북도 부안에서는 바이오디젤 연료가 되는 유채가 자라고 있다. 물론 바이오디젤 상용화 과정에서 유채 재배 면적이 부족하다거나 폐식용유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등의 한계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식물 연료가 식량 가격을 올리고 열대우림을 파괴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심심치 않게 나온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 태양 에너지 이용과 관련해 단연 돋보이는 곳은 ‘빛고을’ 광주다. 다음 세대를 위한 에너지 교육에 힘쓰는 한편 태양광 발전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선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국산화 문제가 걸려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바로 풍력 발전이다. 대관령에서 돌아가는 49기의 풍력 발전기를 비롯, 우리의 풍력발전단지가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북한까지 염두에 둔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 중인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에서 자발적이고 지속 가능한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처럼 책은 대관령을 비롯해 부안, 광주, 포천, 독일 프라이부르크와 보봉, 윤데, 오스트리아 그라츠 등 국내외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