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육열과 교육수준은 엄청나다. 주어진 과제를 처리하고 모방하고 생산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런데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딜레마를 항상 안고 있다. 우리에게는 왜 창의적인 천재가 없을까? 스티브 잡스 같은 기업가,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 피카소 같은 예술가가 자라나지 않을까?


사진_창조의 조건ㅣ테레사 M.아미빌레 지음ㅣ고빛샘 옮김ㅣ21세기북스.jpg 테레사 아마빌레가 지은 ≪창조의 조건≫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요인이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하고 있다.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창의성에 접근하는 동시에 심리학과 교육학, 경영학 등 분야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할 때는 돈을 벌거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또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일하는 목적과 동기는 ‘외부’에 있다. 반면 흥미나 호기심, 자기만족, 몰입의 즐거움 등 내면의 동기에 의해서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 이렇듯 내부 동기가 강할 때 창의성이 발휘된다. 사람들은 외부 요인 때문에 무언가를 할 때 그것을 ‘일(work)’로 느끼지만,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할 때는 ‘놀이(play)’로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키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는 너무나 익숙하지만, 스스로 좋아서 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는 서툴다. 단순하고 계량적인 성과만 높일 뿐 창의성이 자라날 토양 자체가 없는 것이다.


창의력은 과정을 밟는다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타고난 자질이나 성향일까? 학습으로 획득하는 사고기법일까? 환경에 의해 축적된 사고방식일까? 그 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든 우리는 창의성에 관한 깊은 오해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창의성이 사람의 내면에 이미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IQ평가 비슷한 심리평가를 통해 한 사람의 창의성을 측정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엄격히 말해 창의성은 선제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특정한 과업에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사후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창의성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되는 것이다. 성격이나 능력이 아니라 ‘과정’이다. 사람의 내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활동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의적 결과물이란 무엇일까? 이는 ‘기발’하면서도 ‘적절’한 것이다. 그리고 이때 과업은 기계적 연산이 아니라 발견이어야 한다.

 

창의성 평가도 마찬가지다. 심리평가나 환경평가, 행동평가 등 사람에게 내재된 속성을 파악하듯 창의성을 평가할 순 없다. 창의성을 평가할 때는 발견을 다루는 창의적인 과업의 결과물을 적합한 관찰자들이 평가해 합의하는 ‘합의 평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적합한 관찰자란 해당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을 말한다. 때문에 창의성은 적합한 관찰자들이 창의적이라고 평가한 결과물이나 대답의 특성, 그 결과물이나 대답이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간주할 수 있다.


책은 어떤 과제에서 창의성이 실현되기 위해선 해당 과업 분야의 기술, 창의성과 관련된 기술, 과업 동기라는 세 요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문제나 과업의 등장, 준비, 해답 도출, 해답 검증, 결과라는 5가지 순환적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해당 과업 분야의 지식은 준비와 검증의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창의성과 관련된 기술은 특히 해답 도출 과정에서 큰 작용을 한다.


일반적으로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 사고, 새로운 인지경로 탐색, 복잡성에 대한 이해, 여러 대안에 대한 개방성, 판단의 유연성, 폭넓은 범주 사용, 기존 알고리즘에서 탈피 등이 창의성과 관련된 기술이다.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동기’다. 특정 과제에 어떤 동기로 임하느냐는 과정 전체에 영향을 끼쳐 결과의 방향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관련 분야의 기술을 이용할 때에도 창의성과 관련된 기술을 동원할 때에도 중요한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부여된 동기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고 내부 동기가 강할 때 창의성이 실현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논지다.


그렇다면 언제 창의성이 발휘될까? 바로 내부 동기가 강할 때, 즉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할 때다. 흥미, 호기심, 만족, 몰입, 자기 통제감이 충만할 때 창의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 피카소, D. H. 로렌스, 찰스 디킨스 등  예술가들의 회고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호기심과 자기표현에 의해 동기가 부여되며, 작업에 열중하느라 다른 일을 모두 잊고,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작업을 통해 교훈을 얻고자 하며,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내부 동기가 충만한 상황에서 창의적 걸작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외부적 요인이 없을 수는 없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외부 요인이 제약 조건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스티븐 킹은 “돈을 좋아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에는 돈 문제를 잠시 잊고, 집필의 즐거움에 몰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외부 요인의 영향력을 줄여, 그것이 내부 동기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하고, 내부 동기를 극대화하는 것. 그것이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책은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창의적 환경을 만들 때 개인과 사회 전체의 창의성이 높아지며, 지금은 천재를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창의적 상황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