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집을 갖다 세울 건전한 지구가 없다면.’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사진_취업의 정답ㅣ하정필 지음ㅣ지형 펴냄.jpg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청년 실업.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체 실업률은 3.7%이지만, 청년 실업률은 8.5%로 전월 대비 0.2% 높아졌다. 2008년까지만 해도 7%대를 유지하던 청년 실업률은 2009년 8%대로 올라선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술적으로 100만 명 이상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거나 구직을 포기한 실업자인 셈이다. 지난 2009년 4년제 대학 졸업자 3명 가운데 2명이 미취업 상태라는 통계도 나왔다.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 3명 가운데 2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백수’가 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닥치고 스펙' '닥치고 경쟁'

오늘도 목숨 걸고 스펙쌓기?

 

최근 한 보도에 의하면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진행되는 밤샘 토익 강좌가 인기를 끌고, 전문 교육업체의 취업특강이나 온라인 취업강좌에도 취업 준비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삼성반’ ‘LG반’ 등 지망 기업별로 특화한 맞춤형 강좌도 생겨나고 있다.

 

≪취업의 정답≫은 취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취업을 위한 최선의 방책을 제안하고 있는 책이다. 대기업의 인사담당자였으며, 생태철학을 공부하고 환경운동에 몸담았던 지은이 하정필이 자신의 현장 경험과 인생관을 바탕으로 취업과 삶에 대한 철학을 후배들에게 조근조근 얘기하듯 풀어 가는 인생론이기도 하다.


인디언들은 10대의 한 시기에 혼자서 숲으로 들어간다. 숲 속에서 혼자 생활을 하며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계속 머문다. 무엇인가를 찾을 때까지 숲에서 나오지 않는다. 금을 찾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세상에 왔는가?’, ‘내가 이 삶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나는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 등과 같은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얻게 된다. 그 답이 바로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삶의 비전이다. (…) 한국의 대학생들은 스무 살이 훨씬 지나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기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조차도 모른다. 자신에 대해 모르니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지은이는 책을 통해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평생 추구할 ‘가치’를 찾는 것이 취업에 성공하는 지름길이며, 그것이 취업의 성공 여부를 떠나 후회 없는 삶을 사는 인생의 정답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울러 스펙쌓기와 무한 경쟁의 근원은 어디에서 왔으며, 왜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스펙강박증에 빠질 수밖에 없는가 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본다.

지은이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는 경쟁을 피하는 방식으로 주거지를 확대해왔고, 지구의 모든 존재는 경쟁을 피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동물의 활동영역은 서로 침범하지 않도록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돼 진화해왔고, 식물도 햇빛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기 위해 다른 종과 경쟁을 피해오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이에 따라 다양한 생물종이 생겨난 것이다.

이와 같이 경쟁을 피해 조화와 균형을 찾는다는 주장은 생물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최신 이론이다. 그러나 유독 인간만이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경쟁을 조장해 왔다. 이는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의 또 다른 저서 <분기의 원리>와 의미를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윈 역시 자연이 최대한 경쟁을 피하는 쪽으로 진화해왔다는 이론을 강조했지만, 인간세상은 이와는 반대로 역사를 만들어왔다.

 

스펙쌓기는 취업의 무덤

'스펙 보다 인성'

 

(…) 스펙쌓기로 인해 이익을 보는 자들이 스펙쌓기를 강조한다. 스펙쌓기를 외쳐서 이익을 얻는 자가 누구인지 생각해보라. 어떤 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자가 누구인지를 헤아리면 세상이 보인다. (…)


- 회사에서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 자격증을 선전하는 기관들

- 영어가 취업의 필수 스펙이라 외치며 무수한 영어 컨텐츠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학원들

- 회사 홍보를 위해 각종 공모전을 주최하며 취업에 도움이 될 것처럼 말하는 회사들(대부분의 지원자가 한두 개 이상의 공모전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입상 경력마저도 변별력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 어학연수나 배낭여행 상품을 팔아 돈을 버는 유학원과 여행사

- 자원봉사자를 이용하며 신규 채용을 미루는 단체와 기관들

-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진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는 각 학교의 관계자들

- 취업을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취업 프로그램 제공 회사들

- 실제로는 인성 면접을 통한 주관식 판단으로 채용하면서 객관적 채용 기준과 스펙을 앞세워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회사들

- 대졸 초임을 삭감해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수표를 남발하는 정부 관련 부처와 대기업들

- 20대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끄고 스펙쌓기에만 몰두해야 기득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위정자들


이들 모두가 나름대로의 이익을 얻고 있다. 경쟁을 부르짖어서 이익을 얻는 자들이 누구인지 자세히 살펴보라.

 

지은이는 스펙과 경쟁을 거부하고 떠날 때에야 비로소 취업보다 더 큰 가치인 인생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놀랍게도 그런 사람이야 말로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재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건강하고 가치 지향적인 관점을 견지하면서도, 현실에 뿌리박은 실용적 자세를 잃지 않는다. 그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청년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재상 사이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스펙쌓기로 청춘을 낭비하다가 머리와 가슴이 텅 비어버려 자기소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넘쳐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청년들은 취업을 수능이나 자격증 시험으로 착각해 맹목적으로 스펙쌓기에만 몰두하는 경향이다. 그렇지만 정작 기업에서는 스펙과 인성이 조화된 인재를 원한다. 실제로 스펙보다 더 중요한 채용 기준은 인성이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인성의 중요성은 무지나 착각으로 인해, 혹은 스펙쌓기를 통해 이익을 보는 이들에 의해 간과되거나 무시되곤 한다.

또한 스펙쌓기나 취업특강 같은 겉핥기식의 취업 준비로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취업에 성공할 수 없다. 청년 시절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평생 추구할 ‘가치’를 찾는 것이 취업에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이는 후회 없는 삶을 사는 인생의 정답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고 말한다. 큰일 날 소리다. 잘못하면 인생을 망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할 일은 그 앞에 반드시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일이라고 느낄 때’라는 전제가 깔린다.



책은 청년들이 좋은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소중한 청춘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와 제안을 담고 있다.

 

지은이는 스펙쌓기 열풍이 잘못된 취업 준비의 시작이라고 단언한다. 맹목적 스펙쌓기에 소중한 청춘을 낭비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스펙만 쌓다가는 머리와 가슴이 텅 빈 청년이 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청년들이 스펙쌓기로 청춘을 낭비하는 대신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고, 평생 동안 추구할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아 행복한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면서 “취업을 통해 인생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인사담당자들을 감동시킬 멋들어진 자기소개서를 쓰고, 무차별하게 날아오는 면접관들의 질문에도 당당히 ‘즉문즉답’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거듭 강조한다. “스펙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스펙을 담을 좋은 그릇이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