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항상 먼저 양보한다면?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주저하면서 얘기를 못한다면? 친구가 싫은 소리를 해도 그때는 그만두라는 말을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서 고민한다면?

 

사진_사랑받을 권리ㅣ일레인 N. 아론 지음ㅣ고빛샘 옮김ㅣ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연애에서 직장, 학교, 그리고 가정에서조차 우리들은 타인의 말과 행동에 상처받고 혼자 울곤 한다. 그 눈물 뒤에는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다. 심지어는 사적인 관계에서도 경쟁을 부축이고 순위 매기기를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마음의 병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느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돼 버렸다.

 

:::어렸을 때 아이들에게 왕따 당한 적이 있는 당신을 혼자 남겨두고 직장 동료들이 자기들끼리만 점심을 먹으러 갔다고 해보자. 당신의 순진무구한 자아는 즉시 그들이 고의로 자신을 왕따 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며,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가 무가치한 존재라고 결론 내릴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점심시간이 되면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제일 먼저 밖으로 나가 혼자 점심을 먹는다. 그 누구도 자신을 먼저 왕따 시키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직장 동료와의 관계를 ‘순위 매기기’ 관점에서 보는 이 반응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랑’과 ‘호감’이라는 주제를 전면적으로 다뤄온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일레인 N. 아론은 20년 동안의 심리 상담을 통해 우울증과 수치심, 질투, 열등감, 불안 등 다양한 문제 속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프레임이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우리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그것은 스스로가 가치 없다고 느끼는 또 다른 ‘자신’, 즉 ‘못난 나(Undervalued Self)’라는 심리 기제다. 이 ‘못난 나’가 바로 우리의 사랑받을 권리를 방해하고 있다.

 

 

 

‘못난 나’는 쉽게 말해 실제보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 또 다른 ‘나’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여기고, 낯선 사람과 만났을 때 지나치게 수줍어하며,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질투를 느끼게 한다.

 

누군가가 사랑한다고 고백했을 때 ‘왜 하필 나야?’라는 질문을 떠올리며 도망간 사례가 있다면, 이 역시 ‘못난 나’가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도록 방해해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게 하고 자신감 없게 만든 결과다.

 

겉으로 자신만만해 보이는 사람들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역시 ‘못난 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도하게 능력을 과시하는 사람, 매사에 경쟁심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내면의 ‘못난 나’를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인지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이 개념은 ‘낮은 자존감’이라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낮은 자존감’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주목했으나,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그런데 일레인 아론은 이 ‘낮은 자존감’의 문제를 ‘못난 나’라는 프레임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면서, 왜 스스로는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걸까? 일레인 아론은 자신의 책 ≪사랑받을 권리≫를 통해 ‘못난 나’는 이를 ‘순위 매기기(Power)’와 ‘관계 맺기(Love)’라는 두 가지 프레임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퇴근한 후에는 운동을 하러 헬스클럽에 간다. 그곳에 가득한 건강하고 몸매가 멋진 사람들을 보자니 잔뜩 기가 죽는다. 당신이 헬스클럽 안에서 제일 못난 사람인 것만 같다. 이런 경우는 100퍼센트 순위 매기기라 할 수 있다. 당신은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이다.:::


 

원래 ‘순위 매기기’와 ‘관계 맺기’는 1983년 정치심리학자 리안 아이슬러와 데이비드 로이가 사용하면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이 두 가지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지배하는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 두 개념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된 바는 거의 없었다. 일레인 아론 역시 두 주제를 따로 떼놓고 생각했으나, 내담자들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이 둘 사이의 뗄 수 없는 관계를 깨닫게 됐다. 즉,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 맺기’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는 늘 권력과 우열의 문제 즉 ‘순위 매기기’에 치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은이는 “만약 최고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거절하는 것이 힘들다거나,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게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여기거나, 상대의 사소한 말도 나를 비난하는 말이라 생각된다면 자기 안의 또 다른 나를 들여다 봐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스스로도 몰랐던 ‘못난 나’의 발견을 통해 내면으로부터 나를 변화시키는 동시에 어떠한 자극에도 흔들림 없는 사람으로 거듭나 당당하고 아름답게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