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지데일리=한주연기자> “나는 내 아이가 기술 그 자체를 위해서라기보다 정확한 시각과 유연한 솜씨를 갖추기 위해 이 기술을 연마하기를 바란다. … 따라서 나는 아이에게 그림 선생을 붙여줌으로써 베낀 것을 또 베끼는 법만을 가르치고 그림을 보고서만 그리게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다. 나는 아이가 자연 이외의 다른 스승을 두지 않고, 사물 외의 다른 모델을 택하지 않기를 원한다. 나는 아이가 눈앞에 실물 그 자체를 둘 뿐, 이를 재현한 종이를 두지 않기를, 또 집을 보고 집을 그리고, 나무를 보고 나무를 그리며, 사람을 보고 사람을 그림으로써 물질과 외관을 유심히 관찰하는 데 익숙해지기를 원한다.” - 장 자크 루소 <에밀>


오늘날 디자인을 잘 하는 기업(애플)과 디자인이 발달한 나라(스칸디나비아 국가들)가 앞서가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의 공공성에 디자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만큼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는 오늘날 가장 중요하고 논쟁적인 분야에 대한 이론적인, 철학적인 고찰을 시도하고 있다.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스테판 비알, 이소영, 홍시

디자인은 이미 삶의 구체적인 조건으로서 우리와 함께 한다. 여전히 유행에 민감하거나 마케팅 담당자들만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편견일 뿐이다. “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그 건물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는 통찰은 이미 윈스턴 처칠 시대에 나왔다.


디자인의 윤리성이라는 문제는 디자인의 정체성이라는 문제의 일부다. 바로 그런 까닭에 “이 분야가 시작될 때부터 디자이너는 마치 원죄를 회개하기라도 하듯이 자신의 활동을 끊임없이 정당화해온 것이다.” ld처럼 디자이너가 된다는 말은 윤리적 입장을 정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시장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이전 독일공작연맹 시대로 치면 표준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한다는 말과도 같다. 바로 그런 이유로 디자인은 끊임없이 정당성을 추구하는데, 시장만으로는 디자인에 그 어떤 정당성도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은 디자인에 단지 수단만을 제공할 뿐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시장 외의 다른 곳에서 자신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


책은 우선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성립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주는데, 주요한 디자인 선각자들의 실천과 생각이 오늘날 디자인의 개념을 만들어왔음을 보여준다.


‘디자인’이란 단어는 1849년 영국 잡지 <디자인과 제조 저널>에 처음 등장한 이래 시대상에 따라 그 의미는 부단히 변모해왔다. 이 책은 그 과정을 통해 디자인 자체의 역사를 간결하고 알기 쉽게 드러낸다.


“나는 내 삶의 물질적인 틀이 쾌적하고 아름다우며 너그럽기를 요구한다”고 한 19세기의 선각자 윌리엄 모리스, 역사상 최초의 산업디자이너이자 AEG 디자인으로 유명한 페터 베렌스, 현대 디자인의 실험실 바우하우스, “추한 것은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 레이먼드 로위의 1950년대에 이른다. 1950년대가 되자 ‘산업 디자인’은 <타임스>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산업 현상 중 하나’로 명명된다.


그저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하기만 해도 온 세계가 달라 보인다. 사고하고 지각하는 데는 무한한 방식이 존재한다. 내 생각에 디자인을 한다는 말은 대상과 현상, 매일의 의사소통에 이 무수한 사고방식과 지각방식의 본질을 의식적으로 적용한다는 뜻이다. (디자이너 하라 켄야)


이 책의 지은이 스테판 비알은 일본의 하라 켄야, 필리프 스타르크와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의 직관적 단상부터 사회학자와 철학자들의 디자인에 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수렴해 디자인의 주요 문제를 밝히고 해답에 접근한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지은이가 요약하는 ‘디자인의 본질 세 가지’로, 이는 첫째 ‘형태조화’ 효과, 둘째 ‘사회조형’ 효과, 셋째 ‘경험’ 효과다. 디자인은 조화로운 형태를 추구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고 이를 사용 경험케 하는 활동으로서 책임과 가능성을 겸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 효과의 경험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짧은 분량 속에 디자인의 개념과 윤리 같은 기본적 문제부터 디지털 디자인, 그리고 미래 혁신과 같은 쟁점까지 다루고 있다. ‘디자인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예시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디자인 혁신에 일조한 바 있는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기업 IDEO의 철학과 프로세스가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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