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멜라민 파동, 이물질이 들어간 공산 식품 등의 식품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책임자가 처벌되고, 감시 시스템이 정비된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는 왜 끊이지 않고 되풀이될까?

 

사진=음식, 도시의 운명을 가르다ㅣ캐롤린 스틸 지음ㅣ이애리 옮김ㅣ예지 펴냄 ≪음식, 도시의 운명을 가르다≫는 음식이 현대 문명이 처한 모순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일축한다.

 

이 책은 지금 도시가 어떻게 먹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를 위해 지은이 케롤린 스틸은 고대 근동에서 유럽·미국을 거쳐 오늘날의 중국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통해 나타나는 도시문명의 주요 경로와 음식이 땅과 바다에서 도시로, 시장과 슈퍼마켓을 거쳐 주방·식탁·쓰레기장, 다시 땅과 바다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도시의 운명은 바로 도시가 먹는 것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슬로푸드 시티’와 쿠바의 ‘오르가노포니코’ 등과 같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전 세계 식량과 에너지의 75%를 소비하고 있는 도시는 앞으로 30억 명의 인구를 더 수용해야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않으면 우리는 곧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음식이 전 세계 생산지에서 출발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은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니다. 곡식을 얻기 위해선 매년 1900만 헥타르의 열대우림을 쓰러뜨려야 하고, 고기를 얻기 위해 사람 10명이 먹을 곡물로 소 한 마리를 먹어야 하며, 채소를 얻기 위해 인공위성으로도 보일 만큼 거대한 비닐하우스 농장에 수자원을 고갈시킬 정도로 물을 대야 한다. 또 1칼로리의 식품을 얻는 데 10칼로리를 소모하며, 전 세계 인구 중 10억은 비만인데 반해 10억은 굶주리는 말도 안 되는 일에 눈감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식품의 공급이 몇 개의 거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 현재 전 세계 식품 거래의 80%를 5개의 다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일상 식품의 대부분을 그 생산은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먼 곳에, 그 공급은 극소수의 세력에 의지하고 있으며, 최첨단 초고속 식품망만 믿고 식량을 전혀 비축하지 않고 있는 우리의 삶은 위험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푸드마일과 비만의 유행, 도시화, 슈퍼마켓의 힘, 에너지 문제, 기후변화. 현대 문명 등 모순을 드러내는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을 구하는 데 있어 음식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음식이라는 입구전략을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미래라는 출구전략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일례로, 중국의 동탄은 세계 최초의 ‘에코도시’로 건설되고 있다. 일터와 집의 동일 구역화, 녹색에너지동력원, 하수를 이용한 농업공장, 쓰레기제로 순환 시스템, 빗물 활용도와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한 초록지붕 등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친환경’ 아이디어들이 총동원 돼 디자인된 동탄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도시들과 같은 식품공급망에 의지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도시를 통제하는 정치적이고, 사회경제적인 구조를 해결해 도시가 모든 것과 연결되는 유기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다면 도시의 형태는 생태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유토피아, 실낙원, 전원도시 등을 통해 도시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했던 아이디어들이 실패한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책은 말한다. 그러나 음식을 연결고리로 삼으면 이 실패한 아이디어들에서 살아 있는 영감을 얻을 수 있으며, 실제로 이런 영감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음을 책은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에 대한 빙증으로 국제적 고립을 식량 자립의 기회로 삼아 성공을 거둔 쿠바의 도시 농업 ‘오르가노포니코’를 비롯해 하수를 이용해 하수도를 정화하고 퇴비를 확보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하수농장’, 지역식품망을 강화하고 주민들에게 요리와 채소재배 기술을 교육하며 도시 내 채소밭을 더 많이 확보하는 아일랜드의 활동 계획인 ‘에너지감소사업계획’을 소개한다.

 

지은이는 “이 모든 프로젝트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는 음식을 그 중심에 놓았기 때문이다”라면서 “음식만큼 우리의 생존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문제들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프레임도 없다”고 말한다. 또 “건강하게 먹기 위한 노력만으로 우리는 독점자본을 견제할 수 있고, 잃어버린 연대의식을 되찾을 수 있고, 서로 믿고 사는 사회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