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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음악평론가가 이야기하는 '가요전설'문화 2012. 10. 15. 13:12
[가수를 말하다]
1960년대 미8군과 번안가요에서부터 1970년대 대마초 파동, 1980년대 팝을 이겨낸 가요, 그리고 1990년대 우리음악의 혁명을 통해 마침내 우리 가요는 지금 ‘케이팝’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향하고 있다.
지금 우리 가족사에 아버지 세대가 가요를 듣고 자랐다면 지금의 10대와 20대는 케이팝을 듣고 자라난다. 서구의 팝음악을 듣는 것을 세련된 문화의 향유로 생각하던 과거에 비해 가요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가수를 말하다, 임진모, 빅하우스
<가수를 말하다>는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가 20여 년간 축적한 인터뷰, 취재자료, 평론 등을 토대로 엮어 낸 가수와 가요 이야기이며, 우리 대중음악의 사료와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심수봉은 거창한 테마나 고매한 메시지가 아닌, 어디까지나 우리 정서 저변을 울리는 남녀 이야기들에 집중한다. 스스로도 남자는 나의 중요한 화두라고 밝힌다. 물론 심수봉의 노래에서 표현되는 남자는 연애나 성적 대상이 아니라 그 자신을 감싸 주는 보호자를 의미한다. 어찌되었든 팬들은 거기서 운명적 사랑은 물론, 강한 성적암시와 보호본능을 자극받는다.
지은이는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레전드로 불리는 가수들과 전설로 향하는 가수들의 인터뷰와 리뷰를 넘나들며 대한민국 가요 역사를 정리했다. 이를 통해 신중현, 조용필, 심수봉을 거쳐 서태지, 크라잉넛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 최고 가수들의 인생과 음악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쎄시봉’으로 불어 닥친 음악에의 향수는 최근 <나는 가수다>를 통해 증폭됐고 음악에 취한 대중은 어느새 ‘가수’를 주목하게 됐다. 한 시대의 감성을 풍미한 음악을 듣는다는 시대 공감의 차원을 넘어 지금 현재 그 음악과 가요를 탄생시킨 주인공과 최고의 가수를 찾게 된 것이다.
지은이는 41명 가수의 흔적을 고스란히 하나의 단단한 역사로 승화시킨다. 객관적인 리뷰와 인터뷰를 통해 가수들의 숨가쁜 이야기를 전하면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가 불렀어도 김광석의 소리로 넘어가면 김광석의 노래가 되어버린다. '이등병의 편지'는 작곡자 김현성도 부르고, 김광석보다 윤도현이 먼저 불렀다. 하지만 종국에 소유권은 김광석으로 넘어갔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도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독일여행에서 만난 노부부에 영감을 받아 곡을 쓰고 부른 곡이지만 이제는 대부분 김광석의 노래로 기억한다.
주목할 점은 이 책에 소개된 41명 모두 동시대에 활동한 가수들이 아님에도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다.
패티김은 은퇴 기념 콘서트에 대한 중요한 조언을 조용필에게서 받았으며 남진과 나훈아의 라이벌전을 목격한 정훈희는 트윈폴리오와 함께 시대를 풍미했고, 이문세의 작곡자 이영훈은 정훈희의 노래에 감사했다.
또 신해철이 가수로서의 자세를 배운 김태원은 이승철의 천부적 보컬을 인정했고 이승철은 김현식의 창법을 흠모했다. 유재하와 어떤 날은 이후 거의 모든 발라드 가수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가수들은 노래의 가왕으로 조용필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책에는 우리가 몰랐던 우리 가요와 가수들의 희노애락이 숨어있다.
글 손정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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