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디지털 혁명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을 일상생활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디지-잇셀프(Digi-itself) 세대를 탄생시켰다.

 

사진_디지털 시대의 앨리스 ㅣ이요훈 지음ㅣ이파르 펴냄.jpg 최근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가 말한 대로 디지털 혁명은 모든 사람들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알아내고,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지만, 이제 세상은 그러한 폐단에 대해 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순식간에 혁명적 변화의 한가운데로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또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해 성인이 된 본격적인 디지털 세대인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N세대 또는 디지-잇셀프 세대라는 용어로 일컬으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이러한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업 마케팅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이를 활용하거나 좋은 성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세계의 앨리스≫는 디지털 세계를 이끌어가는 넷세대를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낯설고 새로운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앨리스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들이 가진 창조성과 동력에 주목하면서 인터넷 문화의 다양한 현상들을 분석하고 있다. 지은이 이요훈은 넷세대를 TV 세대나 아날로그 세대와 구별되는 이상한 나라에 갑자기 들어서게 된 앨리스 세대로 부른다.

 

무엇보다 N세대의 특성을 잘 나타내주는 키워드는 ‘실시간Real Time’으로 표현되는 반응, 바꿔 말하면 ‘즉시성’에서 찾아야 한다. 이들은 항상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기를 바라고, 누군가의 반응을 즉시 확인할 수 있기를,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즉시 얻을 수 있기를 원하며, 이미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다. 결국 앨리스 세대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늘 각종 대화실과 게시판에서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반응이 즉각적이고 자신의 반응에 대해 그리 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네트워크에는 언제나 새로운, 동시에 의미 없는 비판과 찬사가 넘쳐흐른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앨리스 세대를 바라보는 관점의 키워드는 민주주의와 희망이다. 촛불집회와 광장을 세상의 변화가 일어나는 주요 현장으로 보면서 그것이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거대한 소통의 물결로 이어질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미 이전의 세상, 디지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는 지금 오늘의 세계를 살아가는 정체성과 태도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기술의 가상공간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체념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다.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의 경험은 우리에게 앨리스 세대가 갖는 변화와 소통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은이는 집회 자체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과 달리 ‘진정한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시작’이라는 우리 사회 궁극의 희망이 담긴 간절한 외침을 담담하게 쏟아냈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에서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건강하고 집단적인 놀이문화를 표출했으며 집회 현장과 인터넷을 통해 우리 안에 잠재된 사회 변화의 열망과 소통 방법을 보여줬다.


물론 인터넷 문화에도 어두운 면은 있다.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게시판은 네티즌들의 댓글 문화와 악플로 인한 외부 통제 현상까지 낳았다. 궁극적으로 외부의 규제나 통제가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네티즌들이 스스로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키는 자정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문제는 어려서부터 활발한 토론과 논쟁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 교육 시스템이나 의견의 차이와 불일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오랜 관성 탓이기도 하다.


그것은 아무도 나를 아는 이 없는 이 막막한 인터넷이라는 바다에서,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당신을 부르는 것이며, 내가 당신에게 불려지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하게 된다. 보이는 만큼 알고 사랑하게 된다. 이렇게 네트워크 세상을 헤엄치는 세대가 움직이면, 서로 소통하고 춤추고 즐기면 세상에는 즐거운 변화가 가득해질 것이다.



지은이는 개인 정보의 유출 문제나 명예 훼손 역시 심각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처음 겪는 일이며, 인터넷 문화는 스스로 규칙과 예의를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21세기가 불확실한 폭력이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지은이는 사람이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고 믿는다. 그는 “여전히 세상에는 개발 논리와 패권주의가 판치고 있지만, 우리는 인터넷의 소통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개발과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생명을 외치는 움직임을 본다”면서 이러한 변화의 희망을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의 바다를 헤엄치는 앨리스 세대의 물결에서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