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테라이 평원에는 최고 속도 시속 12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가 있다고 한다. 지붕에도 기차 머리에도 사람들이 걸터앉아 가지만, 삶의 풍경이 마음에 찍히는 테라이 사람들의 눈빛엔 언제나 행복이 그득하다.


사진_시속 12킬로미터의 행복ㅣ강수돌 글 황중환 그림ㅣ굿모닝미디어 펴냄.jpg 그렇다면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며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느끼는 행복과 시속 12킬로미터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는 대개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행복한 날이 오겠지”라며 일에 몰두한다. 팔꿈치로 남을 밀쳐야 내 생존이 보장되는 사회에선 사람들이 스스로 행복을 유예시키며 살고 있다. 더욱이 월급은 한 달에 한 번씩 받아오면서 스트레스는 날마다 집으로 가져온다. 이유가 뭘까?


≪시속 12킬로미터의 행복≫은 ‘시간은 돈이다’라는 경제발전의 논리부터 뒤집어 생각하라고 주문한다. 이 대신 삶에서 속도나 높이를 추구할수록 늘 쫓기게 마련이므로 ‘시간은 생명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시간이 돈과 교환되지 않는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행복은 늘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강수돌은 행복의 출발점은 자기사랑이지만 개인적 행복이 빠진 사회의 행복도, 사회적 행복이 빠진 개인의 행복도 모두 불완전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이 책은 나와 우리를 둘러싼 사회 구조의 문제도 기득권의 입장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시각’으로, 소통과 연대, 사랑의 패러다임으로 함께 성찰하고 있다. 지은이는 “나 혼자만 꿈꾸면 꿈으로 남지만 여럿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면서 “다른 사람이 마실 물을 내가 모두 마시고 있는 건 아닌지를 돌아보는 내면의 행복,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같은 대접을 하는 사회적 행복도 동시에 키우자”고 권한다.

 

“지금부터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의 속도를 찾아보시라.” 돈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질서를 회복해야 행복한 세상이 열리고, 정의도 꽃핀다고 역설하는 지은이는 탐욕의 경제가 이끄는 속도의 삶에서 벗어나야 걷기와 자전거 타기, 이웃과의 만남이 늘어나 마음의 밭을 갈 수 있다고 충고한다.


책은 속도와 높이의 삶을 걷어내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나와 내면이 더불어 사는 참 행복의 철학을 전한다.


지은이가 특히 강조하는 살림살이란 탐욕을 추구하는 소유 양식의 삶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하는 존재 양식의 삶이다. 남의 것을 가로채는 탐욕의 경제학과 평화는 같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무한한 생산력의 발전을 바탕으로 무한정한 소비의 원칙을 그 토대로 삼는 한 경쟁과 차별, 상대방에 대한 통제, 전쟁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는 진단에서다.


지은이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호혜와 상부상조를 특징으로 하는 마을 만들기 운동, 대안교육 운동,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하고 연대하는 생협운동, 공정무역 운동 같은 공동체적 관계망을 복원하는 길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