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슈퍼마켓이나 대형 마트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정작 수많은 음식 가운데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각종 매체에서 인용되는 음식과 건강에 대한 수많은 학설, 권위자의 말 한마디, 식품첨가물과 과도한 영양소의 섭취로 인해 생기는 병에 대한 공포 등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가 먹을 음식을 선택할 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잡식동물 분투기ㅣ마이클 폴란 지음ㅣ조윤정 옮김ㅣ다른세상 펴냄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문제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어떤 존재인지를 규정하는 실존적 질문 그 자체로 해석된다. ‘참된 먹을거리’를 건강한 방식으로 행복하게 섭취하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행복한 식사를 되돌려주며, 이는 곧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인 마이클 폴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키워지는 소는 풀 대신 옥수수를 먹고 자라난다. 풀 대신 옥수수를 먹음으로써 도살하기까지 5년이 걸렸던 기간을 14~16개월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소는 중량이 늘어나지 않아 더 이상 키울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패스트푸드처럼 신속하게 도축돼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또한 미국의 소를 포함한 가축들은 사육장에서 옥수수 외에도 여러 가축의 내장, 배설물, 깃털 등이 포함된 사료로 키워지고 있다. 이 사료를 먹고 자라는 소는 내장기관이 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병을 앓고 150일 이상 살 수 없게 된다. 사육장의 가축들이 건강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은 다량으로 투입된 항생제 덕분이다.

 

그러나 항생제 덕분에 강한 면역력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가 탄생하게 됐고, 이는 광우병과 같은 치명적인 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14~16개월 이내에 소를 도축하고 소비하는 현상의 배경에는 이러한 산업사회 시스템이 깔려 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감안해 20개월 미만의 소를 도축한 쇠고기를 수입한다. 그렇다면 30개월 미만의 소를 도축한 쇠고기를 수입하게 될 경우 과연 어떻게 될까?

 

≪잡식동물 분투기≫는 우리의 먹을 것에 감춰진 비밀을 통계 자료를 통해 꾸밈없이 보여주고 있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걸어 다니는 ‘콘칩’이다. 식품매장에 진열된 음식은 모두 옥수수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콜라와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등에도 액상과당과 같은 식품첨가물의 형태로 모습을 바꾼 옥수수가 들어있다. 치킨 너깃도 예외는 아니다. 치킨 너깃의 37가지 성분 가운데 적어도 17가지는 옥수수로 만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지배되고 있는 ‘거대 유기농’은 소수의 기준만 충족시킬 뿐 사실상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소비하는 화석 연료는 전체 소모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이는 우리가 자동차에 쓰는 양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음식에 관한 모든 정보는 산업사회의 시스템에 왜곡되고 은폐됐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지은이인 마이클 폴란은 “우리는 음식 아닌 음식의 범람과 식품산업 시스템과 함께 변화한 식사 형태를 통해 우리 자신과 음식, 주변 환경과의 유대감이라는 연결고리를 상실하게 됐고, 제대로 된 음식을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됐다”면서 “이 단절감은 한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인류의 문화와 역사, 사회 전반의 정치·경제·생태적 문제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또 과잉 칼로리의 공급으로 인한 비만과 거식증 등 섭식장애, 가족과 사회의 소통 부재, 환경오염 문제는 모두 음식과 연결돼 있다고 덧붙힌다.

 

지은이는 “식사는 굉장히 문화적이고 정치적이며 생태적인 행위”라고 규정짓는다. 그에 따르면, 음식에는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회의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집약돼 있다.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즉 음식의 내력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자신이 먹을 음식을 고르는 일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의 생활 방식을 규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 감각을 상실한 우리가 겪는 혼란을 ‘잡식동물의 딜레마’라 칭한다. 그는 이러한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해 ‘먹을거리’를 찾아 직접 길을 나선다. 그는 말한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져 오는지 그 과정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