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는 정치, 경제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고, 개인으로선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면서 정답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_유쾌한 공생을 꿈꾸다ㅣ요로 다케시 지음ㅣ황소연 옮김ㅣ전나무숲 펴냄 ≪유쾌한 공생을 꿈꾸다≫는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 가운데 한 사람인 요로 다케시의 곤충과 자연에 대한 에세이이다.


“곤충만 보면 세상시름을 잊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해부학을 전공하고 뇌를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친 지은이는 일하다 남는 시간엔 여지없이 곤충채집에 나섰을 만큼 곤충을 사랑하고 곤충채집을 즐겨왔다. 그는 자신을 ‘곤충쟁이’라 부르는 데 서슴지 않는다. 2005년엔 자신이 수집한 곤충들로 ‘요로 곤충관’을 지었을 만큼 그의 곤충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렇다면 대표 지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불리는 그가 수많은 동식물 가운데 하필이면 왜 곤충을 선택했을까? 이에 대해 지은이는 “이 나이에 즐거운 마음으로 곤충을 잡으러 다닌다. 무엇보다 곤충은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이 들어오기는커녕 나가기만 한다. 뿐만 아니라 표본을 열심히 만들어도 앞으로의 향방을 알 수 없고, 곤충을 향한 마음을 자식들이 온전히 이해해주는 것도 아니다. 이런 사실에 생각이 미치면 곤충을 단념할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더 좋아진다. 무엇보다 내가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건 재미있기 때문이다”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그는 ‘단지 재미있어서’ 곤충채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책엔 그가 곤충채집을 놓지 못하는 좀 더 확실하 이유가 담겨 있다. 그는 책에서 곤충채집을 통해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곤충이라는 소우주를 통해 대자연 속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이 미래를 보장받으려면 자연을 향한 삶을 살면서 녹지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간 스스로 깨우치도록 곤충이 몸소 보여주기 때문에 곤충을 가까이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산으로 들로 곤충채집을 떠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곤충을 통해 정치와 경제, 환경, 교육, 인간의 심리와 사회구조를 들여다본다. 일흔을 훌쩍 넘긴 그이지만, 죽는 그날까지 곤충채집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곤충과 곤충채집 이야기를 마냥 신나게만 말하지 않는다. 왜 곤충을 사랑하는지, 곤충채집을 하면 어떤 점에서 좋은지, 곤충과 자연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흥미롭게 이야기하다가 이내 인간에 의해 변화된 자연의 모습에 실망과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지은이에게 인간의 환경 개발 행위는 ‘동식물 서식지 침략 행위’나 다름없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과 가까이 살겠다면서 자연을 파헤치는 인간의 모습은 모순되기 그지없다. 인간의 모순된 개발 행위에 대한 그의 마음은 불편한 진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사는 곳으로 새로 이사 온 주민들은 녹지를 밀어버리고 새집을 지었다. 참으로 알쏭달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곳으로 이사 온 이유가 ‘공기가 좋아서’라고 치자. 그렇다면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는 것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해석이다. 그들이 정말로 환경을 소중히 여긴다면 애초부터 이사를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녹지를 지키는 길이니까 말이다.”


지은이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일은 개발된 곳에 살던 곤충이나 물고기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고향에서도, 여러 번 오간 외국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또 멀쩡한 열대림을 밀어버리고 생산용 과실나무를 심은 일, 원시림으로 들어가기 위해 만든 포장도로, 공공시설을 짓기 위해 몇십 년 자란 나무를 싹둑 베어버리는 일 등도 요로 그에겐 모순되고 안타까운 일들이다.


지은이가 말하는 환경 개발의 사례들은 결코 남 얘기가 아니다. 개발 후의 화려함과 생활의 편리함에 도취돼 곤충을 비롯한 작은 생물, 야생동물, 희귀식물이 죽어가는 것에 신경도 쓰지 않는 개발 주체들에게 지은이는 이렇게 묻는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파괴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을까?”

지은이는 곤충을 위해, 자연을 위해 그가 선택한 삶의 방식은 이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자연을 향한 삶을 살고, 자연사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연을 향한 삶이야말로 녹지를 지키고,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고 유쾌하게 동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고 있는 생태계 파괴 행위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며, 이를 통한 자연과 인간의 평화롭고도 유쾌한 공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