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우리나라 통계작성 이후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사이의 소득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월평균 소득격차가 무려 17.5배로 드러난 것이다. 한편 한국노동패널 자료에 따르면, 상하위 10%의 소득격차는 2006년 이미 26.7배까지 벌어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두 수치 사이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소득 20배차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20배 격차 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사진_20배경제학ㅣ장징푸 지음ㅣ송철규 옮김ㅣ예문 펴냄.jpg 문제는 이 20배 격차 사이에서 중산층은 갈 길을 잃고 있다는 것과 중산층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그럼 사라진 중산층은 어디로 갔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지난 10년 사이 국민 100명 중 8명이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했다는 통계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소수의 고액연봉자를 제외하고, 심각해지는 양극화 사회에서 평범한 월급쟁이들은 점점 빈(貧)의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멀쩡하게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이 양극화의 희생양이 되는 시대, 이제 경제부흥기 산업사회의 마인드로는 성공은커녕 생존을 모색할 수도 없다.


≪20배 경제학≫은 오늘을 사는 샐러리맨들의 생존방식을 제시하는 책이다. 지은이 장징푸는 “국가나 사회가 우리를 책임져 주길 바라다가는 가난의 늪에 빠져들고 만다”면서 “그들이 우리를 구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 이 시대의 생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만의 유명 경영컨설턴트이자 자금운용 전문가로서 대만 유수 재벌들의 재무설계를 담당하기도 했던 지은이는 양극화 시대를 이해할 단서를 알려주고, 중산층이 추구해야 할 수입구조, 즉 월급이 끊기더라도 걱정 없는 지속적이고 다층적 수입구조와 이를 구축하는 방법에 관해 알려준다.


이 책은 일반적인 부자학 책이 아니다. ‘부자’가 아닌 ‘M형 시대’에 방점이 찍힌다는 점이 중요하다. M형 시대란 일본의 경영학자이자 기업인인 오마에 겐이치가 주장한 개념으로, 양극단(상위와 하위)만이 두드러지고 중산층이 소멸한 시대, 계층비 그래프가 마치 알파벳 M자와 같은 모양이라는 데서 착안됐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개념이지만, 대만에서는 벌써 수년 전부터 M형 시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M형 시대 중산층 몰락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개인적 차원의 제안 역시 활발하다.


우리나라 역시 중산층이 소멸하는 M형 시대에 근접했다. 대다수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 저소득층이 되거나 그보다 20배 많은 소득을 올리는 고소득층이 되는 기로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현실 또한 대만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말한다. “수입이 오직 월급뿐이라면, 당신은 자신의 운명을 다른 이의 손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통화팽창의 시대, 대체 가능한 인력 또한 팽창하고 있다. 만약 어느 날 해고되어 일자리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아예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자신의 수입을 장악하지 못하는 한, 수입이 끊기게 되면 당신은 하루아침에 신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는 또 “월급으로 하는 재무설계는 모두 허상이다! 통화팽창과 인력팽창의 M형 시대, 진정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면 ‘수입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은이는 현 시대에 중산층이 살아남는 관건은 ‘M형 시대 부자’의 경제관념을 받아들이고 이들의 방식을 응용해 다른 수입원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M형 시대의 진정한 부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거부가 아니다. 지속적이고 다층적인 수입구조를 가진 사람, 즉 감봉과 해고뿐 아니라 사고와 질병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꾸준한 수입원을 가진 사람이 바로 이 시대의 ‘부자’인 것.

 

이 책은 M형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변화해야 할 사고방식과 태도, 그리고 지속적·다층적 수입구조를 구축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순환소비재 선점, 수익의 누적확대 기술, 복리개념과 배가효과, 인생의 미소곡선을 그리는 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