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에델바이스>는 영겁회귀(永劫回歸)라는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이 시대 청춘이 살아가야 할 가치를 말해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영웅도 없고, 흔한 드라마도 없다. 그런 까닭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었던 이야기다. 지은이 로제 파리고는 누구에 의해서도 들춰지지 않았던 여러 사연을 발굴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장미와 에델바이스, 로제 팔리고, 우석훈 외, 오픈하우스

 

 우리 역사 속 의병이나 학도병이라는 익명으로 사라져간 청춘들의 기억 역시 유명무실하게 세파에 휩쓸려 사라진다. 이 모든 기억들과 단절된 청춘들의 땅, 희망의 불모지 같은 우리 사회에서 이제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외치고 있다.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기다리지 말라고, 그리고 행동하라고.

 

어른들의 생각이 아이들보다 언제나 모든 면에서 성숙할까?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어른들이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경험도 부족하고 신체적으로 덜 발달해 유약해 보이는 모습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도 어른의 이러한 시선에 수긍할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냉혹한 현실 앞에 주저앉고 마는 어른들, 그릇된 세상을 방관하는 어른들은 그들이 꿈꾸던 어른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다른 시선에서 출발한다.

 

잔혹한 현실 속 그들을 분노케 한 것은 '기성세대'

 

☑ 에델바이스 해적단은 화물열차를 빈번하게 공격하여 로빈 후드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버터와 담배는 나중에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보관했다. 또한 동부전선으로 탄약을 싣고 가는 열차를 탈선시켰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해적단 단원들은 유대인들과 반체제 인사들이 프랑스와 네덜란드, 스위스로 건너갈 수 있도록 국경까지 안내해주었다. 그들은 독일군에게 격추당한 연합군 조종사들을 숨겨주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유럽, 히틀러와 나치의 군화발이 광풍처럼 유럽을 휩쓸었고 그 거대하고 야만적인 공세 앞에서 기성세대는 무력하게 굴복하고야 말았다. 인류사에 가장 처절하게 남을 야만적인 지배였다. 심지어 그들은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으며 말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잔혹한 현실 속에서 유럽의 10대들은 분연히 일어섰다. 총구에 겁을 먹은 자신의 부모, 그리고 숨기 바쁜 어른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동안, 그들은 용감하게 집을 나섰다. 나, 가족, 조국을 위해 그들은 조직을 구성하고, 작전을 펼쳤다.

 

나치즘의 비이성 앞에서 그들은 죽음을 불사하며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나이와 성별, 국적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결국 정의, 평등, 평화가 그들 서로를 강하게 엮었을 뿐이다.

 

당시 유럽의 10대 레지스탕스들의 맹활약은 여러 가지 증언과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지금도 살아남아 자신의 경험담을 후대에 알리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들의 공적은 오랫동안 공인되지 못한 채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역사 속에서 ‘어린 레지스탕스’는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야사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1942년 나치는 작전을 바꾸고 10세가 넘는 소년들을 무조건 히틀러청년단(Hitler-Jugend)에 가입시켰다. 14세가 되면 실전을 방불케 하는 군사훈련도 받았다. 소녀들도 마찬가지였다. 유대인종 말살을 위해 아동들을 죽이는 일도 꺼리지 않았다.

 

책에는 당시의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 모두 각 분야에서 개별적인 인생을 살던 사람들이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맹인 장크 뤼세이랑은 ‘자유의 의용병’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지하신문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나치에 대항했다.

 

10세의 소년도 가입을 했다. 그들의 가입 이유는 처음에는 분노였지만, 후엔 미래의 희망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수많은 아이들이 단 하나의 사건에 연루되면서 죽음을 맞았다.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의 죽음도 많았다.

 

프랑스의 대표 저널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인 지은이는 어쩌면 사라질지 모르는 그들의 공인된 역사를 정리하고자 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제목인 ‘장미와 에델바이스’는 당시 존재했던 10대 레지스탕스 조직인 장미단과 에델바이스 해적단의 이름이다. 이 두 꽃이 각각 가진 ‘열정’과 ‘인내’라는 꽃말은 세계대전에서 나치에 저항한 그들의 마음가짐을 상징적으로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거나 외면했던 청년들의 열정과 인내에 관한 전설이다.


글 손정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