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데일리> 이야기 하나. 헬렌 켈러는 시각, 청각장애인 최초로 학사학위를 받았고 5개 국어를 구사했다. 세계를 순방하며 장애인 인권 증진에 앞장서고 미국 대통령 열세 명이 접견한 바 있는 그녀는 아름다운 인간 승리의 표본이었다. 


그런 헬렌 켈러가 러시아 볼셰비키혁명에 환호하고 프랑코의 우익 군사쿠데타에 압선 스페인 인민전선정부를 지지하며 책상에 늘 붉은 기를 올려둘 정도로 열렬한 미국 사회당의 좌파당원이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왜일까?



<좌우파 사전> 구갑우 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미국이 자랑하던 위대한 아메리칸 드림의 모델이 급진 좌파로 커밍아웃하자 당황한 미 정부와 언론들은 순진한 헬렌 켈러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고 비판하거나 그녀의 좌파 활동을 외면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FBI 후버 국장은 그녀를 오랫동안 주의 깊게 감시했을 정도다. 어떤 불우한 환경도 개인의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우파적 성공 신화의 살아 있는 증거가 어째서 우파가 지배하는 사회에 맞서 싸우는 데 생애를 바쳤을까?


이야기 둘. 영화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고전적 보수주의 세계관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 보여준다. 그는 불평등은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조건이지만, 불평등한 인간들이 어떻게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제시한다. 


고전적 보수주의자는 사회의 진보, 제도적 개혁의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존재들이며, 각자 자신(가족)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지키고자 투쟁할 뿐이다. 때문에 이들은 총기 소유를 주장하고 재산 소유에 집착한다. 다만 그는 약자를 연민하고 감싸 안는 것이 강한 자가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믿는다.


헬렌 켈러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서 우리는 고전적 좌파와 우파의 세계관, 그리고 그 세계관에 근거해 현실을 헤쳐나가는 삶의 방식을 볼 수 있다. 


나아가 이 대립하는 세계관과 삶의 방식은 근대 민주주의 세계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두 동력이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아가듯 좌파와 우파는 서로 상대를 비판하고 서로에게서 자극받으며 지난 200여 년 동안 세상을 지탱해왔다.


같은 주제에 대해 좌파와 우파는 각자의 입장과 역사적 기원에 따라 다른 시각을 가진다. 우리가 좌파와 우파에 대해 알아야 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좌우파사전>은 한국인의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핵심 의제 22개를 골라 이를 좌파와 우파의 시각이라는 틀로 해석한다. 하나의 개념, 하나의 현실을 다르게 이해하는 두 시선을 교차시킴으로써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사회의 발전 양상을 추적하고 있다.


서로 다른 시각을 단지 대립 관계로만 보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을 갖게 된 역사적 배경과 우리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차이, 해당 주제에 대한 세계사적인 좌우파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몸싸움 국회’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라 살림하라고 뽑아놨더니 싸움질만 한다’며 혀를 차거나, 아예 정치라면 등을 돌리고 외면하는 국민들도 많다. 


그러나 책은 입장을 달리하는 양 진영 간의 논쟁과 대립 자체는 건강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어느 사회에나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있고 서로 다른 각각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진영들 간의 논쟁과 소통 속에 사회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우리 사회의 이념 논쟁이 서로 다른 언어 체계를 가진 사람들 간의 정치적 욕설 교환으로 귀결될 뿐, 생산적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이며 이러한 소모적 논쟁에 식상해진 대중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사회적으로 무기력해진다는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그 개념과 현실의 모순적 대립 양상을 알아야 할 사회적 의제를 22개의 표제어로 압축하고, 이를 다시 7개 분야로 나누어 다룬다. 


7개 분야에 담긴 표제어는 ▲개념과 현실(좌파와 우파) ▲민주공화국(국민주권과 대의제, 법치주의, 애국) ▲주권의 공존과 충돌(남북 관계, 한미 동맹) ▲시장과 대안(시장과 국가,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유연화,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공공성과 효율성(업적주의와 사회적 불평등, 연대와 경쟁, 신빈곤과 사회적 위험, 노자갈등과 민주주의, 생태위기와 녹색담론) ▲인권과 사회(범죄와 처벌, 자유권적 기본권 제약, 소수자 인권) ▲지식과 권력(역사기술과 정치, 영어공용화론과 영어몰입교육, 대중지성과 전문가 권위, 대학과 지식생산, 고교 평준화와 학교 다양화) 등이다.

 

책은 이러한 의제를 통해 한국사회의 주요 세력이 어떻게 형성돼 왔고,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지 예측하는 시대적 통찰을 얻어 우리 모두가 능동적 시민으로 거듭나기를 요구한다.


한주연 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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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사서

저자
조쉬 해나가니 지음
출판사
문예출판사 | 2014-05-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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