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이런 질문에 1위로 자주 등장하는 대답은 아마도 ‘수학’일 것이다. 입시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며, 누구나 열심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수학 공포증, 나아가 혐오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사진_범죄수학ㅣ리스 하스아우트 지음ㅣ오혜정 옮김ㅣ남호영 감수최근 CSI, NCIS, 넘버스 등의 미국 드라마 시리즈가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드라마들은 추리와 과학, 수학을 결합하면서도 흥밋거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 중 <넘버스Numb3rs>가 있다. 미스터리한 범죄 사건들을 수학에서 실마리를 찾아 해결하는 이야기이며,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수학이 재미있다’고 느끼게 한다. 매회 벌어지는 사건에서 수학 교수 찰리 엡스가 사건의 실마리를 수학으로 찾으며 FBI 요원인 형이 사건을 해결하도록 돕는 이야기이다.


≪범죄수학≫은 <넘버스>와 같이 수학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가 바로 ‘수학’인 것이다. 추리소설이지만 수학 내용을 담고 있고, 수학이지만 절대 딱딱하지 않다


:::“살인에 사용된 무기를 찾아내지 못해서 지금 경관들이 피네간씨 집과 웬트워스씨 집 여기저기를 수색하고 있어. 그리고 살인 동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 밥 피네간 씨가 로스모이니 박사의 사무실에서 사무직원으로 열심히 일해 왔는데, 2년 전 박사가 메시 병원으로 직장을 옮길 때 그를 그만두도록 했다는 것을 알아냈어. 하지만 피네간 씨는 그에 대해 악감정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그들은 여전히 좋은 친구였다고 주장하더군. 메시 병원에 사무직원이 있었기 때문에 로스모이니 박사가 자신을 그만두게 했던 것 같다는 거야. 또 로스모이니 박사는 자신의 부인과 만나기 전에 줄리 웬트워스 부인과 만나곤 했다는 것도 알아냈어. 하지만 그녀도 오래전 일인데다가, 그들은 서로 더 이상 연인 관계로는 만나지 않기로 했으며, 이후 좋은 친구로 남게 되었다고 말하더군.”

“흥미롭군요.” 라비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 밖에 또 다른 것은 없어요?”

“아니, 한 가지가 더 있어.” 대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는 여전히 문에 기댄 채 목소리를 절반으로 낮추어 속삭이듯이 말하였다. “우리는 총을 쏜 사람의 손에는 화약이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화약 잔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파라핀 검사를 했어. 여기에 밥 피네간 씨가 양성반응을 보였지. 하지만 내 생각에는 누군가가 묻히지 않았을까 해. 줄리 웬트워스 부인과 스테이시 아덴 부인도 양성반응을 보였어. 하지만 다른 사

람들은 음성으로 나왔단다.”

“로스모이니 박사가 무선호출 수신기를 지니고 있었나요, 대장?”이라고 라비가 물었다.

“뭐?”

“호출기요. 의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거 있잖아요. 일요일인데, 그가 호출기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이 책의 주인공 10대 소년 라비는 수학을 매우 좋아한다. 책은 라비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라비의 직관이나 상황의 수학적 분석은 매우 뛰어나다.


특히 라비가 풀어내는 사건들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소소한 일들이다. 영리한 라비는 그 평범한 사건들을 세심하고 면밀하게 관찰하며, 사람들의 말에서 논리적, 수학적 허점을 찾는다. 어른들도 간과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과히 어렵지 않은 수학적 원리로 사건을 해결한다. 리비는 수학이 어렵고 특별한 것이 아니며, 주변을 잘 관찰해 보면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친숙하고 즐거운 것임을 알려준다.


지은이 리스 하스아우트는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집필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학적 주제를 받치고 있는 문장의 질이나 세련미는 수학적 재능과 문학의 성숙한 혼합을 보여준다.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라비의 머릿속에서 벌어진 추론과 계산을 친절하게 그림과 수식을 동원해 세세히 설명해 준다. 그가 풀어낸 살인 미스터리는 흥미로우면서도 도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