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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두고 히틀러는 민족주의의 사상을 키웠고, 셰익스피어는 예술의 원천으로 삼았다. 그러니 어쩌면 책은 독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다르게 비추는, 그 어떤 것보다도 정확한 거울인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읽었던 책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될 때, 나는 문득 내가 변했음을 깨닫는다. 책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 나는 생각하게 된다. 혹시 그것은 과거가 아니라 처음부터 미래를 품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지금도 저 책들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독자가 아니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독자를.
/ 김미라 <책 여행자>(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