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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친구'와 동행, 어떻게?경제 2012. 9. 12. 16:10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
빈곤과 저개발 그리고 정치적 혼미 속에서 방황해온 중국은 개혁 개방 30년 만에 세계 제1의 수출대국인 동시에 외화 보유국으로 우뚝 섰다. 더욱이 최근 세계 경제가 또다시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면서 세계의 시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견인해온 경제대국 중국으로 향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에도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중국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찰, 분석하면서 중국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을 제시한다.
베이징, 상하이 특파원을 지내며 20여 년간 중국을 관찰해온 중국 전문 기자이자 경제학자인 지은이 하우덕은 우선 중국의 부상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중국의 성장을 이끈 요인들을 분석한다. 이어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들을 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모색하고 한창 논의 중인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갖는 의미를 설명한다.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 한우덕, 청림출판
중국은 그동안 서방세계가 만들어놓은 시장경제 틀 속에서 성장했다. 이 때문에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하는 서방 시장경제 질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얌전한 규범 수용자 역할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가장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면서 적합하지 않은 규칙에 대해선 과감하게 ‘노(No)’라고 외친다. 규칙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Rule-taker)에서 이제는 규칙을 만드는 존재(Rule-maker)로 변한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이국땅에서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일당을 받고 노예 같은 생활을 하던 19세기 쿠리가 아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중국을 보는 우리의 인식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 경제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근거 없는 오해와 편견들이 그것들이다. 아울러 이제는 더 냉정하게 중국을 바라보고, 깊이 연구하고, 현실적인 공존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지금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고속 성장 과정에서 잉태된 각종 부작용은 사회 안정을 흔들기 시작했고, 국가 주도의 성장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시진핑 체제는 과연 이 같은 문제들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또 다른 개혁을 추진할 전망이다. 그리고 그 작업은 경제구조 개편으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은이는 이를 ‘3통(三統) 패러다임’으로 요약하고, 이 같은 중국의 변화들이 우리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우리의 대중국 경제협력 패턴을 다시 뜯어보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생산의 국내 통합’이다. 중국은 그동안 제품 생산에 필요한 고기술 핵심 부품을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조달하는 산업구조를 보여 왔다. 그렇지만 기술 수준이 높아진 지금 중국은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는 아시아 주변국에 흩어져 있는 부품 제조 공정을 중국 국내로 통합하겠다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국 수출 중 약 70퍼센트가 부품과 반제품 등의 중간재인 우리로서는 당장 중국 수출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산업 클러스터에는 적극 뛰어들어야 하고, 국내에서는 적극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주장이다.
아울러 ‘생산과 시장의 통합’을 들 수 있다. 중국 기업은 그동안 생산은 중국에서 하고,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내수확대를 통해 소비도 국내에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수출과 투자에 의존한 성장 패턴을 소비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주안비엔(轉變)’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기업의 대중국 비즈니스는 그동안 제조업 위주였다. 얼마나 싸게 만들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이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소비자를 감동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자연히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제조와 금융의 발전 통합’이다. 그동안 중국 금융업은 제조업 발전의 보조 수단 정도로 인식돼 왔다. 정부가 금리를 틀어쥐고 외부에는 보호 장벽을 높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금융을 산업으로 인식하고 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
총리가 나서서 국유은행의 독점을 철폐하겠다는 공언을 했고, 올해에 들어와서는 부분적 금리 자유화 조치도 단행했다. 한편으로는 금융업 대외 개방 폭을 넓히는 노력까지 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레드백 이코노미(Redback Economy, 위안화 경제)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우리 금융권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업 규모를 갖고 있고, 대부분의 분야에서 시장 규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중국이 갖고 있는 규모의 힘은 서서히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힘의 균형이 깨질 때 위기는 싹튼다. 강대국의 흥망성사가 늘 그랬다. 영국과 미국의 파워시프트(Power shift) 과정에서 1929년 대공황이 발생했듯 말이다. 지금의 위기 역시 힘의 균열에서 찾아야 한다. 균열은 중국에서 시작됐다. 중국 경제는 2000년대에 들어 급성장하더니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을 차례로 제치며 G2 반열에 올랐다. 2009년 독일로부터 최대 수출국 자리를 빼앗았고, 이듬해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에 올랐다.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중국이고,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도 중국이다. 반면 이 기간 수퍼파워 미국은 중동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전쟁을 치러야 했다. 경제적으로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며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폴 케네디가 지적했듯, 미국은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넓게 전선을 펼쳐놓고 있었다. 중국의 급성장과 미국의 쇠퇴, 이것이 지난 10년 국제 질서를 바꾼 원인이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그 파워시프트의 한 파편인 것이다.
지은이는 ‘큰’ 중국에 대한 우리의 선택은 ‘날카로움’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중국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예리함을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날카로움’을 키워야 할까? 이 책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전개한다.
이제까지의 중국 비즈니스는 쉬웠다. 우리는 ‘세계 공장’이라는 중국에 부품을 공급하기만 하면 됐다. 그 부품을 조립해 수출하는 것은 중국 노동자와 기업의 몫이었다. 중국 수출이 늘어나면서 한국도 덩달아 수출이 늘었다.
그러나 향후 양국 경제협력은 지난 20년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짜일 것이라는 게 이 책의 분석이다. 중국의 성장 패턴이 투자와 수출에서 내수 소비 위주로 바뀌면서 제조업을 고리로 맺어졌던 협력 체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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