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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의 주인입니까?사회 2012. 6. 13. 17:46
<지데일리> 오늘날 우리는 컴퓨터 스크린과 이메일 계정을 어떤 공동체에 연결돼 있다는 가장 중요한 상징으로 받아들인다.
바다 속 유정에서 석유가 바다로 누출되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거나 사회운동가가 거리에서 독재자의 하수인들에게 살해되는 순간을 담은 휴대전화의 비디오를 보는 동안, 지금 창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평가 절하되고 우리는 그저 세상사를 보여주는 도구들에만 집착한다.
소셜 미디어 시대를 가장 인간답게 사는 법은 무엇일까? 온라인에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 더글러스 러시코프, 김상현, 민음사
현대 미디어의 흐름을 명쾌하게 읽어 온 더글러스 러시코프의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는 디지털 미디어의 본질과 위험성을 경고하고, 소셜 미디어 시대의 당당한 주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에 둘러싸여 지낸 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이제는 SNS가 ‘사생활 노출 서비스’의 약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사람들은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부담감과 SNS상에서의 관계 피로감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에 근무하는 일부 고위급 임원들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컴퓨터나 스크린은 찾아볼 수 없고 펜과 종이, 뜨개질바늘, 진흙 등을 활용해 아이들을 가르친다.
테크놀로지에 정통한 이들 학부모는 “스마트폰 어플이 아이에게 수학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은 말도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우리는 SNS를 현명하게 이용하고 있을까? 파티를 즐기는 대신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고 바로 다음 파티로 이동하는 여고생, 사회 운동과 관련된 웹사이트에 ‘좋아요’를 클릭하면 정치적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온라인에 글 한 번 잘못 올렸다가 이른바 ‘신상털이’를 당하는 사람들.
이들은 과연 디지털의 노예인가 소셜의 주인인가? 오히려 게임에 몰입해 이용자들이 원하는 형태와 느낌대로 게임을 바꿔 주는 변형 키트를 찾는 아이가 SNS를 이끄는 독립적인 주인일 수도 있다.
SNS가 삶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이 ‘소셜 시대’에 우리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지은이는 이 책에서 소셜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몇 원칙을 제안한다.
지은이는 가장 먼저 24시간 ‘상시 접속’ 상태를 거부하라고 제안한다. 디지털 세상에 참여하고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이후 우리는 점점 더 디지털 미디어에 ‘상시 접속’ 상태로 있게 됐다. 기기와 네트워크에 항상 접속한 채 언제나 주변의 모든 것, 모든 사람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정신없고 충동적인 강박에 떠밀린다.
주머니에 전화기가 없는데도 허벅지 부분에서 휴대전화가 진동하는 것과 같은 ‘환상 진동 증후군’에 시달릴 정도다.
그 순간에 함께 있는 사람은 무시한 채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블로그의 댓글을 가장 중요한 대화로 착각하기도 한다.
친구를 만나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각자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외출하기 어려운 노인은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가상적으로’ 교회에 가는 쉬운 방법을 찾고, 교구 주민들은 누가 그녀의 집에 가서 그녀와 휠체어를 교회까지 실어 나를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결과 우리는 물리적 공간에서도 소외된다.
지은이는 이처럼 진짜 경험을 내던지고 원격 기술에만 몰두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한다. 원거리 의사소통이 진짜 현실에서의 상호작용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계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도 이와 비슷하다. 바다 속 유정에서 석유가 바다로 누출되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거나 사회운동가가 거리에서 독재자의 하수인들에게 살해되는 순간을 담은 휴대전화의 비디오를 보는 동안, 지금 창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평가 절하되고 우리는 그저 세상사를 보여 주는 도구들에만 집착한다.
컴퓨터 스크린과 이메일 계정이, 어떤 공동체에 연결돼 있다는 가장 중요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선택은 점차 선택권 제공자가 팔려는 것을 사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승용차와 생명 보험, 심지어 신발까지도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수백 개의 선택 사항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자유롭게 선택을 거부할 수 있고, 선택 사항 목록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을 추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미디어의 당당한 주인이 되려면?
디지털 미디어는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책에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비즈니스 통찰도 담고 있다.
작은 악기점을 운영하다가 온라인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보고 온라인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개편한 어떤 사람은 이내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물리적인 가게를 관리할 필요도 없고 여유분의 악기를 사 둘 필요도 없어 처음에는 온라인 비즈니스가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인터넷을 훑어 어떤 제품이든 최저 가격을 찾아주는 ‘쇼핑 정보 제공 웹사이트’가 나타났고, 수익도 줄기 시작했다. 그가 제시한 가격이 겨우 2달러 정도만 높아도 단골손님들조차 더 싼 쪽으로 가버렸던 것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도 온라인 미디어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인터넷 배너 광고가 지역 기업들에게 유리할까?
흔히 온라인 광고가 큰 영향력을 띨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기업에 그런 것은 아니다. 지역 기업들의 인터넷 배너 광고는 아무리 해도 전문 마케팅 회사들이 만든 대기업의 광고만큼 좋을 수가 없다.
더욱이 디지털 미디어는 탈(脫)지역적인 성향을 띤다. 지역 기업들에는 특정한 지역 사람들과의 연결망이 중요한 자산이고, 지역성이야말로 그들의 강점이다.
그런데 바로 근처에 사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분산화 된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함으로써 지역 기업들은 도리어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잃어버린다.
사람들은 이제 같은 동네 제분소 주인인 밥에게서 귀리를 사는 대신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오하이오 주의 대기업에서 구매한다.
디지털 비즈니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특정한 산업 분야의 모든 것을 다루거나 신용카드 거래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처럼 모든 범주의 거래에 적용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확장한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대신 검색 엔진, 포털, 수집 사이트 등에 진출해 그 모든 경쟁 부문보다 한 단계 위로 치고 올라간 눈치 빠른 사람들도 눈여겨 볼만 하다. 지은이에 따르면 이들은 디지털 미디어의 추상화 경향을 누구보다도 빨리 인식하고 사업에 반영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미디어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고 당당한 주인으로 소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는 이를 위한 몇 가지 원칙들을 제시한다.
우선 우리는 온라인에서 한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지은이는 책임지지 못할 말은 애초에 디지털 영역에 올리지 말라고 강력하게 충고한다.
최근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서비스에 남긴 글귀 때문에 곤욕을 치른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채용 평가에 그 사람이 작성한 트위터 내용을 참고하는 기업이 등장할 정도로, SNS는 개인을 대표하는 핵심 매체가 되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에 남긴 어떤 말도 진정으로 ‘오프 더 레코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남이 인용하고 공유하고 링크를 걸었을 때 수치스러울 법한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득을 얻기 위해 가상 세계의 친구들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공동구매를 알선하고 수수료를 챙긴 파워블로거들이 적발되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누구나 다 그렇게 한다’, ‘구매자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구매자가 아닌 ‘친구’들에게 상품을 추천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 가상의 연결 관계들은 우리네 사회 현실의 연장이다. 이들은 우리가 아플 때 그에 맞는 의사를 찾도록 도와주고, 일자리를 잃었을 때 지원해 주고, 친척을 잃었을 때 위로해 주는 바로 ‘친구’들인 것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에서 공유와 절도를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 디지털 영역에서는 약간의 노력만 더하면 누가 하는 어떤 것이든 보고 얻고 복제할 수 있다. DRM 기술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깰 수 없는 복제 방지 장치는 없다.
그러나 무엇이든 복제하고 유포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그 행위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오픈 소스도 무엇이나 마음대로 언제든 공짜로 가져가도 된다는 개념이 아니다.
개발자들이 코드를 공개해 서로의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진보하기 위해 정해 놓은 업무 관계 원칙인 것이다.
궁극적으로 지은이가 제안하는 원칙들의 결론은 하나로 수렴된다. 소셜 미디어 시대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편향성을 이해하고, 우리가 쓰는 도구와 소프트웨어들을 스스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에 대해 거의 아무런 통제력도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내용도 전혀 모르는 기계의 처분에 우리를 맡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주연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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