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미국의 부자들이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데 가장 큰 이유는 부자들이 갖고 있는 기부의 습관에 있다. 빌 게이츠의 경우 4년 동안 자기 자산의 60%인 20조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세상의 조건ㅣ박원순 지음ㅣ한겨레출판사 펴냄 한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사회의 설계와 자인 방법을 고민하는 ‘소셜 디자이너’를 자청한 박원순이 제시하는 바람직한 사회상은 바로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다. ≪아름다운 세상의 조건≫은 이를 이루기 위한 첫발인 ‘기부와 나눔’이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인 박원순은 스탠포드 대학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기부 문화를 직접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도서관 건물에서부터 그 안의 장서에 이르기까지 큰 대학건물에서부터 작은 벤치에 이르기까지 기부되지 않은 것을 찾는 게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회상한다.


:::눈앞에 굶주리는 사람을 보고 돈을 내는 즉자적이고 감성적인 기부보다는 어느 쪽에 돈을 내는 것이 사회의 풍요와 발전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인지 잘 판단하는 이성적인 기부로 바뀌어야 한다. 상속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보람 있고 훌륭한 삶이며 삶의 성취인 자산을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삶인지 철학적으로 성숙해야 한다.[17쪽]:::


이 책을 보면, 기부의 형식은 다양하다. 돈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고, 물건일 수도 있으며, 자신이 가진 재능일 수도 있다. 소리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오태양 군은 틈틈이 무료 공연을 기부한다. 나눔의 습관이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생각 때문이다. ‘사랑의 고물상’이라는 별칭이 있는 아름다운가게는 기부 받은 물건을 팔아 나온 수익을 전부 공익을 위해 쓴다.


지금은 상당히 널리 퍼진 1% 나눔운동. 이는 자기 수입의 1%를 기부하자는 운동이다. 가게에서 나오는 수입의 1%, 책 판매 수입의 1%, 강연료의 1% 등 전국에 106개의 점포가 있는 아름다운가게에 1%씩 기부하는 사람은 4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지은이는 정부의 예산만으로는 빈부격차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일반인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해 100억대를 모금하고 매출하는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가 100개, 1000개가 되면 그 과정에서 고용이 창출되고 또 수많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사회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지은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재단법인제도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낱 물질에 지나지 않던 돈이 재단법인에 출연됨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단들이 편법 상속의 수단으로 많이 사용돼 왔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 발전에서는 재단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토크빌에 따르면, 19세기 NGO가 활성화했는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NGO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를 뒷받침한 것이 시민들이 자벌적으로 참여해 재정적 기원을 아끼지 않은 재단이었다는 것이다. 15년 전 이미 미국의 재단은 4만 개가 넘었고 자산도 300조가 넘었다 하니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재단들이 개인재단이라는 것. 재단 재원의 90% 가까이를 개인이 기부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재벌의 재단이 지배적이고 이들은 NGO 지원에 인색하다. 향후 우리나라가 질적으로 도약하려면 개인재단이 많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NGO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이 책은 강조한다.

 

이와 함께 우리가 바라는 대안적 사회, 좀 더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사회를 위한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은이는 “기업은 기업이되 일반기업처럼 이윤만 추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기업처럼 수익과 효율성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이는 사회적 기업은 공공의 이익이나 사회적 목적을 기업이라는 형식을 통해 추구하고 달성하려는 것이란 설명이다.


결국 21세기엔 어떻게 하면 기업이 공동체와 자신의 지역에 공헌할지 생각하는 않으면 기업의 성장과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 책에는 세계의 구두쇠 할머니들 이야기도 등장한다. 라디오 한 대도 없이 살거나, 남루한 아파트에서 살거나 한겨울에도 전혀 난방도 하지 않고 살다가 생의 마지막에 자신의 전재산, 많게는 수백억에서 수십억원을 공익을 위해 쓰라며 사회에 돌려주고 간 사람들. 말 그대로 ‘개미같이 벌었지만 거지같이 살다가 정승같이 기부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찌 보면 무모하고 사회를 바꾼다기에는 ‘너무 낭만적일 것 같은’ 비전과 방식으로 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지은이는 이 책에서 보듯 우리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회의 설계 방법과 디자인 방법을 얻고 함께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그는 강조한다. “더 인간적인 사회, 더 합리적인 사회, 더 민주적인 사회, 국민과 지구촌 시민들이 더 행복한 사회, 지속가능한 미래가 담보되는 사회, 누구나 자신의 인격과 삶을 풍요롭게 실현하는 사회, 누구나 절망하지 않고 좋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사회, 이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