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음파를 이용해 ‘세상의 지도’를 인식한다는 사실, 고래가 도구를 이용하고 문화를 계승, 전파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킨다. 


지상에서 바다로 돌아간 생물, 용으로 생각된 설화 속의 영물, 인간의 대량 학살로 멸종 위기에 치달은 동물 등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도 많다.

 

 

*고래의 노래, 남종영, 궁리

 

<고래의 노래>는 고래에 대한 생물학적·역사적·문화적·사회적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고 있다. 


고래의 진화와 분류, 신화와 문학, 그리고 국제사회의 논쟁거리인 포경산업의 정치경제적 함의를 다양한 사진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되짚어보고 있다.

 

지은이 남종영은 거의 한해도 거르지 않고 북극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북극은 고래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자, 가장 자주 고초를 겪은 곳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이누이트 마을인 카크토비크 등 알래스카의 여러 곳, 북극해의 스발바르 제도, <모비딕>의 고향 미국 낸터컷 섬 등을 다녀왔다. 


얼마전 여름엔 영화 <프리 윌리>의 케이코가 살았던 아이슬란드의 웨스트맨 섬에 다녀오기도 했다. 또 최근엔 제주도에 가서 남방큰돌고래 수십 마리가 섬 주변을 계속 돌고 도는 모습을 관찰하고 왔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이러한 일련의 여행을 통해 고래의 생태와 포경의 역사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말한다.

 

고래 하면 멜빌의 <모비딕>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영화로는 한 소년과 범고래 케이코의 우정을 그린 영화인 <프리 윌리>가 있다. 


이 영화로 케이코가 스타가 되면서, 그가 살던 수족관의 열악한 환경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케이코를 구출해 야생으로 돌려보내자는 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고향 아이슬란드로 돌아갔다. 


결국 야생 적응에 실패하고 노르웨이 바닷가에서 숨지고야 말았다.

 

이 책의 후반부는 주로 포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만큼 이 부분이 중요하기도 하고 심각하다는 뜻일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고래 자체가 아니라 고래와 인간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에 어차피 고래란 존재는 인간의 인식론적 한계 안에 머물러 있다. 고래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아주 적은 편이다.

 

가령 고래가 집단 자살하는 현상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한편으로 우리는 이런 고래를 거의 멸종의 나락에 빠뜨렸다. 고래가 인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고등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대량 살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특히 상업 포경의 빈자리를 서서히 전시용 포획이 채우고 있다. 얼마전 서울대공원에 제주도에서 불법 혼획된 돌고래가 공연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진 적이 있다. 


제주도에 사는 남방큰돌고래인데, 이는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이 불법적으로 잡힌 뒤 국가가 운영하는 전시시설로 공급되는 우리의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돌고래 수족관과 돌고래쇼의 동물복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법률로 금지 규정을 만든 나라도 여럿이고, 영국은 이미 돌고래 전시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테마파크의 조련사가 범고래의 공격을 받아 숨지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돌고래가 이상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래와 만날 수 있는 건 고래가 자신의 세상을 박차고 우리의 세상에, 우리가 숨 쉬는 바다 밖에 잠시 와주었을 때다. 과연 우리는 이런 고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짜 맞춘’ 고래의 조각인 아닌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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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노래

저자
남종영 지음
출판사
궁리 | 2011-12-15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고래의 노래] - 우리 곁에 온 고래, 그 찰나의 순간들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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