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도네시아 독재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은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_이코노믹 갱스터ㅣ레이먼드 피스먼, 에드워드 미구엘 지음ㅣ이순희 옮김ㅣ비즈니스맵 펴냄.jpg 40여 년 전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대한 희망과 기대감을 안고 미래를 낙관했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말레이시아, 대만, 중국, 인도 등 여러 나라들이 번영을 향한 거대한 도약을 감행해 왔다.


반면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이 50년 전 조부모 세대와 다를 것이 없을 만큼 살아가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지역의 빈곤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이러한 현실을 조장하는 악한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이코노믹 갱스터’다. 이들은 부패와 폭력를 일삼고 그 동맹 세력과 함께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이코노믹 갱스터>는 이처럼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부패에 대해 경제학이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이들 이코노믹 갱스터는 우리 일상의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외교관 면책특권을 믿고 경찰의 제지도 무시한 채 뉴욕시 대로변에 메르세데스 벤츠를 이중으로 주차시키는 유엔 외교관 △관세 회피를 위해 냉동 닭고기를 냉동 칠면조로 둔갑시키는 중국 밀수업자 △개발도상국에 제공되는 수십억 달러의 원조금을 떼어먹는 독재자와 파렴치한 관료들 △남의 것을 가로채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삼는 약삭빠른 악한들 등으로 우리 눈에 띈다.


책의 지은이(레이먼드 피스먼과 에드워드 미구엘)는 세계 경제 발전의 이면에 도사리는 이들 이코노믹 갱스터들이 법을 무시하고 폭력을 일삼고 사는 무질서하고 잔인무도한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부패한 정부와 사악한 악당의 손으로 들어가는 해외 원조금의 흔적과 국제적인 시스템을 농락하는 천재적인 밀거래업자들을 면밀히 추적해 간다. 특히 경제학을 이용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로 둔갑시켜 세계 경제의 뒷 무대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거래의 이면을 밝힌다.


희망의 싹은 다시 움트고


그러나 지은이는 현재의 암담한 상황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다시 자라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세계적인 유가상승으로 인해 이득을 보고 있는 나이지리아와 같은 상품 수출 국가들을 비롯해 가나와 모잠비크, 우간다 등 아프리카의 신흥 경제국들이 최근 몇 년 간 연간 5~6퍼센트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 경제 파탄을 겪었던 탄자니아와 같은 나라들 역시 머지 많아 경제 불안에서 벗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국가들에는 맹렬하게 휘몰아치는 폭력과 부패의 피바람 속에서 자국의 경제와 정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헌신하는 용감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조국을 가난에서 건져내는 일에 목숨을 바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또 이 용감한 이들이 ‘지식’이라는 무기를 적극 이용해야만 가난에 시달리는 국가들을 진정한 진보로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