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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음악사의 라이벌들]
<지데일리> 팝 음악사는 라이벌 뮤지션들의 열띤 경쟁으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벌 구도가 홍보를 위한 언론과 마케팅의 과도한 설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들의 대결은 언제나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또 열광케 했다.‘팝 음악 전문가’로 16년째 방송국 라디오 PD로 활동하고 있는 정일서. 그가 팝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기술한 <팝 음악사의 라이벌들>은 ‘라이벌’이라는 흥미로운 관점으로 팝 음악 전체의 역사와 다양한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엮고 있다.
*팝 음악사의 라이벌들, 정일서, 돋을새김
지은이는 20세기 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라이벌 뮤지션을 선정하고, 그들의 삶과 음악을 통해 팝 음악사를 조망한다.
팝 음악 전문 PD답게 그가 뽑은 라이벌 대진표는 팝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팝 음악에 얽힌 추억이 있는 그 누구에게라도 긴장감과 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 팝 음악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나 라이벌로 분류하기에 어려운 뮤지션들도 언급한다.
폴 매카트니가 대중적으로 크게 사랑받을 만한 팝송을 만드는 데 천재적 재능을 발휘했던 데 반해, 존 레논은 깊은 자의식과 때로는 선동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들을 주로 만들었다. 바로 이 부분이 두 사람이 가장 대비되는 지점이기도 하고, 굳이 팝과 록을 분리해 저항성이 내재된 록 진영의 음악을 높이 평가하는 평단의 비평 체계에서 존 레논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폴 매카트니로서는 퍽이나 억울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 그는 존 레논이 떠나간 이후로도 30년 동안이나 지치지 않고 빼어난 음악적 역량을 보여주었지만 평단과 대중의 평가라는 저울추는 여전히 존 레논 쪽으로 기울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폴은 살아남아 존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 하나가 2003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펼친 공연이다. 이날 공연에서 폴 매카트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3만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감격에 겨워 이렇게 외쳤다. “비틀스 시절부터 꿔왔던 꿈 중의 하나가 바로 러시아 공연이었다. 이제라도 그 오랜 꿈이 실현되어 기쁘다!”
서로 다른 이미지로 록 음악계의 전설이 된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그 아성에 도전한 프린스, 팝계에 여성 파워를 과시한 두 여걸 마돈나와 신디 로퍼, ‘팝계의 디바’ 자리를 놓고 열띤 경쟁을 펼친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 등 라이벌 뮤지션들은 숱한 이야기들을 남기며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다.
그들이 오늘날 시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벌 뮤지션들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은 각자가 더 높은 음악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자극제가 됐다.
이들은 서로에게 음악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이로써 그들은 팝계에 한 획을 긋는 명곡들을 탄생시키며, 팝의 역사를 써 나갔다.
두 사람의 쇼크 록의 대부다운 면모는 곳곳에서 드러나지만 그 진면목은 역시 무대 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무대를 괴기스럽게 꾸미고 기괴한 분장으로 나타나 음산하게 노래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앨리스 쿠퍼는 뱀을 온몸에 두르고 등장하는가 하면 차력쇼를 방불케 하는 불쇼를 선보이고 때론 무대 위를 피바다로 만들기도 한다. 오지 오스본은 이미 블랙 사바스 시절부터 무대에 악마의 재단을 꾸미고 짐승의 피를 뿌리는 등 악마주의를 표방했지만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82년에 벌어졌다. 이날 그는 공연 도중 살아 있는 박쥐를 물어뜯었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박쥐 사건이다. (…) 빈센트 퍼니어라는 본명 대신 앨리스 쿠퍼라는 예명을 사용하게 된 사연도 엽기 그 자체인데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렇다. 어느 날 그의 꿈에 마녀가 나타나 자신이 중세시대에 화형당한 앨리스 쿠퍼라는 마녀이며 너는 나의 환생이니 이름을 앨리스 쿠퍼로 바꾸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무튼 빈센트 퍼니어는 실제로 앨리스 쿠퍼를 예명으로 삼았고 크게 성공했으니 결과적으로 마녀가 등장한 그의 예지몽은 틀리지 않았다.
라이벌 뮤지션들이 음악적으로 벌인 선의의 경쟁뿐만 아니라 각 뮤지션들의 사생활까지 비교대상에 포함하고 있는 이 책은 닮은 듯 전혀 다른 라이벌 뮤지션들의 삶의 궤적을 살필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20세기 대중음악의 시작이었던 재즈에서부터 록, 소울 등 각 시대별로 분화한 다양한 장르를 모두 넘나들며 팝 음악사를 아우르면서 팝 음악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팝 마니아의 차원을 넘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팝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음악만 듣고서는 알 수 없었던, 팝 음악사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팝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된다.
손정우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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