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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세기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문화 2013. 2. 21. 11:57

    [디자인의 탄생]


    “우리를 둘러싼 도처의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우리가 디자인에 가지는 관심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우리는 디자인 속에 살고 있다. 의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 일상은 디자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페니 스파크의 <디자인의 탄생>은 이러한 디자인이 하나의 문화로서 우리 일상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디자인은 도로 옆 광고판과 음식 포장지, 컴퓨터 아바타에는 물론이며 회의실이나 공장, 슈퍼마켓 그리고 공공 화장실, 심지어 전쟁터에도 존재한다. 디자인은 우리 주변 도처에서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현재의 특징이자 동시에 과정이다.


    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자인사적 사건이나 디자인의 주요 특징을 중심으로, 19세기 산업화 시대부터 시작해 근대화 운동과 바우하우스, 궁핍과 전쟁의 시대, 전후의 폭발적 성장, 특히 전쟁 덕분에 발견한 새로운 재료와 기술에 대한 가능성에 이어 21세기 최신 유행의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디자인이 어떻게 정치, 경제, 문화와 같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지, 그 디자인이 다시 어떻게 우리에게 친숙하고 일상적인 학교나 회사, 슈퍼마켓과 같은 장소에서 삶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는지 보여준다.


    책은 산업화 이후 즉 19세기 말부터 21세기까지 200여 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디자인의 역사에서 대중들의 주목을 끌었던 상징적인 디자인 아이콘들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디자인의 탄생> 페니 스파크 지음, 이희명 옮김, 안그라픽스 펴냄


    조사이어 웨지우드, 윌리엄 모리스, 헨리 드레이퍼스, 코코 샤넬, 르 코르뷔지에, 디터 람스, 베르네르 판톤, 자하 하디드 등 수많은 디자인 영웅과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뒷이야기가 흥미로운 도판과 함께 눈길을 사로잡는다.

    더불어 어쩌면 우리가 오늘날 혜택인 줄 모르고 누리는 각종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그 뒷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20세기 역사가 고스란히 품에 와 안긴다.


    특히 사회사를 연결한 디자인 아이콘들에 얽힌 뒷이야기가 인상적인데, 헨리 포드의 대량 생산 시스템이 부엌의 현대화에 어떻게 영향을 줬으며, 전쟁 기간 동안 과학 기술의 발달이 볼펜, 라텍스, 조종사용 선글라스와 같은 생활 제품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 이야기는 디자인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디자인에 대해 더욱 폭넓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디자인의 역할뿐 아니라 디자인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역할과 취향에 대해 역설함으로써 디자인의 의미가 단순히 세속적인 물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지키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BBC에서 <지니어스 오브 디자인(Genius of Design)>라는 TV 시리즈로 방영돼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 디자인, 대중의 삶을 규정하다


    책에 따르면, 디자인은 대량 생산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최초의 시작은 도자기의 대량 생산을 시도한 조사이어 웨지우드에서 출발했다. 시기적으로 영국의 식민지 확장과 차 문화의 확대로 도자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자, 웨지우드는 장인에 의해 생산된 도자기 산업을 분업화함으로써 대량 생산을 꾀했다.


    효과적인 분업을 위해서는 생산할 도자기 샘플(프로토타입)과 그 샘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분업이 가능하도록 나눈 뒤 세세한 작업 지시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했다. 디자인 직업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산업의 발전과 대량 생산이 영국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장인의 손에서 생산되던 많은 제품이 기계나 단순 노동직에 의해 생산됐다.


    이런 현상에 반대해 다시 장인 정신으로 물건을 만들 것을 주장한 사람이 윌리엄 모리스이다. 그의 미술공예운동은 디자인을 생활과 결합시킨 최초의 시도로 기록된다. 미국에서의 대량 생산은 헨리 포드의 자동차 생산 시스템에서 시작됐다.


    19세기 중반부터 대량 생산과 산업화로 인해 더 많은 대중이 쉽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상류사회에서만 사용했던 상품을 대중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공산품들이 각 가정에 보급되면서 개인의 삶의 형태도 변했다. 사람들은 타인이 소유한 제품이나 가정에 진열된 상품에 따라 그들을 평가했다. 이로부터 상품 디자인이 우리 삶을 규정하게 됐다.


    또 다른 변화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다. 부엌의 현대화를 비롯해 가사를 도울 수 있는 제품의 등장은 여성을 가사 노동에서 자유롭게 했고, 분업화된 산업 시스템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등장한 코코 샤넬은 이 현상과 맞물려 페미니즘의 상징적 아이콘이 됐다.


    적은 노동력과 적은 비용으로 과거 상류 사회의 문화를 대중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는 면에서 디자인은 생활 형태를 근대에서 현대화로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그 시대의 평등과 민주화에 영향력을 끼쳤다.


    전쟁이 발발하자 디자이너들은 상업적인 면보다 인간의 기본 욕구와 국가의 생존을 위해 역량을 발휘해야 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대중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제품 디자인은 열악한 제조 환경에 맞는 디자인을 고민해야 했다. 물론 전쟁 그 자체를 위한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정치적 선전물이나 위장 용품과 전쟁 중 사용하기 위한 실용적인 가구와 자동차, 무기를 디자인했다.


    전후에는 폐허가 된 세계를 복구하기 위해 많은 물품이 필요했는데, 이런 환경이 디자이너의 사회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었다. 건물들이 다시 세워지고 대량으로 가구가 필요해지면서, 디자이너는 전쟁 기간 동안 암울했던 시기를 잊고 밝은 미래와 사회 재건을 꿈꿀 수 있는 제품 생산에 노력했다. 조립식 건물이나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의 플라이우드 의자 등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 중 하나다.


    ❐ 의미있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전후부터 1980년까지 디자인은 양적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기술의 뒷받침으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경제 성장과 낙관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시장에 물건이 넘쳐났다. 더불어 소비 장려를 위한 TV, 잡지 광고나 프로모션의 산업도 확장됐다. 제품의 형태에서는 인공 재질과 제품 성형 기술의 발전이 크게 기여했다.


    특히 자연 재질이 주는 형태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해준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용기 터퍼웨어나 베르네르 판톤의 ‘S 의자’, 디터 람스의 브라운 사 전기 제품과 같은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다. 도로 표지판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디자인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디자인의 확장은 대부분 마켓의 확장이라는 상업적 역할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20세기 후반 세계는 경제 부흥과 낙관적이었던 소비 확장 시기를 끝내고, 고유가와 생존을 위한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만 했다. 아울러 늘어난 젊은 인구는 기성세대의 문화에 동조하지 않고 자신만의 다양한 문화를 만들었다. 디자인에도 멤피스 그룹처럼 통일되지 않은 다양한 스타일이 등장했다.


    또 다른 시대적 변화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고, 집이 하나의 자산으로 여겨져 가정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어느 집에나 있는 똑같은 가구보다 좀 더 다른 것을 찾고, 이에 따라 예술작품처럼 취급 받는 디자인 제품이 등장했다.


    이런 현상은 스타 디자이너를 낳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21세기 전후 디자인에 영향을 준 가장 혁명적 변화는 정보통신의 발전이다. 가상현실과 같은 새로운 분야가 탄생했을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의 뒷받침으로 제품의 새로운 사용성이 필요해졌다. 최근 포화된 소비 사회는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데, 디자이너 스스로 사회적, 문화적, 도덕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디자인ㆍ예술 분야 전공자, 디자인과 관련한 20세기 문화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디자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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