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대학 교수가 시골 이장이 됐다. 몸담고 있는 대학 근처 시골 마을에 귀틀집을 짓고, 작은 텃밭을 일구며 자연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 있던 그는 마을 고층 아파트 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투쟁에 뛰어들었다가 주민들에 의해 이장으로 추대된 것이다.

 

사진_이장이 된 교수 전원일기를 쓰다ㅣ강수돌 지음ㅣ지성사 펴냄≪이장이 된 교수 전원일기를 쓰다≫는 살림살이 농사 이야기이자, 참된 삶의 경영에 관한 이야기다. 지은이 강수돌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집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강아지와 닭, 감나무와 수선화 한 송이까지 포함한 생태 공동체를 통해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진짜 살림살이와 마땅히 누려야 할 높은 삶의 질에 관해 말한다.

 

지은이는 “자연에서 나온 것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으며, 자연 만물은 스스로 제 살 길을 열어나간다”고 말하면서 ‘자연스러운’것이 모든 일의 해법이 아닌지 묻는다. 대학교수지만 아직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초보 농부의 서투르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한적하고 평화롭기만 한 전원생활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장 FTA로 인해 밀려드는 수입 육류와 농산물은 우리 식탁과 농업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며, 마구잡이식 개발은 우리의 산과 강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욕심은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아파트를 지어 대며, 모든 것을 혼자 다 갖고 있는 수도 서울은 조금도 나누려하지 않는다. 이는 나라 전체에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동시에 수도권의 비만과 지방의 영양실조를 발생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로부터 눈을 돌린 전원일기란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지은이는 땅과 사람에게서 그 해답을 찾는다. 직접 땀을 흘려 농사를 지으면서 사람과 자연이 공존 공생하는 살림살이 경제를 꾸리고, 아이들과 글쓰기 교실을 진행하고 마을 도서관을 재정비하면서 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마을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며 주민 자치의 길을 모색한다.

 

지은이는 나아가 “기존의 국가와 민족, 선진국과 후진국의 논리를 넘어 정치 경제적 차원에서 살림살이의 새로운 단위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의 바탕에 깔려 있는 산업주의, 팽창주의, 위계주의와 성장 신화를 모두 넘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근원적 관계를 회복하고 외면과 내면이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대안적 시스템으로 ‘생태적 자율 공동체’를 제시한다.


직접 텃밭을 일구고 마을 공동체를 꾸려가며 깨친 지은이는 사회와 문화, 정치와 경제를 통찰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고, 이는 다시 ‘행복한 삶’이라는 목적을 더 뚜렷하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우리는 오늘 행복을 오늘 느끼며 느긋하고 행복하게 가야 하는 동시에 온 사회의 행복을 함께 꿈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꿈꾸며 귀농을 하지만 ‘나 혼자 평화’란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나의 진정한 평화와 행복은 나, 가족, 마을, 지역, 국가, 세계, 자연 생태계까지 모두 조화롭고 평화로워야 가능하다고 본다.


지은이는 온 사회가 불행한데 나 혼자 행복하다면 어떤 면에서 죄악일 수 있다며 모든 사람이 오늘 행복을 오늘 찾기 위해서는 같은 생각과 뜻을 가진 사람들이 연대하는 길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지금 행복하기 위해, 나아가 모두가·행복해지기 위해 함께하는 공동체 만들기를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