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작은 면적에 비해 꽤 많은 개미가 삽니다. 남한에만 무려 135종이 보고됐는데, 이는 영국 전역에서 발견한 개미가 40여 종인 것에 비해 엄청난 생물 다양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나라엔 유독 개미에 관한 속담이 꽤 많습니다.

 

 *일하지 않는 개미, 하세가와 에이스케, 김하락, 서울문화사

 

<일하지 않는 개미>는 사회성 곤충 분야의 세계적인 진화 생물학자 하게가와 에이스케 박사가 대표적 사회성 동물의 하나인 개미 사회를 면밀히 관찰해 얻은 최신 연구 성과를 인간사회의 조직 원리에 비유해 풀어낸 책입니다.

 

보편적인 상식과 달리 일개미의 70%가 휴식하며 좀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일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는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쓰여진 이 책은 개미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면들을 인간사회에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휴식하는 일개미 70%와 전혀 일하지 않는 10%의 일개미를 합친 80%의 일개미가 사실상 알려진 것과 달리 부지런하지 않다는 사실은 인간사회의 ‘파레토 법칙’ 즉, 조직의 생산성이 20%의 일꾼들로부터 나온다는 ‘20:80의 법칙’에 접목해 볼 수 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파레토 법칙’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조직의 생산성은 결국 20퍼센트의 일꾼들로부터 나오고, 제품의 구매도 실제로 20퍼센트의 중요 고객들이 올려준다고 합니다.

 

이 책의 주요 모티브인 80%의 쉬고 있는 일개미에 대한 연구 성과는 개미 사회에서 놀라울 정도로 잘 실현되고 있는 ‘파레토 법칙’을 보여줍니다.

 

일하지 않는 것엔 그럴듯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개미 사회가 이처럼 언뜻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전략을 진화시켰을까요? 적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돼야 하는 알의 부화 과정에는 온도가 올라갈 때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내리기 위한 일개미들의 날갯짓이 필수적이고, 이러한 날갯짓은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이뤄져야 합니다.

 

가령 모든 개미가 동시에 날갯짓을 하고, 동시에 지쳐서 멈춰버리는 순간이 온다면 치명적입니다. 이러한 순간을 위해 일개미의 일부는 일하지 않고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은이가 거듭 강조하는 바대로, 80%의 개미가 일하고 싶지 않아서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고 일하고 싶지만 일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 책이 주는 교훈 가운데 하나는 바로, 더 이상 규격품인 조직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죠. 곤충 사회가 명령 계통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은 구성원 간에 다양한 개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능이 좋고 일을 잘하는 규격품과 같은 개체만으로 성립된 조직은 여유를 잃고 자멸하기 마련입니다.

 

이밖에도 이 책은 ‘벌과 개미의 과로사’와 ‘조직에 무임승차하는 배신자 개미’, ‘벌과 개미의 이타주의’ 등 사회성생물 생태계를 통해 과학적인 교양과 인간 사회에 교훈을 줄 만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습니다. 또 ‘상사가 없는데도 왜 잘 돌아갈까’, ‘싸우지 않는 군인 개미’, ‘진짜로 무임승차하는 개미’ 등 흥미로운 개미의 생태계를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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