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는 프로 축구선수를 꿈꿨지만 훗날 기업인이 돼 큰돈을 벌겠다던 사내가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어느 날 ‘돈을 버리는 삶’을 추구하게 만든 일이 생긴다. 그것은 바로 간디의 책 한권과의 만남이었다.


사진_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ㅣ마크 보일 지음ㅣ정명진 옮김ㅣ부글북스 펴냄.jpg “이 세상이 변하기를 원하거든 당신 자신이 그 변화가 되도록 하여라. 당신 혼자라도 좋고 수백 만 명이라도 좋다.” 간디의 이 말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이다. 이 사나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극단적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까지 돈을 포기한 삶을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주장을 몸으로 실천하기 위한 것.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하고 나자 나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친구와 가족들로부터 받은 응원은 정말로 컸다. 그들은 그 삶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나의 선택을 받아들인 것은 나를 사랑해서거나 아니고 그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그것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라는 나는 생각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마크 보일이 쓴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는 그가 1년 동안 돈을 안 쓰고 살면서 지킨 원칙들을 보여주고 있다.


“돈 없이 1년을 지내는 프로그램을 위하여 돈을 저축하고 지출해야 한다는 말이 다소 아이러니하거나 모순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인류가 내일 당장 돈을 사용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인류가 다음 주에 당장 석유 사용을 중단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 언젠가는 돈과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지금 당장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대재앙을 야기할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모든 인프라가 돈과 석유의 풍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석유와 똑같은 관점에서 본다. 돈의 사용을 계속 고집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비본질적이거나 파괴적인 재화와 서비스에는 돈을 쓰지 않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지은이는 현대사회의 특징인 소비자와 소비재의 분리가 낭비를 부추기고 있으며, 그 분리에 돈의 역할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까닭에 그는 돈의 중요성이 덜 강조되는 ‘프리코노미’ 커뮤니티를 꿈꾸고 있다.


“음식 쓰레기통에서 식용 가능한 음식을 찾아내는 것이 지저분하고 불법적인 행위처럼 들린다. 나도 그런 우려를 이해한다. 그러나 식량이 버려지는 유일한 이유는 먼 곳에 위치한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그 포장에 찍은 날짜 때문이다. 식량은 아직 먹을 수 있지만, 어쨌든 회사는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 자그마한 채소가게라면 가게 주인이 직접 냄새와 느낌과 맛이나 외관으로 채소의 상태를 판단하면서 채소가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될 때야 퇴비용으로 버릴 것이다. 그러나 대형 슈퍼마켓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포장된 식품들이 여러 겹 쌓여 있다는 것은 슈퍼마켓의 직원들이 작은 채소가게의 주인과 같은 분별력과 판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식량이 플라스틱 용기 안에서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는지 관계없이, 거기에 찍힌 날짜가 어제라면 그 식량은 쓰레기통으로 던져진다.”



지은이는 지난 2007년 돈을 포기한 삶을 실천하기로 결심하고 브리스톨 하버에 정박해 있던 집배를 팔아 그 돈으로 ‘프리코노미 커뮤니티(Freeconomy Community)’라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웹사이트를 열었다.


프리코노미 커뮤니티는 기술과 도구와 공간을 서로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금 회원은 1만7000명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서로에게 새로운 기술들을 가르치고, 자원들을 공유하고, 이로 인해 모두가 하는 일에서 돈이 그다지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는 삶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그 전 몇 주일 동안은 머리가 가슴을 지배하고 있었다. 나에게 돈을 쓰는 삶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속삭이고 있었던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프리코노미 프로젝트에 대한 나의 장기적 비전이 복잡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나 자신이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돈을 버리고 사는 삶은 내가 처음에 상상했던 것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더 많은 것에 대한 욕망만 판치는 세상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거대한 조류에 거스르며 헤엄을 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기술을 팔기보다는 나누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발족시키면서 지은이는 자신이 이 세상을 돈이 조금 덜 중요한 곳으로 만들기를 원한다면, 그런 세상을 처음 여는 적절한 방법은 그 자신이 돈 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러한 실험을 계기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로 잡았다.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은 과소비를 우려하는 사회운동가들을 비롯한 뜻있는 사람들이 지난 1992년부터 소비주의에 대한 항의로 1년 가운데 하루 동안 구매활동을 하지 않는 날로 정했다. 북미에서는 추수감사절 후 첫 금요일을, 세계적으로는 그 다음날을 이날로 기념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돈을 완전히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들이 도대체 어디서 생산되는지, 또 어떤 식으로 생산되는지에 대해 좀 더 알자는 것이다. 지은이는 전한다. “당신이 입고 있는 고급 의류가 어린이들의 노동을 착취한 원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안다면 선뜻 사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