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데일리> “우리의 젓가락에 진짜 힘이 있다.”

 

애나 라페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환경 운동, 특히 산업화된 먹거리를 지속 가능한 먹거리로 전환하려는 운동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활동가이자 비평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프랜시스 무어 라페가 기아를 부추기는 먹거리 체계의 문제에 몰두했다면, 그는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와 식품의 관계를 누구보다도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죠.

 

 

*지구를 위한 다이어트 혁명, 애나 라페, 김승진, 이후

 

그가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에서부터 멕시코 오악사카의 협곡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조그만 농장에서부터 한국의 생협까지,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기후변화와 산업화된 먹거리 체계의 관계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는 이 책 <지구를 위한 다이어트 혁명>은 바로 그 고민의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현재의 먹거리 체계를 비판할 때는 매일 먹는 밥상을 물리고 싶을 정도로 예리하고 날카롭지만, 지속 가능한 먹거리 체계의 가능성을 논할 때는 낙관적이고 희망에 차 있습니다.

 

일반에게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물어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 것 등 ‘귀에 박힌 말’을 너도나도 주문처럼 읊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으로 충분할까요? 지은이는 이에 대해 기후변화 논의에서 빠진 커다란 공백 지점을 지적합니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영역, 바로 ‘식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들이 자동차보다 무섭고, 산업용 폐수보다 더러우며, 에어컨보다 지구에 해롭다고 이야기하면 믿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나 사실이 그렇습니다.

 

밭에 심는 씨앗부터 접시 위에 오르는 음식, 그리고 매립지의 음식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식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전 지구적 체계는 인간 활동이 야기하는 지구온난화에 31퍼센트, 또는 그 이상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세계 교통 부분이 미치는 영향력이 전체의 13퍼센트를 약간 웃도는 것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영향력입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가을이 취소되었다”고 선언한 어느 잡지의 기사를 인용합니다. 그가 사는 뉴욕만이 아니라 서울의 가을도 취소되고 있습니다. 그는 한때 여름과 겨울 사이에 존재했던 그 알짜배기 계절이 그립다면, 과감하게 식탁을 바꾸라고 단언합니다.

 

지은이는 우리의 삶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시켜 나갈 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전도사가 돼 버린 맥도날드 해피밀의 판매 전략 따위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통찰, 산업적 농업만이 인류를 기아에서 구할 현실적인 길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 그리고 가공식품 포장에 쓰여 있는 성분이 엄지손가락 두께보다 두꺼워서는 안 된다는 식의 실천 지침까지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이웃집 마당에 떨어진 과일을 주워 잼을 만들거나 쓰레기가 된 음식을 재활용하는 것으로 자기 식탁을 변화시키고, 이를 다시 이웃과 나누는 사람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에서 희망을 찾는 일은 지은이의 제안처럼 우리의 엄지손가락을 이용한 아주 사소한 실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덜 몰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절전용 전구를 갈아 끼우는 것보다 지구를 지키는 데 더 효과적이고 맛있는 실천이 바로 이 책에 있습니다.

 

또한 산업화된 먹거리 체계를 지속 가능한 먹거리로 전환시켜 나가다 보면, 기아에 허덕이는 수십억 명의 삶의 질, 종자와 가축의 생물 다양성, 소농의 복리와 황폐해진 땅의 회복을 보장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이 책은 우리의 식단을 바꾸는 것만으로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동참할 수 있는, 그 매력적인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손정우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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